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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ADD, 조용히 'UAE 사무소' 개설…UAE 기밀 유출은 미궁인데

국방과학연구소 ADD가 지난달 UAE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DD와 방사청, UAE 국방부의 고위직 여럿이 아부다비에서 열린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습니다. 방사청이나 ADD는 보도자료 내서 홍보했음직도 한데 함구했습니다. UAE 국방부의 공지와 UAE 언론 보도로 국내에 소문이 돌지 않았다면 묻힐 뻔한 소식입니다.

ADD와 UAE의 관계는 독특합니다. 국산 비궁 로켓 기밀 유출 혐의를 받는 ADD 퇴직 연구원 몇 명이 UAE로 잠적한 상태입니다. 천문학적 액수의 가치가 있는 국방과학 기밀의 유출이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는데, 경찰 수사는 흐지부지 됐습니다.

이에 앞서 UAE는 우리 정부에 'UAE판 ADD' 설립의 협조를 요청한 바 있습니다. 검토 결과 우리 정부가 직접 도울 방도가 없는 것으로 나왔고, 정부는 대신 ADD 퇴직 인력의 지원을 기획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기밀 유출 혐의의 퇴직 연구원들이 UAE로 빠져나갔으니 ADD 기밀 유출사건의 정부 책임론이 제기됐습니다.

그런 UAE에 ADD가 사무소를 개설했고, 공개하지도 않았습니다. 사무소 개소 시기도 대선과 새 정부 출범일 사이의 어지러운 정권 교체기입니다. ADD 퇴직 연구원들의 UAE 기밀 유출과 ADD의 UAE 사무소 개설이 무관했으면 좋겠지만, 전문가들 입에서 "수상하고 심각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UAE로 간 ADD · 방사청 고위직들

 
ADD UAE 사무소 개소 소식을 알린 UAE 국방부 트위터. 성일 방사청 본부장, 박종승 ADD 소장과 함께 기무사령관 출신의 이석구 주UAE대사가 현지에서 기념 촬영했다.
 
UAE 국방부는 트위터를 통해 현지 시간 4월 8일 UAE 아부다비에 ADD 사무소가 개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성일 방사청 기반전력사업본부장, 박종승 ADD 소장, 기무사령관 출신의 이석구 주UAE 대사가 무바라크 알 자브리 UAE 국방부 차관보와 기념 촬영한 사진도 올렸습니다. 고덕곤 ADD 미사일연구원장, 고관옥 국방무관, 압둘라 아부쉐하드 알푸라이티 TTI사 대표 등도 개소식에 참석했습니다.

UAE의 한 뉴스통신사는 ADD 사무소의 역할에 대해 "한-UAE 양국의 상호 이익에 봉사하기 위해 공동의 연구개발을 강화하고 지속적인 협력과 엔지니어 및 전문가 교류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무바라크 알 자브리 차관보는 "UAE는 군수산업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원들의 본부로서 위상을 공고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첨단 기술 솔루션 채택에 오랜 경험을 가진 한국과의 협력이 UAE의 방위산업 발전과 성공에 결정적"이라고 말했다고 통신사는 보도했습니다.

한-UAE 국방과학 기술의 차이를 감안해 UAE 측의 설명을 곱씹으면 앞으로 ADD 연구개발 노하우와 기술의 UAE 이전이 진행될 것 같습니다. 더 나아가 ADD 현지 사무소는 UAE가 희망하는 'UAE판 ADD' 설립의 밑돌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UAE로 간 기밀 유출 ADD 퇴직 연구원들

2020년 4월 말 불거진 ADD 사상 최대의 기밀 유출사건. 퇴직 연구원 23명이 유출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 중 국산 비궁 로켓 개발에 깊이 관여했던 2명이 UAE 칼리파대학 부설연구소에 자리 잡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칼리파대학에는 이들 외에도 ADD 퇴직 연구원 4~5명이 더 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국산 유도로켓 비궁. ADD 퇴직 연구원들 몇명이 비궁 관련 기밀 기술 자료를 UAE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고, 서울경찰청과 대전경찰청의 보안수사대가 투입됐습니다. 대통령 지시가 무색하게 2년이 지난 현재까지 23명에 대한 수사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UAE로 떠난 기밀 유출 혐의 퇴직자들에 대한 수사는 아예 이뤄지지도 않았습니다. 묻히는 분위기입니다.

기밀 유출 혐의자들의 UAE행에 정부 책임이 작지 않습니다. 전직 국방부 고위직은 "ADD 퇴직자들을 데려다 쓰라고 우리가 UAE 측에 제안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전직 고위 인사는 "UAE가 ADD 같은 기관을 갖고 싶어 했지만 설립하지 못하니까 우리가 국방 R&D를 어떻게 하는지 가이드해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DD 퇴직 연구원들의 UAE행은 정부의 기획과 방조의 결과로 해석될 소지가 큽니다.
 

ADD 사무소, 정상적 협력인가

정부가 터준 길을 따라 ADD 퇴직 연구원들이 기밀 들고 UAE로 갔고, 방사청과 ADD는 액수를 매기기 어렵다는 유출 기술의 반환에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아예 UAE에 ADD 사무소까지 냈습니다. 여당의 한 국방 전문가는 "ADD의 UAE 사무소 개설은 수상하고 심각한 사건"이라며 "UAE 기밀 유출의 불법을 UAE 현지 사무소로 합법화하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한 민간 군사전문가는 박종승 소장, 성일 본부장, 고덕곤 원장, 이석구 대사 등을 거론하며 "눈치가 없는 건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인지 헷갈린다"고 꼬집었습니다.

천궁-Ⅱ UAE 수출의 대가로 기술을 이전하는 것이라고 해도 이해가 잘 안 됩니다. 수출과 연계된 현지 사무소라면 업체가 개설해야 하고, 기술도 업체 수준에서 이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천궁-Ⅱ 수출 조건에 기술 이전, ADD 현지 사무소 개설과 같은 반대급부가 포함됐다는 발표는 없었습니다.

ADD는 UAE 사무소의 정체를 묻는 기자 질의에 "국방과학 기술 협력을 위한 1인 연락사무소"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소소한 1인 사무소라는데 ADD의 1, 2인자와 방사청의 3인자, 그리고 주UAE 대사와 국방무관이 무더기로 개소식에 참석한 것 자체가 이상합니다. UAE 측 참석 인사들도 간단치 않았습니다.

ADD는 또 "해외 사무소 운영을 언론에 홍보한 사례가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요즘 들어 홍보에 각별히 공을 들이는 방사청과 ADD답지 않은 해명입니다. 한-UAE 양측 중 한쪽만 홍보했다는 것은 한쪽에 특히 유리한 일이라는 방증으로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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