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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건국 후 첫 디폴트 공식 돌입…이자 · 채무 등 못내

스리랑카가 1948년 영국에서 독립한 후 처음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돌입했습니다.

지난달 12일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지원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밝힌 '일시적 디폴트' 선언에 따라 이자를 지급하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 등 외신은 2023년과 2028년 각각 만기인 스리랑카 국채의 이자 7천 800만 달러(약 1천억 원)에 대한 지급 유예기간이 전날로 만료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스리랑카 정부는 해당 이자와 중국 관련 채무 1억 500만 달러(약 1천 340억 원)를 전날까지 갚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스리랑카가 공식적으로 디폴트 상태가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말 스리랑카의 채권 이자 미지급 이후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CC'에서 '선택적 디폴트'(SD)로 세 계단 하향 조정했습니다.

난달랄 위라싱게 스리랑카 중앙은행장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선제적인(pre-emptive) 디폴트"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책 입안자들이 채권자들에게 채무 재조정이 준비될 때까지 빚을 갚을 수 없다고 이미 알린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위라싱게 은행장은 "외부에선 디폴트라고 여길 수 있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다른 기술적 정의가 가능하다"고 부연했습니다.

이어 그는 "채무 재조정 계획이 거의 마무리 단계고, 곧 내각에 이를 제출할 것"이라며 "6개월 후에야 빚을 갚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위라싱게 은행장은 그러면서 앞으로 몇 달간 물가가 40%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한동안 경제 상황은 계속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스리랑카의 대외 부채는 모두 510억 달러(약 65조 2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JP모건체이스 등 분석에 따르면 스리랑카가 올해 갚아야 할 대외 부채는 약 70억 달러(약 8조 9천 500억 원), 5년간 갚아야 할 대외 부채는 약 250억 달러(약 32조 원)입니다.

하지만, 스리랑카의 외화보유액은 사실상 바닥을 드러낸 상황입니다.

알리 사브리 스리랑카 재무장관은 지난 4일 의회에서 "사용 가능한 외화보유액이 5천만 달러(약 640억 원)가 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스리랑카는 주력 산업인 관광 부문이 붕괴하고 대외 부채가 급증한 가운데 지나친 감세 등 재정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했습니다.

연료, 의약품, 식품 부족이 계속되는 등 민생은 파탄 지경에 이른 상태입니다.

주유소에는 긴 줄이 늘어섰고, 연료 부족 등으로 공립학교는 문을 닫았습니다.

칸차나 위제세케라 전력·에너지 장관은 전날 의회에서 "스리랑카 영해에 휘발유를 실은 유조선이 한 척 와 있지만 이를 살 외환이 없다"며 "주말까지 휘발유 공급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주유소에 줄을 서지 말아 달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스리랑카 정부는 인도, 중국,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WB) 등으로부터 긴급 자금을 빌려 와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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