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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현장] 켜켜이 쌓인 색채들 속 경쾌한 리듬감

[FunFun 문화현장]

<앵커>

이어서 문화현장입니다. 우리만의 미술 양식, 단색화는 한 가지 색으로 이뤄진 그림이란 뜻이지만 핵심은 반복되는 행위입니다. 단색화 2세대인 김태호 작가는 단색화의 본질을 간직한 채 다양한 색감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냈습니다.

이주상 기자입니다.

<기자>

[내재율-프랙털 소우주 / 31일까지 / 리서울 갤러리]

높은 하늘이나 깊은 바다의 푸르름이 캔버스 안에 가득 담겨 있습니다.

세포막 같은 격자무늬가 무한히 반복되는 가운데, 두터운 물감 아래로 다양한 색감들이 드러납니다.

타오르는 태양처럼 붉은빛 아래에도 역시 알록달록한 색채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캔버스 위에 물감이 겹겹이 쌓이면서 색채들도 함께 쌓인 것입니다.

물감이 마르기를 기다렸다 다시 덧칠하기를 수십 번, 이번에는 예리한 끌칼로 깎아냅니다.

덮여 있던 십 여 가지 색채의 물감들이 켜켜이 쌓인 층으로 제 모습을 드러내 보입니다.

색을 쌓아서 덮고 다시 깎아내는 과정을 작가는 리듬으로 승화합니다.

[김태호/작가 : 작업하는 자체가 하나의 리듬에 의해서 이어지지 않습니까 붓질을 하고 제 속에 있는 감정에 의해서 선이 계속 그어지는 거니까.]

장르로서의 단색화는 '색'의 개념보다 '행위'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작가는 정의합니다.

서양의 모노크롬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김태호/작가 : 우리는 어떤 정신적인 데 기반을 두고 행위를 반복하고 하는 그런 데서 차이점이 있다고 봅니다.]

작가가 단색화 2세대로 불리는 것은 단순히 나이와 시대의 차이만은 아닙니다.

[김태호/작가 : 작가라는 것은 때에 따라서는 변화를 줘야 되니까, 계속 동위색을 쓰면 지루하죠. 또 색도 다양하게 써 볼 수도 있는 거고.]

구도자적 수행 속에 단색화를 세계적인 흐름으로 일궈내고, 또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작가로서의 숙명이 투영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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