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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자녀 돌보다 극단 선택에 살해…비극 막을 수 없나

<앵커>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가정에서 안타까운 일이 잇따라 일어났습니다. 서울과 인천에서 각각 있었던 일인데, 내용 정리한 리포트 먼저 보시고 왜 이런 비극이 반복되는지, 또 막을 방법은 없는지 짚어보겠습니다.

하정연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단지.

어제(23일) 오후 5시 40분쯤, 40대 여성 A 씨와 6살 아들이 이 단지 내 아파트 화단으로 추락했습니다.

[목격자 : 나와보니까 벌써 심폐소생술하고, 구급차 오고 조금 있으니까 소방차랑 막 오고 있더라고요.]

A 씨가 아들을 껴안고 있는 상태로 발견됐는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두 사람 모두 숨졌습니다.

[주민 : 며칠 전에 '어머 너 학교 가도 되겠다, 키가 커서' 그랬더니 아직 학교 안 간다고. (아이랑) 같이 다니더라고 엄마가. 아이도 참 활발하고 엄마도 그런데….]

경찰은 숨진 아들이 발달장애가 있었고, A 씨가 아들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성동구청 관계자 : 발달 재활 서비스, 바우처 사업이 있어서 그걸 받던 가정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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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단지 안으로 경찰차와 구급차가 줄줄이 들어갑니다.

어젯밤 인천 연수구의 한 아파트에서 60대 여성 B 씨와 30대 딸이 다량의 수면제를 복용한 채 발견됐습니다.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B 씨는 의식을 회복했지만 딸은 끝내 숨졌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장애를 앓았던 딸은 뇌병변 1급 중증 장애인으로 최근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민 : 평소에 매일 요양원 차가 왔어요. 휠체어 타고 다니시는데 어머니로 추정되는 분이 매일 (딸을) 보필하고….]

경찰은 30년 넘게 딸을 병간호해온 B 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범행을 저지른 뒤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B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입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윤 형, 영상편집 : 김준희,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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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Q. 최근 비슷한 사례가 여러 건?

[하정연 기자 : 네, 지난해 2월 서울 서대문구에서 50대 여성이 발달장애가 있는 딸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다가 홀로 숨진 사건이 있었고요. 경기도 시흥에서도 최근 발달장애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한 50대 여성이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는데요.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부모들은 사회적인 관심과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윤종술/장애인부모연대회장 : 내가 다 케어하고, 내가 24시간 다 했기 때문에 내가 없으면 (자녀가) 살 수 없다는 생각만 계속 가지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지원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가족의 책무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하정연 기자 :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들의 36.7%가 우울·불안 증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주된 원인으로는 과중한 돌봄 부담이 꼽힙니다.]

Q. 이런 일을 막으려면 어떻게?

[하정연 기자 : 네, 전문가들은 장애 자녀가 있는 가정에 대한 돌봄 지원 문제 해결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생계 곤란이나 우울증 등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인데요.]

[정익중/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365일 24시간 계속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니까. (정부가 지원하는) 돌봄 시간이 너무 부족하긴 한 것 같고요. 이분들 입장에서는 끝이 없는 돌봄을 계속 하고 있기 때문에….]

[하정연 기자 : 돌봄 시간 확대를 위한 예산 확보와 관련 전문인력 양성이 절실하고요. 정부가 제공하는 현재의 활동 지원 서비스로는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의 부담을 덜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장애 자녀를 혼자 키우는 한부모 가구 등 고위험 가정에 대한 지원도 절실해 보입니다.]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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