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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에 비틀비틀 2시간 걸어 귀가…"왜 내 택시는 없을까"

불금에 비틀비틀 2시간 걸어 귀가…"왜 내 택시는 없을까"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택시 잡기가 힘들어졌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서울역 앞 택시 승강장 모두 대기열이 20명씩이나 되는 걸 보고 당황했죠. 심야버스마저 없었다면 어떻게 집에 갔을지 아찔합니다."

14일 0시를 막 넘긴 시각 서울역 앞.

지방 출장에서 밤늦게 열차 편으로 돌아온 직장인 A 씨는 택시를 타려고 역 앞 택시 승강장에 갔다가 난감한 상황을 맞닥뜨렸습니다.

20명가량이 이미 대기 줄을 서 있던 겁니다.

이번엔 택시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어보았지만, 일반 택시는 물론 모범택시까지 '이용 가능한 택시가 주변에 없습니다'는 메시지만 연신 떴습니다.

A 씨는 부랴부랴 집 근처까지 닿는 버스를 찾아 뛰었습니다.

평소보다 귀가 시간이 2배 넘게 걸렸지만 그나마 버스라도 남아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네 번째 '불금'인 지난 13일 밤 서울 곳곳에서는 집에 가려는 택시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택시 난민'들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서 밤 11시쯤 택시를 잡던 김정임(32) 씨는 운 좋게 두 차례 빈 택시를 잡았지만 타진 못했습니다.

'경기도로 가자'는 말에 서울 택시기사들이 손사래를 쳤기 때문입니다.

평일 저녁에도 택시 잡기 경쟁이 치열한 강남역 인근의 상황은 더 심했습니다.

14일 새벽 강남역에서 김 모(29) 씨는 "원래는 자정쯤 집에 가려다가 택시가 안 잡힐 것 같아 1시까지 술을 마시며 기다렸다"며 "그런데 1시에도 택시가 잡히지 않아 결국 2시 반까지 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선릉역 인근에서 만난 정 모(27) 씨도 "자정께 집에 가려고 택시를 잡으려고 했는데 30분 가까이 안 잡혀 결국 아빠에게 데리러 와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습니다.

직장인 김 모(28) 씨는 택시 잡기에 실패해 새벽길을 2시간이나 걸었습니다.

그는 "지하철이 집 근처까지 운행하지 않아 중간에 내렸는데 택시가 도무지 안 잡혔다"며 "비틀거리며 2시간이나 걸어 새벽 3시가 다 돼서야 집에 도착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가 불러온 심야 택시 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지하철 심야 연장 운행을 2년 만에 재개했습니다.

시내버스 주요 노선의 막차 시간도 늦추고, 택시 심야요금 할증 시기를 현행 자정에서 밤 10시로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그러나 폭증하는 수요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시절 '배달 업종'으로 전환한 택시기사들이 아직 본업으로 복귀하지 않은 영향도 적지 않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습니다.

택시기사 신 모(66) 씨는 "코로나 불황 때 택시기사들이 배달기사로 많이 빠졌는데 아직 다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며 "택시 대란이라고 하지만 주간에는 한가하다가 야간에만 딱 2시간 바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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