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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희롱성 폭언" 도움 요청해도 가해 교사 조치 없었다

<앵커>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여학생에게 성희롱성 폭언을 했습니다. 피해 학생이 어렵게 입을 열었는데, 이것을 알게 된 학교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박세원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해 4월, 중학교 동아리 시간에 A 양은 교사 B 씨로부터 성희롱성 폭언을 들었습니다.

친구에게 카카오톡 기프티콘으로 피임기구를 보낸 것을 B 교사가 알게 되면서였습니다.

[A 양/피해자 : 장난삼아 선물을 줬는데, (받은 친구가) 그거를 선생님한테 장난삼아 얘기를 또 한 거죠. 그랬더니 선생님이 갑자기, 뭐 창X(성매매 여성) 막 이런 얘기도 하시고 미친X 이다. XXX이 같은 그런….]

폭언은 30분 정도 이어졌고, 다른 친구들 앞에서도 반복됐다고 A 양은 주장했습니다.

[A 양/피해자 : 관련 없는 친구들인데 걔네들 앞에서도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미친 X 아니냐 이러면서 또 얘기하시고….]

도움을 청하기 위해 교감을 찾아갔지만, 예상치 못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A 양/피해자 : 울면서 얘기를 했는데도 (교감이) 우리가 뭘 해줘야 되냐, 뭐 할 수 있는 게 없다. 선생님 원래 그런 거 너 알지 않느냐, 네가 이해해라 이러면서….]

동아리 교사 교체를 요구했지만, 오히려 A 양의 동아리가 바뀌었고, B 교사가 담당하는 다른 교과목 수업도 계속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A 양은 B 씨를 마주칠까 걱정돼 이후 학교에 가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10월 사건을 뒤늦게 알게 된 A 양의 어머니가 학교에 신고했고, 발생 8개월 만에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렸습니다.

학폭위는 "B 씨의 발언이 지도 차원에서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상당성의 범위를 넘어서는 언행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학교 폭력을 인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피해자 A 양에 대한 심리 상담 결정만 내리고, B 씨에 대해서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 : (학폭위에서) 피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조치는 내려줄 수는 있지만 가해자가 성인일 때 가해자에 대한 조치는 없습니다.]

그 사이 B 씨는 생활인권안전부장을 맡아서 같은 학교에서 근무 중입니다.

반면 A 양은 등교 일수가 모자라다는 이유로 중학교 졸업이 유예됐고, 심리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B 씨는 "피임기구를 선물한 걸 다른 사람들이 알면 안 좋게 볼 수 있다는 취지로 훈육을 했을 뿐"이라며 "혼낸 시간도 10여 분"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학교 측은 사건 발생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김태훈·최대웅, 영상편집 : 김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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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Q. 학폭위에서 교사의 폭언 자체보다는 다른 쪽에 더 주목했던 것 같다고요?

[박세원 기자 : 저희가 해당 학폭위 회의록을 입수했는데요. 심의 시간의 절반 정도를 A 양의 평소 출결 문제를 따지는 데 할애했습니다. 교사의 폭언으로 장기 결석을 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 그 인과관계를 따지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피해 학생으로서는 또 한 번 고통스러운 상황이었을 겁니다. 평소 학교생활이 모범적이지 않다고 해도, 또 아무리 나쁜 행동을 했다고 해도 교사가 학생에게 그런 성희롱성 발언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이겠죠. 교사 B 씨도 학생에게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Q. 학교에서 교사에게 아무 책임을 묻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박세원 기자 :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을 보면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학생으로 규정이 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가해자가 학생이 아닐 경우에는 학교폭력위원회가 또다시 처벌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렇다면 여기서 멈출 것이 아니라 학교 차원에서 교사의 성희롱 문제를 징계위에 회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교 쪽에서는 그러한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피해 학생이 경찰에 고소를 해야만 가해 교사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학생과 부모에게는 또다시 힘겨운 싸움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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