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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대적 대장 인사…지는 별들에게 경의를

주요 군 인사 프로필 합동 참모의장 김승겸, 육군참모총장 박정환, 해군참모총장 이종호, 공군 참모총장 정상화 (사진=연합뉴스)

군 수뇌부가 하루아침에 모조리 바뀌었습니다. 아무리 정권 교체 뒤 첫 장성 인사라고 하지만 이번과 같은 지휘부 판갈이는 전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와 단절을 선언하며 문재인 정부의 대표 군인들을 전면 배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합참의장에 연합사 부사령관 김승겸 대장이 내정됐습니다. 연합사 부사령관에 안병석 육군 참모차장, 육군 참모총장에 박정환 합참 차장, 지작사 사령관에 전동진 합참 작전본부장, 2작사 사령관에 신희현 3군단장 등 중장 4명을 임명했습니다. 의장을 포함해 육군 대장 5명 명 중 육사 출신이 4명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소외됐던 육사 출신의 부활입니다.

해군 참모총장에 이종호 합참 군사지원본부장, 공군 참모총장에 정상화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을 낙점했습니다. 김정수 현 해군총장은 취임 단 6개월 만에, 박인호 현 공군총장은 11개월 만에 물러납니다. 해군총장은 역대 최단 기간 내 교체되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진급한 4성을 전면 불신임한 셈입니다.

안타깝습니다. 군은 문재인 정부에 복종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에도 복종할 것입니다. 강경하든 온화하든 정부의 확정된 대북정책에 군은 오로지 복종해야 합니다. 김용현 경호처장이나 이종섭 국방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합참의장이나 총장, 사령관이었다 해도 '남북 대화를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는' 군인 본성에 반하는 임무에 충실했을 것입니다. 어제 인사 명령으로 떠나는 장군들은 군인으로서 참 하기 싫은 '평화 작전'을 묵묵히 수행했습니다.

어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관련 NSC에 참석하기 위해 대통령실 청사로 들어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경호처장

문재인 정부의 군은 명령을 따랐다


박한기 전 합참의장은 2018년 9월 취임사에서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그래서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이라고 말했습니다. 적을 군사적으로 압박하는 데 익숙한 군에게 모호한 평화의 약속을 믿고 무력을 뒤로 미루라는 이례적 명령이 하달된 것입니다.

미사일을 미사일이라고 부르지 못했고, 도발을 도발이라고 말하지 못했습니다. 국방백서에 북한군을 주적이라고 적지도 못했습니다. 총칼을 다루며 유사시 목숨을 내걸고 싸워야 하는 군인은 본능적으로 적과 그들의 위협을 과장하기 마련인데 우리 군은 지난 5년 간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정부 방침에 복종한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이 초래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문재인 정부의 몫입니다. 군은 정책이 옳든 그르든 얼마나 철저히 해당 정책을 수행했는지로 평가됩니다. 민주주의 문민통제의 원칙입니다. 우리 군은 정부가 시키는 대로 잘 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기간 남북의 군사적 충돌은 철저히 억제됐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군 지휘부는 소임을 다했습니다.
 

언제면 군 인사에 정치가 손 뗄까


민주당은 어제 대장 인사를 두고 "검찰에 이어 군까지 편 가르기를 지속해 권력을 사유화하겠다는 것이냐"며 목청을 높였습니다. 육군 대장 진급자 몇 명을 일컬어 김용현 경호처장의 상왕 친정 체제가 가동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번 대장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김용현 경호처장의 측근 이름도 돌고 있습니다.

사실 전 정부에서도 비슷했습니다. 여당에서 내려 보낸 한 줌도 안되는 비전문가들이 군 인사를 좌우했다는 것은 군에서 정설로 통합니다. 육군의 한 예비역 장성은 지난 정부의 청와대와 국방부에서 일한 서너명의 40대 정치권 인사 이름을 거론하며 "'별 장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사 장난질이 심했다"고 꼬집었습니다.

군은 정치 중립이어야 하는데 군 인사라는 절차는 수십 년 째 군을 정치에 종속시켜 왔습니다. 정치에 휘둘리는 전근대적 장성 인사는 중단돼야 합니다. 각 군이 훌륭한 군인을 평가해 올리면, 국방부가 엄선해 대통령실에 보고하고, 대통령실은 타당한지 따져 재가하는 '시스템의 인사'가 자리 잡아야 할 것입니다.

이 와중에 희망적인 모습도 한자락 보였습니다. 장성 인사 때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음해, 투서가 사라진 것입니다. 음해와 투서는 군으로 뻗치는 정치에 대한 군의 호응 또는 반작용입니다. 군의 최고 적폐입니다. 음해와 투서가 자취를 감춘 것은 이종섭 국방장관이 군을 조기에 장악했다는 방증으로 읽힙니다. 음해, 투서 DNA만 뿌리 뽑아도 국방장관의 큰 업적이 될 것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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