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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는 순간 내 자식인데…" 위탁가정 부모들의 하소연

"품는 순간 내 자식인데…" 위탁가정 부모들의 하소연

박세원, 신정은 기자

작성 2022.05.13 21:15 수정 2022.05.13 22:2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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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정에서 학대를 당했거나 친부모의 여러 사정으로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은 쉼터나 보호시설, 또는 '위탁가정'에 머물게 됩니다. 특히 보통의 가정과 비슷한 환경인 위탁가정에서 돌볼 때  장점이 많은데, 이걸 가로막는 현실의 어려움이 적지 않습니다.

박세원, 신정은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박세원 기자>

생후 5개월 아기일 때 처음 만나 위탁 보호한 지 6년.

예원이는 오연정 씨에게 가슴으로 낳은 아이입니다.

[오연정/위탁가정 부모 : '엄마 배에 내가 있었어?' 계속 매일 물어보더라고요. '엄마 가슴으로 낳았어' 그러면 '그 가슴을 베고 나왔어?' 자꾸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응' 하니까 '응' 하는 순간에 애가 웃더라고요.]

보호 아동이라고 행여나 서운한 일 겪을까, 더 소중하게 키우는데,

[오연정/위탁가정 부모 : 남들이 봤을 때 '예쁘다' 이런 걸 입히고 신기고 하지 아무거나는 또 못하겠거든요. 그렇게 애지중지. 키우다 보면 남의 자식이라는 그런 게 없어요.]

현실에서 마주한 건 편견 어린 따가운 시선이었습니다.

[오연정/위탁가정 부모 : '힘든데 왜 하느냐'고 '돈 주느냐' 그런 말 듣는 게 굉장히 기분이 나쁘죠. 우리나라에서 너무 위탁에 대해서 너무 무관심하게…]

위탁 가정의 아동 학대 뉴스가 나오면 전체 위탁가정의 문제로 비치지 않을까 걱정되고 훈육도 학대처럼 보일까 위축됩니다.

[오연정/위탁가정 부모 : 어떤 아기가 뒤로 나자빠지고 하는 거 엄마 아빠가 이렇게 잡고 나오더라고요. 우리가 그렇게 했더라면 벌써 뉴스에 나오고 그랬을 거예요.]

주민등록상 동거인 신분이라 하고 싶어도 못하는 부모 역할이 있을 때, 가장 안타깝습니다.

[오연정/위탁가정 부모 : 기도 좀 살려줄 겸 (국공립어린이집) 학부모 운영위원회를 하겠다고 신청했어요. 서류들을 다 떼서 가져갔는데 결론은 못 한다고.]

20년 넘게 유아교육 일을 하다 은퇴 후 가정위탁을 시작한 강연숙 씨.

위탁가정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힘들 때가 많습니다.

[강연숙/위탁가정 부모 : 가정 위탁은 뭐 잘 모르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가정 위탁이 오래되어 19년이라고는 하지만 오래되어 있다고 생각을 못 하는….]

가정위탁 아동 물품을 지원받으려 해도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알아보고 공무원들에게 오히려 설명을 해줘야 했습니다.

[강연숙/위탁가정 부모 :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여기저기 찾아보기도 하고. 구청에 전화해서 알려주고 주민센터에 알려주고. '자 내가 이런 걸 알았는데 이런 게 있다더라' 그러면 알아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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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은 기자>

가정 위탁은 친 가정으로 아이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복귀시키는 게 목표인데, 이 과정에서 아이 상태를 잘 아는 위탁부모 의견은 배제되고 있습니다.

급작스러운 위탁 종료 통보를 받고 부랴부랴 짐을 싸 사흘 뒤 아이를 돌려보낸 김은경 씨.

친부모의 요청과 사례결정심의위원회 결정으로 6개월 위탁 기간이 두 달 축소된 겁니다.

[김은경/위탁가정 부모 : 아이도 이제 안정감을 찾고 나도 아이한테 적응하고, 담당자한테 분명히 얘기했어요. '이제 말문이 막 트이기 시작했다'.]

복귀 준비 과정 없이 맞은 이별은 큰 상처가 됐습니다.

[김은경/위탁가정 부모 : 어느 시기에 이 아이를 친가정에 복귀시키는 것이 가장 좋겠다는 걸 같이 회의해서 결정하면 참 좋았을 것을. 제가 이렇게까지 슬플 줄 몰랐어요. 지금도 이렇게 눈이 퉁퉁 부어가지고.]

전국 위탁 부모 16명을 온라인으로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가정 위탁, 주변에 추천하겠냐고 물었습니다.

[신정은 기자 : 아이만 생각하면 하고 싶다. 근데 제도만 생각하면 'X'라고 하셨는데….]

[경남 위탁가정 부모 : 계절 바뀌었죠. (옷) 사이즈는 또 올라갔죠. 사실 그보다 돈을 더 많이 써요. 학원비며 학습지도 시켜야 하고 그러면 사실 식비는 일절 없어요.]

대부분 위탁가정이 지원금 이상의 지출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양육지원금으로 월 30~50만 원까지 연령별 차등 지급을 권고하지만, 실제 지원은 월 20만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급비 지출 영수증을 내라고 해 가족이 함께 장을 보면서, 보호 아동 몫은 따로 결제해야 합니다.

[권정임/위탁가정 부모 : 그래야 저희가 나중에 영수증 처리하기가 쉽기 때문이에요. 아이 앞에서 자기가 이 가족의 일원이 아니라는 걸 계속 증명해야 되는 상황인 거예요.]

행정 편의주의로 지나친 부담을 지우고 있다는 겁니다.

[정봉임/위탁가정 부모 : 공동체적 가치를 실천하고 있는 파트너로 본다면 이렇게 제도를 끌고 가면 안 돼요. 위탁 가정을 소진시키는 일이고요. (정부 목표인) 2024년까지 가정위탁보호율 37% 그렇게 안 돼요.]

가정위탁 보호율이 70%가 넘는 미국에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편견이 거의 없고,

[김은진/LA 한인가정상담소 (사회복지사) : 미국에는 보육원이 없어요. 기본적으로 일반 가정에서 아이가 보살핌 받는 것이 아이에게 가장 좋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보호 아동과 위탁가정 중심의 관리, 점검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김은진/LA 한인가정상담소 (사회복지사) : 영수증을 본다거나 그러지 않아요. 그 대신 매주 아이들을 방문면담하고 아이의 상태를 점검하면서 그 기본금이 아이들에게 잘 쓰여지고 있는지….]

(영상취재 : 김균종·전경배·김태훈·김용우, 영상편집 : 박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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