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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최강욱 성희롱 언급의 전말…2차 가해 논란도

최강욱 성희롱 논란 언급 전후 워딩 입수

[취재파일] 최강욱 성희롱 언급의 전말…2차 가해 논란도
검수완박 입법과 인사청문회로 한창 바쁜 국회에서 느닷없는 '짤짤이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달 28일 민주당 법사위원들끼리 가진 온라인 회의에서 최강욱 의원이 동료 의원에게 성적 행위를 지칭하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당시 회의 참석자 일부가 문제를 제기했고 언론에 기사화가 되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후 최 의원은 "가벼운 농담인데 취지가 왜곡됐다"며 유감을 표했고 최강욱 의원실 관계자가 "성적 행위가 아니라 특정 놀이를 뜻하는 짤짤이라고 말한 것이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답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는 방송인 김어준 씨는 방송에서 "여성분들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 XX이다, 짤짤이다, 때 아닌 진실 공방이 펼쳐졌다.

기왕 논란이 불거진 사안이니 사실 확인을 해봤다. 당시 회의 참석자들의 증언을 교차 확인한 바에 의하면 당시 대화의 전후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화상 회의에 A 의원이 로그인 이후 카메라를 OFF로 해 얼굴이 보이지 않음.
 
최강욱 의원 : A는 왜 얼굴 안 보여줘. 왜 카메라 껐어?
A 의원 : (웃음) 저 못생겨서요. (여러 차례 반복됨)
최강욱 의원 : XX이 치러 갔어?
A 의원 : (웃음) 아 왜 그러세요.

민보협 측이 확인한 대화 내용도 위와 일치한다. 전후 맥락상 최 의원 측의 해명을 사실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민보협 측은 "화상 회의에 참여했거나 내용을 알고 있는 분들을 통해 정확한 워딩을 비롯한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면서 "이번 사안에 대해 '가벼운 농담에 불과한 발언'이라고 하기에는 해당 발언을 들은 다수가 '오해'를 넘어 성적 불쾌감을 느꼈다는 점을 강조하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성명을 냈다.

불필요한 논란을 키우지 않으려면 당시 영상을 확인하면 간단한 일이다. 보통 줌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회의는 회의를 주재한 호스트가 설정하면 영상을 녹화하고 저장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회의를 주재한 민주당 법사위 간사 박주민 의원실 관계자는 "영상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법사위 관계자는 "보통 의원실에서 화상으로 중요한 회의를 주재하는 경우에는 영상으로 남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례적"이라고 했다.
 

"제보자 찾는다"는 민주당…2차 가해 우려도

사실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국회에선 새 정부의 차기 내각을 결정하는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문제는 이후의 대처다. 해당 논란이 기사화되면서 민주당 법사위에선 "회의 내용을 유출하는 게 더 문제"라며 제보자를 색출하겠다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선 일부 참석자가 개별 녹화한 영상이 있지만 당사자가 특정될 수 있어 공개를 꺼리고 있다는 말도 돈다. 여성 참석자들이 오해한 것이라고 몰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당사자들에겐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발언이다. 회의를 직접 봤다는 한 참석자는 "눈으로 보고 똑똑히 들었는데 아니라고 하니 내가 정신병자가 된 것 같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해명도 문제다. 일찌감치 사과했더라면 한 국회의원의 실언 정도로 끝날 일이었다. 억지 해명이 일을 더 키운 셈이다. 논란이 불거진 뒤 최강욱 의원실 측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당사자들에게 사과할 것"이라고 민보협 측에 답했다가 기사화 후 논란이 커지자 "취지가 왜곡됐다"는 해명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법사위에선 해당 발언으로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검수완박 전선에 흠집이라도 날까 우려했다는 말이 나왔다. 의원실 관계자는 "최 의원이 처음에는 온라인 회의에 의원들만 참석하고 있는 줄 알았다"면서 "보좌진들이 참석했는지 인지하지 못 했다"고 답했다. 이어 "당 윤리심판원이 조사 중이니 조사에 임한 뒤 처분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잇단 문제 제기에 민주당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당 윤리심판원에 사실관계 확인 및 징계 조치 여부를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원내대표실도 관련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강욱 의원 본인에게도 발언의 진위를 직접 묻고자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발언의 진위도 중요하지만 더 우려되는 건 잘못의 책임을 애꿎은 남 탓으로 돌리고 화살을 돌리는 일련의 행태다. 기시감이 들어서다. 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성비위를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고 2차 가해를 일삼거나 자신들의 과오에도 야당을 탓하며 정치 공세에 열중하던 민주당의 어두운 모습이 떠올랐다면, 지나친 생각일까. 지금 민주당에 필요한 건 사과할 때 제대로 사과하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나아가 처음부터 잘못을 만들지 않는 일이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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