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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전쟁보다 ○○○○가 식량위기에 더 큰 문제?

[마부작침] 전쟁보다 ○○○○가 식량위기에 더 큰 문제?

안혜민 기자

작성 2022.05.22 08:5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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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일러스트
지난 18일 우크라이나 외교부 트위터에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러시아의 포격으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있던 식물 유전자은행이 파괴되었다는 소식이었죠. 이 유전자은행이 우크라이나에 단 하나뿐이라서 보관하던 160,000개의 종자 샘플이 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2차 세계대전에서도 살아남았던 은행인데 이번 전쟁을 통해 파괴되었다고 해요. 뉴스위크에서 팩트체크를 해보니 일부 샘플들은 러시아 포격으로 파괴되었지만 주요 종자들은 벙커에 보관되어 있어서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황금 들녘을 자랑하던 우크라이나에선 전쟁의 여파로 제대로 된 곡물 생산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 결과 해바라기씨유와 밀 등 곡물 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있고요. 유전자은행이 파괴되면서 식물 다양성도 타격을 받게 되면서 전쟁으로 촉발된 식량위기가 본격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늘 마부뉴스에선 이 식량위기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데이터를 살펴보니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가 식량위기의 숨겨진 배후더라고요.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겁니다.

전쟁보다 ○○○○가 식량위기에 더 큰 문제?
 

2차 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식량위기

 
WFP 사무총장
우크라이나는 세계의 곡창지대에서 세계의 급식소로 변하는 중입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뿐더러, 우크라이나를 넘어서 전 세계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식량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적으로 식량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는 이야기 아마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2차 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식량위기라는 경고는 지난 3월 29일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사무총장의 입을 통해 전해졌어요. 보통의 4월이라면 우크라이나에선 옥수수를 심기 시작해야 했지만 올해의 4월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농기구로 땅을 일궈야 할 농부들은 대신 총을 들고 러시아와 맞서 싸워야 했으니까요.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한 여파는 전 세계로 퍼졌습니다. 전 세계 옥수수 공급량의 20%가 바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생산되고 있거든요. 옥수수뿐만이 아닙니다. 전 세계 밀 공급량의 30%가 두 나라에서 생산되고 있죠. 해바라기씨유는 75~80%에 달합니다.

문제는 이 두 국가가 생산하는 곡물의 양이 많다는 것도 있지만 두 국가가 생산하는 곡물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상당하는 겁니다. 단순히 생산만 책임지던 곡창지대가 아니라 다른 국가에게 식량을 나눠주는 급식소로 변하고 있다는 게 바로 이런 의미인 거죠. 이집트는 곡물의 75%를, 레바논은 81%를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어요. 예멘을 비롯한 아프리카의 낙후 국가들의 식량을 책임지던 우크라이나 급식소는 전쟁으로 22일 기준으로 벌써 87일째 문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급식소들은 불타고 있다

밀 생산 상황

하지만 세계에 급식소가 우크라이나만 있는 건 아니죠. 밀의 경우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밀 생산량을 자랑하는 중국이 있습니다. 2등 인도도 있어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2020년 통계를 살펴보면 중국은 1억 3,425만t을, 인도는 1억 759만t 가량의 밀을 생산 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량을 합치면 1억 1,081t 정도니까 중국과 인도가 어느 정도 구원투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인도는 우크라이나의 대체 국가 역할을 했습니다. 이미 지난달에만 평상시보다 5배가 넘는 밀을 해외로 수출했을 정도니까요. 하지만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난 13일에 인도가 밀 수출을 전격 금지하겠다고 선언해버렸습니다. 인도 입장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밀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파는 게 이득이지만, 팔고 싶어도 그만큼 생산이 안되고 있거든요.

왜 생산이 안되고 있냐고요? 너무 더워서요. 아직 여름이 오지도 않았는데 47도를 찍어 버렸어요. 인도와 파키스탄엔 이미 3월부터 여름을 방불케 하는 더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3월인데 인도의 평균 최고기온이 33.1도였고 4월엔 37.8도를 기록했죠. 말도 안 되는 폭염으로 인도에선 전력 사용이 급증했고, 곳곳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어요. 4월 29일엔 인도 에너지 수요가 사상 최대치인 207GW를 기록하기도 했죠.

파키스탄의 북부 지역에선 홍수로 난리입니다. 50도를 기록하는 미친 폭염의 영향으로 히말라야의 눈과 얼음이 녹아버린 탓에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거든요. 파키스탄의 자코바다드(Jacobadad)에서 최고기온 50℃를 기록한 지도 보이죠? 빙하가 녹아서 늘어난 물 때문에 생기는 홍수를 GLOF(Glacial Lake Outburst Flood)라고 부르는데 파키스탄의 한 마을에선 GLOF의 영향으로 다리가 쓸려나가고 2개의 발전소가 피해를 입었어요.
인도 파키스탄 최고온도

전 세계 밀 생산 4위인 미국도 상황이 심각합니다. 미국 남서부에는 2000년부터 가뭄과 대형산불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거든요. 미국 농무부에선 대가뭄의 여파로 겨울밀 생산량의 8%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할 정도죠. 물이 부족한 탓에 캘리포니아 주의 일부 지역에선 잔디에 물을 주는 것과 세차가 1주일에 1회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잔디에 스프링클러도 비 온 뒤 48시간 이내에는 가동하면 안 되고요. 유럽에서 가장 많은 밀을 생산하는 프랑스도 가뭄에 시달리고 있어요.

이번엔 중국으로 가 볼게요. 혹시 작년 중국 허난성에 퍼부었던 폭우 기억하나요? 정저우 시의 1년 평균 강우량이 640㎜인데 이 당시엔 하루에만 624㎜의 폭우가 쏟아졌어요. 천 년 만의 폭우라는 이야기가 돌 정도였죠. 중국은 이 대홍수의 영향으로 곡물 생산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토양에 물에 잠기면서 밀의 뿌리가 대부분 썩어버린 거죠. 그래서 높은 등급의 밀 생산량은 최대 20%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요.
 
Q. 폭염에 대한 책임은 선진국에 있다는 인도와 파키스탄, 어떻게 봐야 할까?

셰리 리만 파키스탄 환경부 장관이 올해 폭염 사태에 대해 트위터에 글을 하나 남겼습니다. 요약하자면 지금의 기후위기의 책임은 선진국에 있고, 파키스탄을 포함한 남아시아 지역에서 그 피해를 보고 있다는 거죠. 환경 감수성이 높은 선진국에서는 공해가 많이 발생하는 산업을 유지하기 어려운 탓에 환경오염이 심한 산업들은 개발도상국으로 하청 아닌 하청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충분히 목소리가 나올 만하죠.
탄소 배출량

국가별 탄소배출량을 살펴보면 1800년대 말 산업혁명 시기부터 유럽 국가의 탄소배출량은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1950년대를 넘어가면서 인도가 크게 치고 나와. 인도는 미국, 중국에 이어 2020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3위를 차지하고 있죠. 선진국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기엔 너무 많은 탄소가 배출되고 있는 건 아닐까요? 파키스탄도 탄소배출량이 매년 증가하면서 유럽 국가의 배출량을 바짝 따라잡았습니다. 선진국의 역사적 책임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인도, 파키스탄과 같은 개발도상국의 배출량도 환경에 위협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급식소에 불 지른 꼬마 아이들


곡물 생산에 타격을 주는 이상 기후는 왜 나타나는 걸까요? 그 해답은 꼬마 아이들에 있습니다. 갑자기 웬 아이들? 할 테지만, 여기서 아이들은 엘니뇨, 라니냐를 말해요. 스페인어로 소년, 소녀를 뜻하는 엘니뇨와 라니냐라는 용어는 아마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페루와 에콰도르의 서부 열대 해상에는 엘니뇨와 라니냐 감시구역이 있습니다. Nino 3.4라고 불리는 이 해역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면 엘니뇨, 평년보다 낮아지면 라니냐라고 부르죠. 엘니뇨와 라니냐는 엄밀히 말하면 기상이변은 아닙니다. 두 현상이 기상이변의 원인이 되는 거죠. 엘니뇨와 라니냐는 지구 에너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다만 최근에 그 현상이 너무 잦고 그로 인해 지구 곳곳에 이상 기후 현상이 생기는 게 문제라고 할 수 있어요.

식량 생산을 위해선 어느 시점에 비가 오는지, 또 어느 때에 추워지는지 우리가 예측할 수 있어야 할 겁니다. 하지만 엘니뇨와 라니냐가 잦아지면서 전 세계에 이상 기후 현상이 우후죽순 발생하면서 이게 다 어그러지고 있어요. 비가 내리지 않아야 할 시점에 갑자기 비가 내리고, 비가 와야 할 시점에 가뭄이 찾아오고. 또 어느 때엔 뜬금없이 눈이 내려 곡물들이 다 얼어버리기도 하죠. 그렇게 되면 곡물 생산량이 확 줄어들 거고요. 2016년 논문에 따르면 라니냐가 발생할 경우 미국 옥수수는 9.2%, 콩은 4.1%, 밀은 1.0% 감소한다고 해요.
밀 가격

생산량이 줄어드는 만큼 가격에도 당연히 영향을 주겠죠? 1972년부터 2022년까지 국제 밀 가격을 그려봤습니다. 2022년 가격이 확 늘어난 게 보이죠? 5월 현재 밀 가격은 1톤 당 407.8달러 수준입니다. 그래프 아래엔 라니냐 발생 시점을 영역으로 표시해봤습니다. 라니냐 발생 전후로 국제 곡물 가격이 요동치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수요는 줄지 않고 곡물 생산량이 줄어들면, 당연히 가격은 오를 겁니다. 그 시점의 가격 그래프에선 뾰족한 고점을 찍을 거고요.
 
Q. 엘니뇨가 발생하면 생산량이 증가하는 작물도 있다고?

라니냐와 달리 엘니뇨는 특정 작물의 생산을 증가시키기도 합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엘니뇨 기간 미국의 옥수수와 콩의 단위면적당 수확량은 오히려 4.1%, 5.4% 상승했어요. 수확량이 늘어난 탓에 옥수수와 콩의 국제 가격도 하락했고요. 엘니뇨로 인한 기상 현상이 미국과 남미 국가 일부 작물의 생육에 유리하게 작용한 겁니다. 즉 엘니뇨가 발생할 때는 특정 작물을 생산하는 국가와 농가는 이득을 볼 수도 있단 거죠.
 

갈수록 중요해지는 식량안보


공급이 부족해지고 가격이 치솟자 각 국가들의 선택은? 인도처럼 수출을 막는 거였습니다. 팜유 수출을 막았던 인도네시아처럼 다른 국가들도 잇따라 수출을 단속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식량 보호주의적 정책으로 전환하는 거죠.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23개국이나 수출 대신 자국 중심의 식량 보호정책을 펼친 것으로 보고 있어요. 다들 빗장을 세우는 상황인데 우리나라는 괜찮은 걸까요?
식량자급률

2020년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45.8%. 채 절반이 되질 않습니다. 1970~80년대엔 식량자급률이 평균 73.3%로 상당히 높았는데 현재는 쌀을 제외한 대부분의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어서 자급률이 많이 떨어졌죠. 놀랍게도 우리나라가 전 세계 7위의 곡물 수입국가거든요. 201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곡물을 수입하는 나라는 중국, 일본, 멕시코, 이집트, 스페인, 네덜란드를 제외하곤 없습니다. 참고로 올해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 목표치가 55.4%인데 달성하기는 사실상 어려워 보이죠.

다른 국가와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이코노미스트에서 전 세계 국가들을 대상으로 식량에 대한 부담 능력, 식량 공급 능력 측면 등을 비교해서 식량안보현황을 평가하고 있어요. 이름하여 GFSI(Global Food Security Index, 세계식량안보지수)라는 녀석인데, 202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71.6점을 기록했습니다. 113개국 중 32등. OECD 38개 회원 국으로 좁혀보면 우리나라는 28위입니다. OECD 국가 중 가장 열악한 축에 속해요.
 

식량위기는 계속 돌아온다


식량안보는 기초 체력과 같습니다. 외부의 어떤 충격이 오더라도 체력이 뒷받침이 되면 버틸 수 있는 것처럼, 식량안보도 식량위기를 견딜 수 있는 기본 조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전문가들은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해선 식량 자급률을 높이고 다양한 국가에서 수입하도록 하는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필요한 노력이죠.

우리나라의 체력이 OECD 국가 사이에선 하위권이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식량안보가 갖춰진 덕분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도 그 충격의 여파가 천천히 오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두 국가 말고도 우리나라는 이미 공급망이 갖춰져 있으니까요. 체력이 부족한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에겐 말 그대로 치명타가 되고 있습니다. 레바논은 화폐 가치가 90% 폭락했고 밀 수입이 끊기면서 빵 값이 70%나 올랐습니다. 물가 폭등의 여파로 이집트 등에선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죠.
식량위기는 돌아온다

문제는 앞으로입니다. 마블 영화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자막처럼 "식량위기 will return"을 우리는 마주할 거거든요. 게다가 지금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심각한 식량위기가 닥쳐올 게 분명합니다. 왜냐고요? 기후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으니까요. 그만큼 식량 생산에 차질이 생기는 경우도 훨씬 더 자주, 그리고 강하게 발생할 겁니다. 체력 단련도 중요하지만 근본적 원인인 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없이는 식량위기는 계속될 거예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편지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시작된 전 세계의 식량위기를 다뤄보면서 그 이면에 숨겨져 있던 기후변화의 영향을 살펴봤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식량위기를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기초체력을 기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까요? 아니면 근원적 해결책인 기후 변화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걸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을 아래 댓글을 통해 알려주세요! 오늘도 긴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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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강수민, 강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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