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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치명률 0.002%' 세계 최저인 곳이 북한?…독재가 코로나에 대처하는 법

[취재파일] '치명률 0.002%' 세계 최저인 곳이 북한?…독재가 코로나에 대처하는 법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작성 2022.05.23 11:36 수정 2022.05.23 19:3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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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치명률 0.002% 세계 최저인 곳이 북한?…독재가 코로나에 대처하는 법

북한이 매일 노동신문을 통해 북한 내 코로나 상황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오늘(23일)자 노동신문을 보면, 북한의 어제 코로나 상황은 이렇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21일 오후 6시부터 22일 오후 6시까지의 통계입니다.

북한은 이 기간 동안 전국에서 16만 7,650여 명의 유열자, 즉 발열자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말부터 어제 오후 6시까지의 발열자 총수는 281만 4,380여 명이며, 현재 47만 9,400여 명이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망자에 관한 북한 발표는 이렇습니다. 어제 사망자는 1명이며, 지난달 말부터 어제까지의 사망자 총수는 68명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치명률은 0.002%라고 북한은 주장했습니다. 사망자 총수 68명을 발열자 총수 281만 4,380여 명으로 나눈 수치입니다.

치명률 0.002%면 세계 최저 수준


코로나의 치명률이 0.002%라면 세계 최저 수준입니다. 물론, 북한 발표를 믿기는 어렵습니다.

먼저, 북한이 밝힌 통계 산출 방법에 허점이 있습니다. 코로나의 치명률을 계산하려면 확진자 총수 가운데 사망자 비율을 산출해야 하지만, 북한은 발열자 총수를 기준으로 사망자 비율을 산출했습니다.

북한이 정확한 코로나 통계를 공개하려면 발열자가 아니라 확진자 수를 밝혀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지금까지 딱 하루 확진자 수를 공개하고 더 이상 확진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확진자 수를 공개한 것은 지난 16일입니다. 지난 16일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 13일 저녁부터 14일 오후 6시까지의 코로나 통계를 공개했는데, 이 기간 동안 북한이 밝힌 확진자 수는 78명이었고, 확진자의 전체 누계는 168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통계는 북한의 부실한 의료 현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냈습니다. 북한이 밝힌 14일 오후 6시까지의 발열자 누계는 82만 620여 명이었는데, 누적 확진자는 168명에 불과했습니다. 지역별로 들어가보면 13일 저녁부터 14일 오후 6시까지의 평양 지역 발열자는 8만 3,445명이었는데, 이 기간 동안 평양에서 확진된 사람은 4명밖에 안 되는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발열자 수에 비해 확진자가 극히 적다기보다 확진자를 제대로 골라내지 못하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는 대목입니다.

북한 발열자 200만 명 육박

북한 확진자 수 발표 지난 16일 이후 사라져


이런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일까요. 북한의 확진자 수 발표는 지난 16일 이후 사라졌습니다.

북한이 확진자를 판별할 역량이 안된다는 것은 다음의 정황에서도 드러납니다.

지난 18일자 노동신문을 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코로나 치료안내지도서가 작성돼 중앙과 지방의 각급 치료예방기관들과 해당 단위들에 시달됐는데, "감염증 환자의 확진지표들에 역학관계, 임상증상, RT-PCR검사, 항체검사가 있으며 여기에서 1개 지표가 양성으로 되는 경우 확진한다"고 돼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PCR 검사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을 받아야 확진으로 판정되는데, 북한의 경우 역학관계나 임상증상 만으로도 확진을 판정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PCR 검사 역량이 안 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9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북한 내에 코로나 확산 전부터 홍역이나 장티푸스 등 수인성 전염병이 상당히 퍼진 상태였다며 북한이 발표하는 발열자 수치에 이러한 수인성 전염병 환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곳곳에서 발열자가 계속 발생하는데, 원인이 코로나 때문인지 수인성 전염병 때문이지 북한 당국이 판별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입니다.

북한 코로나 방역

북, "전염병 전파상황 안정적으로 관리"


그런데도 북한은 발열자 수를 모수로 해 치명률이 세계 최저 수준인 것처럼 발표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21일 김정은 총비서 주재로 소집한 정치국협의회에서 "나라의 전반적인 전염병전파상황이 안정적으로 억제,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의료 역량의 부족으로 전체적인 상황 파악은 제대로 안 되고 통계는 유리한 방향으로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김정은의 지도 하에 코로나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 내부에서는 통계와는 다른 현실과 주민들의 불만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내용들이 밖으로 새어 나오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조선중앙TV가 중간중간 보여주는 북한 내부 거리를 보면 모든 도시의 거리가 거의 텅텅 비어 있습니다. 북한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이유로 통제와 격리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시장과 거리로 모여들어야 '누구도 죽었다더라' '누구는 열이 오르는데 약도 없다더라'하는 얘기들이 소문으로 퍼질 텐데, 거리에 아예 사람들이 나오지 못하게 하니 소문이 퍼지기도 힘든 구조로 보입니다.

북한 당국이 이대로 강력한 통제, 격리 정책을 계속하면, 드러나지 않은 채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시간의 경과와 함께 코로나 상황이 정리될 수도 있습니다. 그 실상을 북한 당국은 알고 있겠지만 공개하지는 않을 테니, 외부적으로는 김정은의 지도력으로 이 사태가 극복된 것처럼 선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독재가 코로나 사태에 대처하는 방법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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