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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北 SLBM 발사 온전히 포착…軍 경계태세 단단했다

[취재파일] 北 SLBM 발사 온전히 포착…軍 경계태세 단단했다
▲ 북한이 작년 10월 시험 발사한 SLBM. 그제 발사 SLBM과 비행제원이 거의 비슷하다.

북한이 그제(7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SLBM을 쏘자 "요격이 어렵다", "사드도 속수무책"이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보도들이 나왔습니다. 지난달 16일 북한이 사거리 짧은 신형 전술 미사일 2발을 쐈을 때 군이 당일 발표하지 않자 일부 언론과 야당은 "늑장 대응했다", "하루 동안 숨겼다"며 군을 공격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이렇게 자동반사적으로 우리 군의 현재와 미래 대응 능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따라 나옵니다. 맞는 지적일까요.

그제 SLBM과 지난달 전술 미사일 발사에 앞서 우리 군은 북한의 발사 징후를 온전히 포착했습니다. 두 미사일 모두 공교롭게 주말 취약 시간대에 발사됐지만, 합참과 각 군의 관련 직위자들은 일찌감치 제 자리를 지켰습니다.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을 치밀하게 감시한 것입니다.

남쪽을 겨냥한 발사였다면 통수권자와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발 빠른 군사적 대처를 할 수 있었습니다. 북한의 이전 대형 도발들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도 이번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종섭 국방장관 후보자는 "장병들의 대적관 약화가 경계작전태세의 이완으로 이어졌다"고 국회에 보고했는데, 우리 군의 대적관과 경계작전태세는 그 정도로 허술하지 않습니다.
 

SLBM 발사 최소 하루 전 징후 탐지


SBS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 군은 아무리 늦어도 북한의 신포 앞바다 SLBM 발사 하루 전인 지난 6일 오후 그 징후를 포착했습니다. SLBM을 쏠 수 있는 유일한 북한 잠수함인 고래급의 특이 기동과 신포 기지의 이상 움직임을 잡아낸 것입니다. 합참과 각 군의 대응 담당 직위자들은 군 표현대로 "다종의 정보 수단을 동원해 예의주시"했습니다. 한 현역 장교는 "금요일 밤, 토요일 새벽을 뜬눈으로 보냈다"고 털어놨습니다.

북한 고래급 잠수함은 그제 오후 2시 7분 SLBM을 쐈습니다. 불과 2분 뒤인 오후 2시 9분 합참은 "북, 동해상으로 미상발사체 발사"라는 짧은 문자 메시지 공지를 출입 기자들에게 보냈습니다. 얼마 안 돼 미사일 종류와 고도, 비행거리 등 제원 정보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제처럼 행적이 완전히 노출된 고래급 잠수함은 유사시였다면 우리 군의 대잠 공격에 수장을 면치 못했습니다. 운이 좋아 고래급이 발사에 성공했다고 해도 북한 SLBM은 우리 군의 탐지, 추적, 요격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본다

2019년 7월 김정은이 신형 잠수함 건조 현장을 시찰했다. 이 잠수함은 대북규제에 따른 부품난으로 아직도 완성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위협을 과소평가해도 안 되지만,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도 안 됩니다. SLBM은 비대칭 무기로 위협적이지만, 북한 SLBM은 현존 위협이 아닙니다. 고래급 잠수함은 SLBM 딱 1발 실을 수 있는 실험용에 불과합니다. 그나마 매번 우리 군에 꼬리를 잡힙니다.

북한이 건조하고 있는 3천 톤급 중형 SLBM 잠수함도 몇 년째 물맛을 못 보고 있습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대북 제재에 따른 부품난으로 북한 잠수함 건조가 중단됐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SLBM의 전력화는 북한에게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북한은 SLBM 외에도 다양한 핵 투발 수단과 핵탄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대비해야 합니다. 다행인 것은 그제 SLBM 발사 때처럼 우리 군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북한을 정밀 관찰한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의 핵 활동, 핵실험장 복구, 미사일 이동, 엔진 시험, 군 동향 등을 손바닥 보듯 합니다. 또 대북 감시정찰 전력은 매년 증강되고 있습니다. 결심만 서면 선제타격이 가능합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버티는 가운데, 휴전선 철책이 가끔 북한 군인과 주민의 월남, 월북 시도에 뚫립니다. 예나 지금이나 155마일 휴전선의 '물 샐 틈 없는 철통경계'는 불가능합니다. 과거에도 보도 통제로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휴전선을 통한 월북, 월남은 많았고, 앞으로도 종종 발생할 것입니다.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했던 한 예비역 장군은 "휴전선에 20개 사단 병력을 세워 놓아도 귀순과 월북을 100% 막을 수 없다", "실체도 없는 맥아더의 경구 '경계에 실패한 장군은 용서할 수 없다'에 자승자박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장병들 대적관 약화됐나


국방백서에 주적 표현이 사라지고, 합참의장 등 고위 장교들이 "주적은 북한군"이라고 공개 발언하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 군은 북한군을 적이 아닌 존재로 여길까요. 아닙니다. 기자가 만나본 병사와 부사관, 장교들 백이면 백 북한군을 적으로 바라봅니다. 육해공 전선에서 총 겨누며 대치하고 있는 북한군은 국군에게 적입니다.

어떤 정치세력이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국방백서의 주적 표현은 삭제되기도, 복구되기도 합니다. 최고사령관인 통수권자의 대북 인식에 따라 고위 장교들의 대북 발언도 소극적 또는 적극적으로 변합니다. 문민 정치권력과 통수권에 대한 군의 복종입니다. 하지만 그 복종은 다분히 피상적입니다. 국방백서의 표현과 장군들의 말이 어떻든 군은 태생적으로 북한군을 적대시합니다.

"장병들의 대적관 약화가 경계작전태세의 이완으로 이어졌다"는 이종섭 국방장관 후보자의 규정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국방장관 될 사람이라면 군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보여주는 것이 순서인데, 이종섭 후보자는 장병 불신을 앞세웠습니다. 국방장관 눈 밖에 난 군을 국민인들 신뢰하겠습니까.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전투력과 직결됩니다.

정권 교체로 곧 군 지휘부 인사가 단행될 것입니다. 합참의장, 육군참모총장을 필두로 많은 장성들이 군복을 벗을 전망입니다. '남·북·미 대화 국면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는, 군 본성에 반하는 유례없는 임무를 묵묵히 수행했습니다. 그들의 노고에 박수를, 새로 임명될 지휘관들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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