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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비하인드] '문재인 방역'과 '윤석열 방역', 어떻게 다를까?

'문재인 방역'과 '윤석열 방역' 어떻게 다를까?
※ '코로나 비하인드'는 코로나19 취재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SBS 보도본부 생활문화부 박수진 기자의 취재기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기사에는 담지 못했던 박 기자의 취재물과 생각들을 독자들께 풀어놓습니다. [편집자 주]

K-방역. 지금은 조금 생경하게 느껴지지만, 코로나 유행 초기였던 2020년 만해도 심심찮게 사용하던 단어입니다. 해외에서는 K-quarantine model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한국은 어떻게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대처했나(2020.9.25. 월스트리트저널)>처럼 K-방역을 조명하는 외신 기사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정부 발표 자료에서는 <K-방역의 경험을 전 세계와 공유 합니다(2020.5.4. 복지부 보도자료)>처럼, 한국 정부의 코로나 대응 전략을 알리는 용도로 자주 사용됐습니다.
 
K-방역의 정확한 정의는 뭘까요? 일반 명사처럼 쓰일 수 있는 단어일까, 좀 고민을 했는데요. 현재까지는 지난 9일 퇴임한 문재인 정부가 펼친 2년간의 코로나 대응 정책으로 보는 게 정확하단 생각입니다. K-방역이란 단어가 등장한 것도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고, 해외에서 한국의 코로나 대응 전략을 높이 평가하며 이 단어를 사용한 주요 근거가 ▲3T 전략(Testing, Tracing, Treatment) ▲중앙 집중식 통제와 소통 ▲높은 마스크 착용률과 백신접종률 등 문재인 정부의 핵심 방역 전략과 일치하기도 합니다. 문재인 정부가 퇴임하며 공개한 국정백서에도 <세계 선도모델로 자리매김한 K-방역> <위기 상황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K-방역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창출할 만큼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 받는다> (국정백서 8권 ‘국민과 함께 만든 K-방역’中) 등 K-방역이 여러 차례 등장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마지막 일성에서 ‘성공한 방역’을 거듭 언급했습니다.
 
이런 평가를 공감하는 여론도 있지만, “자화자찬”이라는 비판 여론도 있습니다. K-방역이라는 단어가 한창 유행하던 2020년과 비교해 ‘공감하지 못하는’ 여론이 많아졌다는 건, 초기엔 성공적이었지만 지속적이진 못했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K-방역 시즌1이 처음 보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이었다면, 윤석열 정부의 시즌2는 어떤 바이러스의 습격에도 방어 가능한 체계를 만드는 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즌 1을 돌아보며 시즌 2의 방향을 짚어보려 합니다.

[코로나 비하인드] '문재인 방역'과 '윤석열 방역', 어떻게 다를까?

K-방역 시즌1 단상 : 2021년 11월 1일

K-방역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도 공통적으로 “아쉽다” 말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2021년 11월 1일입니다. 이날은 “확진자가 늘어도 이제는 일상 회복을 시작할 때”라며 단계적 일상 회복(위드 코로나)을 시작했던 날입니다. 사적모임 인원 제한은 (수도권 10명, 비수도권 12명)은 남겨두었지만, 영업시간 제한 등 대부분의 수칙을 완화했습니다.

이 시기는 델타 바이러스 유행 막바지로, 늘어난 유행 규모에 따른 위중증과 사망자가 후행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11월 1일 신규 확진자는 1,686명·위중증 34명·사망자 9명에 불과했지만, 한 달 후 12월 1일은 신규 확진 5,123명·위중증 723명·사망자 34명까지 늘었습니다. 이후 신규 확진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위중증 환자는 1월 초까지 1천 명대를 유지하며 의료 현장은 ‘중환자 병상 대란’을 겪어야 했습니다. 병상이 없어 불안해하던 환자들과 지칠 대로 지쳤던 의료 현장의 혼란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결국 병원을 대상으로 코로나 병상 확보 행정명령이 여러 차례 내려집니다. 문재인 정부 방역 정책 실행의 중심 역할을 했던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지난 11월 일상 회복은 준비가 미흡한 채로 시작됐다. 당시에 대통령에게도 많이 혼났다. 확진자 수가 아니라 위중증과 사망자 케어를 중심으로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정작 중환자 병상이나 이런 게 제대로 준비가 안 돼 있던 상황이었다. 대통령이 회의에서 실무자들을 크게 질책했고, 유영민 비서실장에게 책임지고 병상을 만들라고 지시를 했었다. 그래서 국립대병원들하고 같이 해서 중환자 병상을 급하게 늘린 거였다. 당시엔 ‘이제 꺾일 텐데 굳이 만들어야 하나’ 싶은 생각도 있었는데, 이후 유행 규모 커지는 거 보면서 늦었지만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1월 1일의 단계적 일상 회복 판단이 ‘착오’였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닥쳐올 변이의 습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대비도 부실했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발견된 건 12월 초. 아직 델타 유행이 이어지며 위중증과 사망자가 급격히 늘던 시기였습니다. 델타 유행의 혼란이 계속되던 중 맞닥뜨린 새 변이. 방역 정책은 우왕좌왕했고, 결국 단계적 일상 회복은 한 달 만에 중단됐습니다. 이후 모임 인원, 영업시간을 더 강력하게 제한하는 거리두기가 이어졌는데 국민 수용성은 예전 같지 않았습니다.

K-방역의 핵심이었던 ‘3T 전략’이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빠른 진단 검사와 추적이 무기였던 3T 전략은, 감염 경로를 파악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전파력을 지닌 오미크론 변이 앞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추적이 되지 않으니, 정부는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만’ 출입을 허용해서 감염을 최소화한다는 ‘방역패스’를 강화했지만, 백신 접종 효과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던 사회 분위기 속 미접종자 차별 논란까지 더해지며 혼란과 갈등은 커져갔고, 결국 감염 방지의 효과는 제대로 평가해보기도 전에 법의 벽에 부딪혀 중단됐습니다.

덕분에 챌린지 포즈를 하는 김부겸 총리 등의 모습

K-방역 시즌1 단상: 의료 현장의 혼란과 희생

‘덕분에 챌린지’. 코로나 방역 일선에서 고생하는 의료진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의미로, 코로나 유행 초기 고마움과 존경의 의미를 담은 수어 동작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촬영해 SNS에 올리는 캠페인이었습니다. 하지만 감사의 마음만으로 버티기엔 코로나 유행은 생각보다 길었습니다. 신천지 발 1차 유행이 확산하던 때 감염 위험 속에서도 자원해 대구로 향하던 의료진의 사명감도 2년 넘게 이어지는 유행을 버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난 2일 국립중앙의료원 주최로 열린 <코로나 이후, 감염병 대응체계 개혁 왜 필요 한가> 포럼에서 나온 의료 현장의 증언은 곱씹어 볼 만합니다.
 
“K-방역 후반부에는 모든 것이 의도대로 되지 않는 상황을 겪었다. 비약물적 중재에선 우수한 성과를 보였지만, 의료체계를 관리하고 자원을 분배, 재배치하는데 부족함이 많았다. 의료 체계가 넘치지 않도록 확대하고 효율화하는 것에 부족함이 있었다. 정책은 현실에 맞게 바꿔가면서 대응해야 하는데 초반 전략을 변함없이 이어가는 오류가 나타났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

코로나 환자의 증감에 따라 공공병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하고, 민간 병원에 행정 명령을 내려 병상을 늘리고 줄이는 일이 2년간 반복됐습니다. 처음 겪어보는 유행이니 그때그때 적절한 대처를 찾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던 게 사실이지만, 의료 현장에선 ‘땜질식 처방’이 이어지면서 근본적인 감염병 의료 대응 체계 구축은 불가능했습니다. 서울의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렇게 털어놨습니다.
 
“복지부와 지자체에서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때까지만 부탁한다’는 취지로 지시를 내린 게 몇 번인지 모른다. 그럴 때마다 또 병상을 늘렸고, 중등증 환자만 볼 수 있는 병원에 중환자까지 밀어 넣는 일들이 반복됐다. 정부는 행정명령을 내리면 끝이지만, 의료진을 설득하고 달래며 끌어가는 건 병원 몫이었다”

이런 현상은,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할 방역과 의료가 뒤섞인 정책의 부작용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임준 국립중앙의료원 본부장은 지난 2일 포럼에서 “방역과 의료는 대상자, 접근방식, 목적이 본질적으로 다른데도 의료를 방역에 포함시키는 정책을 시행했다. 불필요한 입원 증가, 의료자원의 비효율적 소모, 입원·치료 필요 환자에 대한 적시·적정 치료 불가, 비코로나 환자의 진료 차질 등 부차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 비하인드] '문재인 방역'과 '윤석열 방역', 어떻게 다를까?

K-방역 시즌2 : 정치 방역 대신 ‘과학 방역’, 가능할까?

K-방역의 지속성이 떨어지던 시기가 권력 교체기와 맞물리면서 대선 전후로 지난 2년의 방역 정책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으로도 첨예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전 정부의 방역을 ‘정치 방역’으로 정의하며 앞으로 ‘과학 방역’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새 정부가 준비 중인 방역 정책은 얼마나 과학적일까요?

윤석열 정부가 취임 후 100일 안에 해결하겠다고 선언한 코로나 방역 과제는 34개입니다. 총 4개의 카테고리로 구분되는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방역 정책 ▲지속가능한 감염병 대응체계 ▲고위험군 보호 대책 ▲안전한 백신과 충분한 치료제 확보입니다.



전국 단위 항체 양성률 조사, 방역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실외 마스크 전면 해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 등이 ‘과학적 근거 기반한 방역 정책’ 과제에 포함되는데요. 이중 실외 마스크 전면 해제의 경우는 당장 한 달 안에 여부를 결정해야 할 단기 과제이기도 합니다. 일반 의료 중심 체계로 전환, 응급 특수환자 치료체계 강화, 재유행 대비 병상 인력확보 대책, 감염병 등급 조정 및 격리 체제 개편, 세계 최고 수준의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 등이 ‘지속 가능한 감염병 대응체계’ 마련을 위한 세부 과제인데, 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진행 중이던 것들도 포함돼있습니다. 확진자 격리 의무를 해제하는 격리 체계 개편은 국민들 관심이 많은 내용이라 이르면 이번 주 방향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새 정부가 “확진자가 발생하면 해당 업종을 모두 문 닫게 하던 과거와는 다른 방역 대책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아직 구체적 액션플랜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과학적 차별성을 따지긴 좀 이릅니다. 우선 과제로 놓인 실외 마스크 프리 선언이나, 확진자 격리 의무 해제 논의가 어떤 근거를 갖고 결정되는지가 아마도 새 정부 과학 방역의 첫 가늠자가 될 것 같습니다. “정치방역”이라고 규정한 전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과 뚜렷한 차이점이 없다면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일지 모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내 나노종합기술원을 방문, 반도체 연구 현장을 둘러보던 중 나노기술을 접목한 코로나검사키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어떤 바이러스의 습격에도 버틸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의료 현장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할 텐데요. 의료계에서는 감염병 의료 대응 시스템의 표준화를 요구합니다. 그때그때 유행 상황에 따른 일시적 땜질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인력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송관영 서울의료원 원장은 SBS와 인터뷰에서 “코로나 전담병원을 경험한 병원으로서 가장 바라는 건, 감염병 환자를 격리하려면 (지금까지의 시스템에선) 일반 환자를 다 내보내고 음압기를 새로 달고 이런 절차를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어렵기도 하고 정상적이지도 않다. 우리나라 국격 수준으로 볼 때, 어떤 감염병 유행이 온다하더라도 이런 하드웨어는 미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새 정부 방역 과제에 포함된 중앙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이 구체적 대책 중 하나인데, 이를 두고도 병원 하나 짓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시스템으로 작동되게 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게 핵심이란 지적도 나옵니다. “중대본 등 중앙 정부가 카톡방에서 인력이나 병상을 배정하는 임시적 시스템이 아니라, 중앙감염병병원을 중심으로 인력과 의료 자원을 파악하고 배치하는 업무가 의료 현장에서 돌아갈 수 있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단 의견도 있습니다.

정치 방역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새 정부 출범 직후 방역 당국은 신구 권력 교체에 따른 직격탄을 가장 크게 맞고 있습니다. 국무총리가 맡아야 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도 공석, 방역 수장인 보건복지부 장관과 질병관리청장도 아직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정책 실행은 실무자들이 하는 것이지만, 선장이 없는 배는 방황하기 쉽습니다.

(취재 : 박수진, PD : 김도균, 일러스트 : 김정연, 제작 : D콘텐츠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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