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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채팅방'서 미성년자 유인…신고는 최대 5건까지만?

<앵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폭력과 범죄로부터 지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는 순서입니다. 오늘(30일)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SNS를 통한 성범죄를 짚어보겠습니다.

그 실태와 문제점을 취재한 신정은 기자, 박세원 기자의 리포트 먼저 보시고, 이야기 더 이어가겠습니다.

<신정은 기자>

카카오톡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는 '오픈채팅방'입니다.

[1분도 채 걸리지 않는 시간 안에 바로 만들었고 바로 메시지가 들어왔거든요?]

촬영 3시간 전에 연 채팅방.

[거의 10명 가까운 사람들이 연락이 왔고요.]

'점심 먹었냐'고 묻더니 대뜸 성적인 말을 내뱉는가 하면,

[제가 이해를 못 해서 한 번 더 물어봤는데 '본인이 지금 굉장히 흥분돼 있는 상태'라고.]

14살 미성년자라 거듭 말해도 성희롱 발언을 이어갑니다.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 근데 영화를 보여줘도 시선이 바지에 가 있을 것 같다.]

'미션 놀이'라면서 특정 자세를 취한 사진을 주고받자거나, 치킨을 사주겠다며 당장 만나자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젯밤에도 계속 새로운 채팅이 들어왔고요, 미성년자라고 알렸음에도 꾸준히 성적인 만남을 요구하는 사람이 있어서 직접 만나보러 가보겠습니다.

10대 여학생과 대화하는 줄 알고 있는 30대 남성.

교복을 입고 오라며, 대중교통 이용법까지 자세하게 알려줍니다.

지금 '본인이 사는 동네로 오라'고 해서 1시간 넘게 남양주까지 왔는데, 이번에는 '역에서 택시를 타고 자신의 집까지 오라'고 해서 다시 또 이동을 좀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곧 도착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더니, 머지않아 약속 장소에 프로필 사진과 동일 인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나타나 서성입니다.

[30대 남성 A 씨 : (말씀 좀 여쭤볼게요. 오픈채팅방에서 지금 계속 대화 이어갔던 사람인데요. ○○ 씨 맞으시잖아요. 그렇죠?) 누구 말씀하시는 건지….]

모른 척하더니 취재진을 피해 빠르게 걷습니다.

[30대 남성 A 씨 : (미성년자들 상대로 오픈채팅방에서 2명 만났다고 하셨는데….) 아 진짜 조용히 하라고. 간다고.]

미성년자에게 성착취물 제작을 유도하는 것이 불법인 줄 몰랐다고 말합니다.

[30대 남성 A 씨 : (계속 가슴 사진 요구하시고 불법적인 거 전혀 모르셨어요?) 네 몰랐습니다. (몰랐다고요?) 네.]

13살 여학생이라고 했더니 드라이브를 시켜주겠다는 20대 남성.

이 남성은 '차에서 만나 입맞춤하자'고도 했습니다.

약속 장소에서 알려준 차량 번호를 찾아 문을 열었는데, 처음에는 부인하더니,

[20대 남성 B 씨 : (그. XXXX번? 연락 주신 거 맞죠?) 아니에요. (XXXX번이잖아요. 검은색 XXXX번.)]

뒤늦게 인정합니다.

[20대 남성 B 씨 : (수원에서 여기까지 오셨잖아요.) 네. 일단 갈게요. 아 왜요. 갈게요. 갈게요. 저도 좀 제대로 한 행동 아니고 호기심에 한 거고….]

급히 자리를 피한 남성은 취재진의 연락처를 차단하고 오픈채팅방도 나갔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윤태호, CG :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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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원 기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초등 5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오픈채팅방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가 16.3%.

이 가운데 75.4%가 낯선 이로부터 개인 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치킨을 사준다는 등 접근해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대화나 행위를 유도하는 것을 '온라인 그루밍'이라고 부르는데요.

지난해 9월부터는 영상물을 받거나 실제 만남에 이르지 않아도, 이를 유도하는 대화 자체로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현숙/'탁틴내일' 상담소 상임대표 : 손 사진, 발 사진 이런 사진도 찍어서 보내라고 하거든요. 근데 그것만 가지고도 아이들이 긴장해서 겁나서 상대방이 원하는 걸 들어주는 경우도 있어요. (가해자들은) 사냥꾼들인데….]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아동 청소년의 직접 신고를 활성화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대화 상대방을 차단하고 신고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신고 내용 분류가 지나치게 단순화돼 있습니다.

또 신고 접수가 잘 된 것인지, 이후 어떤 조치가 내려졌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채원/학생 : 헤맬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냥 이렇게 딱 끝나버리니까. 어? 끝인가? 만약에 신고했는데 다른 카카오톡 계정을 파서 또 할 수도 있는 거니까.]

카카오 측은 성인과 아동·청소년의 만남을 목적으로 하는 오픈채팅방을 제한하고 있다며, 접수된 신고 내용 중에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을 경우 서비스 사용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픈채팅방 사용자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온라인 그루밍 수법은 고도화하는 상황.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박지인, CG : 반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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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문제 취재한 신정은 기자와 이야기를 더 해보겠습니다.

Q. "플랫폼 업체, 피해자 고려해야"

[신정은 기자 : 전문가들은 미성년자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카카오 측이 좀 더 피해자에 맞춰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현재 오픈채팅방 피해 신고를 할 때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최대 5건까지만 신고할 수 있는데요. 아동이나 청소년을 노린 온라인 그루밍의 경우 그 피해가 오랜 기간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것을 사실 5건으로 추린다는 것이 어렵죠. 카카오 측은 피해 신고 처리 결과를 신고자에게 알려주지 않는 이유도 개인정보 보호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요. 이것이 피해자 중심적인 신고 접수와 또 처리 과정인지 카카오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Q. 성착취 신고 해외 사례는?

[신정은 기자 : 네, 'CEOP'라고 하는 아동 성착취 문제 전담기구가 있는 영국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오픈채팅방뿐만 아니라 축구교실, 학교 홈페이지처럼 10대 학생들이 자주 찾는 주요 사이트에 디지털 성착취 전용 신고 버튼이 있는데요. 'Click CEOP'라는 버튼을 누르면 해당 전담기구 사이트에 바로 연결이 됩니다. 이 신고 버튼 사용 방법은 이렇게 문서화해서 공지를 하고 있고요, 저희가 직접 이 신고 절차를 밟아봤습니다. 버튼을 누르면 신고 창구로 연결되고 신고자 나이나 관계에 따라 이해하기 쉽게 방법을 안내합니다. 그리고 해당 나이대 학생들이 겪을 수 있는 피해 사례들을 보여주면서 각각의 대처법을 알려주기도 합니다. 이 신고서를 쓰다가 도중에 멈추면 상담 전화번호가 적힌 알림 창까지 뜨고요, 경찰 신고나 피해 지원 등 추가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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