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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윤 정부에 제안한 '4개 강화'…한국 '대미쏠림' 견제에 방점

중국이 윤 정부에 제안한 '4개 강화'…한국 '대미쏠림' 견제에 방점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어제(16일) 박진 외교부 장관과의 영상 통화에서 '한중관계의 4개 강화'를 언급해 주목됩니다.

당국 간 소통, 호혜적 경제 협력, 민간 교류, 국제사회에서의 협력 등을 증진하자는 것입니다.

한중 수교 30주년의 해에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 보내는 중국 정부의 제안인 셈입니다.

국운을 건 미·중 전략경쟁에서 중국이 자국 국익에 근거해 생각하는 한중관계의 바람직한 모습,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과 국민감정 악화라는 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중국 나름의 방안 등을 담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왕 부장은 가장 먼저 언급한 '소통 및 조율 강화'에 대해 "상호 신뢰의 기반을 다지자"며 "정상외교의 선도적 역할을 충분히 발휘하고, 각급별 대화 체제를 잘 활용해 원활하고 질 높은 정치·외교 소통을 유지하고, 이해를 증진하며, 협력을 촉진하고, 갈등을 통제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런 제안의 배경을 짐작하는 데는 사드 갈등 시기 한중 외교의 최전선에 서 있었던 추궈훙 전 주한중국대사의 발언이 힌트를 줍니다.

그는 지난 1월 한중관계 관련 세미나에서 사드 갈등의 최대 원인으로 "양국 간 정치적 신뢰 부족"을 들며 한중 고위층 간 신뢰 증진이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결국 한중간 각급 소통을 긴밀히 하면서 상호 신뢰를 강화해 사드 사태와 같은 중국의 핵심 이익을 건드리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습니다.

왕 부장이 두 번째로 언급한 '호혜 협력'은 미중 전략경쟁 시대에 한국이 중국에 대한 미국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시도에 동참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보입니다.

왕 부장은 "중국의 거대한 시장은 한국의 장기적인 발전에 끊임없는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며 "양국은 디지털 경제, 인공지능, 신에너지 분야에서 각각 강점을 지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각각의 이익과 공동의 이익에서 출발해 디커플링과 망 단절의 부정적인 경향에 반대하고 글로벌 산업망과 공급망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이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조만간 출범시켜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을 만들고, 거기에 반도체, 배터리 등 전략 산업 분야 강자인 한국을 핵심 파트너로 삼으려 하는 상황을 감안한 발언으로 읽힙니다.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언급한 것은 한국의 '기회'를 거론한 것일 수 있지만 동시에 한국이 중국을 배제한 미국의 공급망에 참여했을 때 손상이 불가피한 '기회비용'을 거론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세 번째 '인적 교류와 민심 상호 소통 강화'에 언급, 왕 부장은 "수교 30주년과 중한 문화교류의 해(2021∼22년)를 계기로 다양한 인적 교류를 전개하고, 대외적으로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 양국 국민, 특히 청년들의 우호를 증진하고 오해를 줄이도록 유도하자"고 말했습니다.

왕 부장은 한국 내 반중 정서가 유지 또는 악화할 경우 윤석열 정부 대 중국 정책의 운신 폭을 좁힐 것임을 의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진 외교장관과 영상통화하는 왕이 외교부장 (사진=중국 외교부 홈피 캡처, 연합뉴스)

하지만 현재 중국이 고강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며 외부 세계와의 교류를 최소화한 상황이라 중국이 방역 정책에 변화를 주지 않는 한 당분간 인적 교류 강화는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마지막으로 왕 부장은 "국제협력을 강화해 지역 안정을 수호하자"며 "중국은 한국이 세계 평화와 번영을 촉진하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더 많이 할 것을 낙관하고, 양국·아시아 및 신흥시장 국가들의 공동 이익을 한국과 함께 수호하고, 격동의 시대에 안정·확실성을 주입하길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이 역시 대 중국 압박에 방점 찍힌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이 동참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중을 담은 메시지로 읽힙니다.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협의체) 등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아래 역내 동맹 및 파트너들과 함께 확장하고 있는 대 중국 포위망에 한국이 가담하는 것은 지역 안정을 해치는 것이라는 중국의 인식이 투영된 발언으로 풀이됩니다.

(사진=중국 외교부 홈피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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