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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차기 지도부, 코로나19에 좌우되나

올해 하반기 중국에선 최대 정치 행사가 열립니다.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 이른바 '당 대회'입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의 세 번째 집권이 결정됩니다. 사실 시진핑 주석의 연임은 이미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오히려 시 주석과 함께 최고 지도부 자리에 오를 인사들에 대해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물론, 과거 집단 지도 체제에서 지금은 사실상 시 주석 1인 지도 체제로 바뀐 만큼 다른 지도부도 큰 힘을 가지긴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포스트 시진핑' 시대가 도래할 수 있으니, 눈여겨볼 만은 합니다.
 

상무위원 '나이 제한'…7명 중 최소 2명 바뀔 듯

중국의 최고 지도부는 7명의 상무위원들입니다. 정식 명칭은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입니다. 당을 국가보다 우선시하는 중국 특색 정치 체제가 반영된 것입니다. 현재 중국의 상무위원은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 왕양 정협 주석,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 자오러지 중앙기율위 서기, 한정 부총리 이렇게 7명입니다. 시진핑 주석과 후진타오 전 주석 등도 국가주석에 오르기 직전에 상무위원을 맡고 있었습니다.

중국 상무위원들(앞줄 7명)

흥미로운 대목은 이 상무위원 인선에 나이 기준이 적용된다는 겁니다. 이른바 '7상8하'입니다. 67세면 유임, 68세면 은퇴라는 의미로, 중국 상무위원들의 불문율입니다. 앞서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12월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교체 기율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곧 68세를 넘긴 상무위원은 은퇴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올해 68세를 넘기는 상무위원은 시진핑 주석과 리잔수 전인대 상무위원장, 한정 부총리 등 3명입니다. 시 주석 본인은 물러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2명의 상무위원은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또, 현재 7명인 상무위원을 9명으로 늘리거나, 68세를 넘기지 않은 상무위원 중에서도 교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상무위원 변동 폭은 더 커지게 됩니다.
 

코로나19가 변수…상하이 당서기 위상 '흔들'

그런데 이 상무위원 인선에 변수가 생겼습니다. 바로 코로나19입니다.
그동안 차기 지도부 후보군 가운데 빠지지 않고 거론됐던 인사 중 하나는 리창 상하이 당서기였습니다. 리창 당서기는 시진핑 주석이 2002~2007년 저장성 성장대리와 당서기 등을 지낼 당시 저장성에서 함께 근무했습니다. 시 주석의 최측근 중 1명으로 꼽힙니다. 게다가, 상하이 당서기들은 1987년 이후 1명을 제외하고 8명이 모두 상무위원이 될 정도로 출셋길로 여겨졌습니다. 상무위원이 되지 못한 1명은 부패로 투옥된 인사였습니다. 시진핑 주석도 2007년 상하이 당서기를 거쳤습니다. 그만큼 리창 당서기의 상무위원 입성은 거의 따 놓은 당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상하이 봉쇄 때문입니다. 상하이 봉쇄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40일 가까이 됐습니다. 초기 확산을 막지 못했고, 봉쇄 시점이 늦었다는 사후적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당초 도시를 동서로 나눠 나흘씩만 봉쇄하겠다고 했지만 공염불이 되고 말았습니다. 시민들의 불만은 커질 대로 커진 상태입니다. SNS에는 '못 참겠다'는 글이 넘쳐나고, 그동안 금기시되던, 공산당을 비판하는 글들도 공공연하게 올라오고 있습니다. 저질 식료품을 시민들에게 공급하는가 하면, 이마저도 지방 관리들이 빼돌렸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한 복지 시설이 살아 있는 노인을 시신 가방에 넣어 장례식장으로 옮기려 한 일도 있었습니다. 민심은 폭발 직전입니다.

살아 있는 노인을 시신 가방에 담아 옮기는 장면

리창 당서기가 봉쇄 지역을 시찰 갔다가 주민들에게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전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입니다. 중국 최대 도시이자 경제 수도라 불리는 상하이를 장기 봉쇄한 데 따른 중국 경제 전반의 악영향은 두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벌써부터 중국 정부가 제시했던 올해 경제 성장률 5.5%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자칫 시진핑 체제에 대한 위기로까지 치달을 수 있습니다. 리창 당서기의 승진을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리창 상하이 당서기에게 항의하는 상하이 주민

베이징 당서기 '부상'…도시 전체 봉쇄 여부에 달려

상대적으로 평가받는 인사가 있습니다. 차이치 베이징 당서기입니다. 베이징은 상하이보다 선제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했습니다. 누적 감염자가 47명에 불과했는데도 대규모 PCR 검사에 들어갔습니다. 2,100만 명에 달하는 베이징 전 시민에 대한 PCR 검사를 하루 만에 해냈고, 나아가 이틀에 한 번 꼴로 하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나온 지역은 별도로 봉쇄식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황금 연휴 중 하나인 노동절 연휴(4월 30일~5월 4일) 기간에 식당 매장에서 식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음식 배달만 가능하게 하는 보기 드문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이런 까닭인지 베이징의 하루 신규 감염자 수는 지난달 25일 이후 30~60명 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베이징의 대응은 상하이를 교훈 삼은 것일 수 있습니다. 상하이를 지켜보면서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싶어 한발 빠르게 대응하고, 민심을 더 살폈을 수 있습니다. 또, 노동절 연휴가 끝나야 코로나19 확산 여부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만 놓고 보면, 베이징의 대응은 상하이보다 정밀하고 체계적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우려했던 상하이와 같은 도시 전체 봉쇄는 아직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차이치 당서기는 그동안 리창 상하이 당서기는 물론, 딩쉐샹 중앙판공청 주임, 천민얼 충칭 당서기, 후춘화 부총리 등에도 밀렸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수면 위로 부상하는 분위기입니다. 리창, 딩쉐샹, 천민얼처럼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은 아니더라도 시 주석과 함께 푸젠성에서, 저장성에서 근무했습니다. 시 주석의 업적 중 하나로 비쳐지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조직위원장을 맡아, 중국의 평가대로라면 '성공적으로' 개최했습니다. 그의 나이는 올해 딱 67세입니다. 상무위원 나이 제한에도 안 걸립니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은 차이치 베이징 당서기

하지만, 베이징도 아직 안심하기 이릅니다. 이제 시작 단계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상무위원 인선에 여타 다양한 기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방역의 성과에 따라 유력 인사들의 앞날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베이징은 어떻게든 도시 전체가 봉쇄되는 것만은 막으려 할 것입니다. 베이징은 시진핑 주석을 포함해 최고 지도부가 상주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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