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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ADD 아부다비 사무소-기밀유출-UAE 파트너…의혹의 삼각관계

[취재파일] ADD 아부다비 사무소-기밀유출-UAE 파트너…의혹의 삼각관계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작성 2022.05.15 09:15 수정 2022.05.15 09:1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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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유도로켓 비궁. ADD 퇴직 연구원 2명이 비궁 관련 기밀 기술 자료를 UAE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0년 4~5월 국방과학연구소 ADD의 사상 최대 기밀유출 사건으로 장안이 시끄러웠습니다. 기밀유출에 연루된 ADD 퇴직 연구원이 23명이고, 이중 2명은 국산 첨단 로켓 비궁의 기밀 기술을 가지고 UAE로 잠적한 사건입니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고, ADD는 지난달 조용히 UAE 아부다비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했습니다. 기밀유출 사건은 미궁인데 ADD 기밀유출 용의자들이 달아난 곳에 ADD가 기술협력 하겠다며 사무소를 차렸다는 소식이 며칠 전 뒤늦게 알려지자 많은 이들이 무릎을 쳤습니다.

꺼림직한 단서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ADD 아부다비 사무소의 카운터파트는 UAE의 연구개발 및 계약대행 회사인 TTI(Tawazun Technology and Innovation)이고, TTI의 주소지는 칼리파대학 구내입니다. 칼리파대학은 기밀유출 혐의의 ADD 퇴직 연구원들이 일자리를 잡은 것으로 알려진 곳입니다. ADD 퇴직 연구원들이 TTI와 관련된 일을 한다는 말도 방산업계에서 돌고 있습니다.

기밀유출 혐의의 ADD 퇴직 연구원들이 취업한 곳으로 알려진 UAE 아부다비의 칼리파대학

정리하면 ADD 퇴직 연구원들이 기밀 들고 UAE 칼리파대학에 갔고, ADD는 아부다비에 현지 사무소 개설해 칼리파대학 안의 TTI와 협력 관계를 구축했는데, TTI와 기밀유출 ADD 용의자들의 관련성이 주목되는 것입니다. 여당에서는 "ADD 사무소는 기밀유출 범죄를 합법화하려는 시도"라는 지적이, 국방부에서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기밀유출과 ADD 아부다비 사무소, 그리고 TTI


2020년 4월 말 불거진 ADD 사상 최대의 기밀 유출사건. 퇴직 연구원 23명이 유출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 중 국산 비궁 로켓 개발에 깊이 관여했던 2명이 UAE 칼리파대학 부설연구소에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출된 기술의 가치는 수조 원대로 추산됩니다. 신병 확보가 안 돼 경찰 수사는 2년째 제자리걸음입니다.

기밀 유출 혐의자들의 UAE행에 정부 역할이 있었습니다. UAE 정부가 ADD 같은 기관을 세우고 싶다고 하자 우리 정부는 "ADD 퇴직자들을 데려다 쓰라"고 UAE 측에 제안했습니다. 한-UAE 정부의 이런 협의와 ADD 퇴직 연구원들이 비궁 기밀을 품고 UAE 칼리파대학으로 떠난 사건의 전후관계가 기막히게 맞아떨어집니다.

성일 방사청 본부장, 박종승 ADD 소장, 기무사령관 출신의 이석구 주UAE 대사가 ADD 아부다비 사무소 개소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UAE로 흘러간 첨단 기밀 기술들은 회수하지 못했는데, ADD는 지난달 8일 UAE 아부다비에 현지 사무소를 열었습니다. 방사청의 성일 기반전력사업본부장, ADD의 박종승 소장과 고덕곤 미사일연구원장, 그리고 이석구 주 UAE 대사 등이 개소식에 참석했습니다. UAE 측 개소식 참석자 중 TTI의 대표도 있었습니다. ADD 측은 "아부다비 사무소는 한-UAE 기술협력을 위해 설치됐고, TTI는 현지 카운터파트"라고 밝혔습니다. 아랍의 언론들은 "양국 과학자와 전문가의 교환 프로그램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연결고리는 칼리파대학과 ADD 출신들

UAE 칼리파대학 구내에 TTI가 자리 잡고 있다. 주UAE 한국 대사관도 칼리파대학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기밀유출과 ADD 아부다비 사무소, 그리고 TTI의 제1 연결고리는 UAE 아부다비의 칼리파대학입니다. TTI는 칼리파대학 안에 있습니다. 기밀유출 혐의의 ADD 퇴직 연구원들이 숨어있다는 바로 그곳입니다. UAE에 정통한 방산업체 A사의 관계자는 "기밀유출 혐의의 ADD 퇴직 연구원들이 TTI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으로 안다", "그들이 UAE에서 받는 월 급여가 4천만 원 이상"이라고 말했습니다.

ADD 기밀유출 사건에서 모종의 역할을 한 것으로 지목되던 ADD 출신들도 TTI 직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방산업체 B사의 관계자는 "ADD 출신의 홍 모 씨와 이 모 씨가 TTI의 기술 임원(CTO)을 맡아 기술 도입 업무를 하고 있다", "그들은 칼리파대학에도 적(籍)을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 씨는 방산업계에서 중동의 기술 브로커로 통합니다. ADD 기밀유출 사건이 터졌을 때 퇴직자들의 UAE행에 다리를 놓았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ADD가 아부다비에 기술협력을 위한 현지 사무소를 열고 TTI라는 회사를 현지 파트너로 삼았는데, TTI와 기밀유출 혐의의 ADD 퇴직 연구원들의 관계가 심상치 않은 것입니다. 또 TTI의 기술 임원은 ADD 출신의 '유명인사'입니다. 의혹의 눈길을 거두기 힘든 구도입니다.

관계당국 조사 이어지나

[취재파일]공정(公正)의 정부라는데…방사청과 그 주변은 공정 아닌 내정

방사청과 ADD의 공식 입장은 "TTI를 잘 모른다"입니다. ADD의 핵심 관계자는 "TTI는 UAE 무기 조달 기관 산하의 회사로 ADD 아부다비 사무소의 카운터파트"라면서도 "TTI의 위치도 몰랐고, TTI에 ADD 출신 임원들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방사청은 한발 더 나아가 "ADD 사무소와 TTI는 아무 관계도 없다"고 했다가 취소하고, "ADD가 아니라, 방사청이 TTI와 관계가 없다"로 말을 바꿨습니다. 이어 "개소식에 참석한 성일 본부장은 TTI의 ADD 출신 임원들을 만난 적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ADD의 아부다비 사무소 개설은 방사청과 ADD가 협의해서 진행한 일입니다. 방사청과 ADD가 UAE 정부와 의논해서 아부다비 사무소의 카운터파트로 TTI를 정했을 터. 그런데 방사청과 ADD는 이구동성으로 "TTI를 잘 모른다"고 주장합니다. 방산업체들도 TTI를 속속들이 아는데 방사청과 ADD는 모르쇠입니다. 이해가 안 됩니다.

여당의 국방 전문가는 "기밀유출의 불법을 ADD 현지 사무소로 합법화하겠다는 것이냐"고 꼬집었습니다. ADD의 한 간부는 "ADD 내부에서도 아부다비 사무소 개설에 반대가 있었다", "처벌받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사무소 개설 과정 전반에 대해)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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