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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뒤 백악산 걸어보니…나무가 둘러싼 '도심 속 섬'

청와대 뒤 백악산 걸어보니…나무가 둘러싼 '도심 속 섬'
날이 환하게 밝은 오늘(10일) 오전 7시.

청와대 춘추관 앞에 모인 사람들이 "북악의 새아침 열어갈 새길"이라는 구호를 외친 뒤 한꺼번에 문을 통과했습니다.

산행을 시작한 이들은 대부분 청와대 인근 삼청동 주민이었습니다.

춘추관과 녹지원 사이에서 기념사진을 찍고는 무궁화 문장이 새겨진 육중한 철문을 지나 명승 백악산(북악산)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청와대 개방과 맞물려 이날 백악산도 1968년 1월 이른바 '김신조 사태' 이후 54년 만에 일반에 완전히 공개됐습니다.

조선시대 한양의 주산인 백악산은 청와대와 경복궁을 품고 있습니다.

산에 오르면 청와대는 물론 서울 도심이 한눈에 보여 경호상 이유로 오랫동안 출입이 통제됐습니다.

2005년 한양도성 북문인 숙정문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됐고, 지난달 백악산 남측 구역에 이어 오늘 청와대 구역의 문도 열렸습니다.

경복궁에서 바라보면 우뚝 솟은 백악산은 최고봉이 해발 342m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경사는 상당히 가파른 편입니다.

하얀 화강암과 아름다운 나무들이 조화를 이뤄 경치가 아름답다고 알려졌습니다.

춘추관에서 백악정까지는 왼쪽에 높은 담장, 오른쪽에 철책이 있었습니다.

곳곳에 초소 같은 군사시설이 보여서 어제까지만 해도 삼엄한 경비가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백악산을 서울 분지를 둘러싸는 자연 요새라고 설명하는데, 청와대는 현대에 만들어진 '인공 요새'라는 느낌을 줬습니다.

하지만 백악산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군사시설의 흔적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울창한 나무가 우거져 걷기 좋은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부부가 지난해 심은 은행나무도 보였습니다.

전반적으로는 마치 도심 속에 조성한 '녹색 섬'과 같았습니다.

40년 넘게 삼청동에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옛날에는 백악산에 접근도 하지 못했다"며 "죽기 전에 꼭 와 보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 동쪽 춘추관과 서쪽 칠궁에서 시작되는 새 등산로는 백악정에서 합쳐집니다.

이곳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부부가 2001년 기념 식수한 느티나무와 '대한민국의 중심을 지키는 심장부'라는 문구를 볼 수 있었습니다.

백악정부터는 본격적으로 등산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전 구간까지 아스팔트였던 등산로는 새로 설치한 목재 데크로 바뀌었고, 군사시설도 거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전망대에서는 청와대 담장 너머로 경복궁과 빌딩 숲, 서울타워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습니다.

다시 백악정으로 돌아가 칠궁 쪽으로 하산하니 정확히 1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걸음 수는 약 5천500보여서 산행을 겸한 산책 코스로 적당했습니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교통 상황을 통제하던 경찰은 없었고, 청와대 개방 행사와 궁중문화축전을 준비하는 사람들만 분주하게 오갔습니다.

백악산은 5∼8월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오를 수 있으며, 입산 마감 시간은 오후 5시입니다.

청와대 개방 행사 기간인 22일까지는 춘추관 대신 금융연수원 인근 출입구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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