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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 마라톤 대표팀 A 감독, '갑질' 폭로되자 '1억 소송'…'셀프 징계' 논란도

[취재파일] 전 마라톤 대표팀 A 감독, '갑질' 폭로되자 '1억 소송'…'셀프 징계' 논란도

이정찬 기자

작성 2022.05.18 09:21 수정 2022.05.18 10:4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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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 마라톤 대표팀 A 감독, 갑질 폭로되자 1억 소송…셀프 징계 논란도
피해 선수의 폭로로 알려진 마라톤 국가대표팀 A 전(前) 감독의 '갑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 징계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SBS 취재 결과에 따르면 스포츠윤리센터는 최근 심의위원회를 열고 "A 감독이 선수에게 모욕적 언사를 하고, 신체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하는 등 지도자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이 사실로 인정된다"며 "정부에 A 감독의 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관리 기관이 징계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징계 대상자인 A 감독이 해당 기관의 회장을 겸직하고 있어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른바 '셀프 징계'라는 겁니다.
 

훈련 금지 기간 노동 강요, 폭언, 부상 방치 등 사실로

스포츠윤리센터가 사실로 인정한 A 감독의 갑질은 (1) 폭언, (2) 신체의 자유 및 인격권 침해, (3) 부상 방치 등입니다. 피해 선수들은 조사에서 "코로나19로 합숙 훈련이 금지됐던 2020년 4월~5월, 강원도 고성에 위치한 A 감독의 별장에서 부당한 노동을 강요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침대 하나가 겨우 들어가는 좁은 방에서 남자 선수 4명이 자야했고, 산불 피해가 컸던 고성 화재 현장에서 땔감을 벌채하도록 지시하는 등 육상과 관련 없는 노동을 시켰다는 겁니다. 또 A감독이 소속팀 선수에게 "그 따위로 할 거면 성전환 수술해서 여자랑 뛰어라"라며 인격을 모독했고, 문신을 한 선수를 '깡패'로 폄하했다는 고발이 이어졌습니다. 다친 선수를 향해 "한 게 뭐가 있다고 병원엘 가냐. 병원에 가도 아픈데 왜 가냐"고 꾸짖으며 부상을 방치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마라톤 감독 갑질 피해자

폭로되자 '1억 원' 피해보상 요구…"혐의, 절대 인정할 수 없다"

피해 선수들은 2020년 여름, 철인3종경기 유망주 고 최숙현 선수의 극단적인 선택 이후 체육계 인권 침해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자 지도자의 '갑질' 의혹을 도청 등에 신고했습니다. 달라지는 게 없자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폭로를 이어갔지만 A 감독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같은 실업 팀의 B코치와 함께 피해 선수가 자신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전지훈련에 대해선 "훈련비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의 집을 숙박 장소로 제공해 사비로 손수 음식을 만들어 제공하는 등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애썼다"며 "선수들이 악의적으로 명예를 훼손했다"고 반발했습니다. 인격 모독에 대해서도 "70세의 나이로 '성전환 수술'이라는 용어는 알지 못하고,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하며 '1억 원'의 피해 보상을 요구했습니다.
 

징계 절차 착수…'셀프 징계' 공정성 논란

지난해 여름 조사에 본격 착수한 스포츠윤리센터는 8개월 만에 결과를 통보했습니다. 하지만 피해 선수의 잠 못 드는 밤은 2년 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피해 선수는 "A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에서 해임된 뒤에도 지역 육상 연맹 회장직에 연임했다. 지역과 육상계에 영향력이 엄청 크다. 해당 연맹에서 공정한 징계가 이뤄질지 의문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소장을 받았을 땐 죽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내가 피해자인데 내 연봉의 배가 훌쩍 넘는 1억 원을 보상 하라니, '죽어야만 누군가 해결해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연맹이 이달 말 스포츠 공정위를 열기로 했지만 제대로 열릴지 미지수입니다. A 감독은 "내가 연맹 회장인데, '아무 문제 없음'해서 결과를 통보해도 되는 것 아니냐"면서 "나는 어떤 부분도 인정할 수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평생을 마라톤 발전을 위해 달려온 명예가 있다"면서 법원에 징계 절차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자,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소속 단체장의 징계를 소속 단체 공정위에서 다루는 게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막을 수 있는 현행 규정이 없다. 개정이 필요하다면 추후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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