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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제 이란 전문가 "6월 호르무즈해협서 우리 선박 나포 위험↑"

이 영상은 세계적인 분쟁·갈등 조정 연구기관 국제위기관리그룹(ICG)의 이란 문제 전문가 알리 바에즈(Ali Vaez) 팀장과 SBS의 인터뷰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ICG의 수장 로버트 말리를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 특사로 지명하기도 했습니다.

바에즈 팀장은 우리 외교부 초청으로 지난 25일 방한해 4박 5일 동안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면담, 국내 중동 전문가와 라운드 테이블 미팅, 한국외대 특강 등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이번이 첫 방한입니다.

바에즈 팀장의 이번 방한은 지난 16일, 18일 이란의 유력 매체 케이한신문에서 편집장 명의로 "호르무즈해협에서 한국 선박 통행을 봉쇄해 동결 자금 받자"는 위협적 칼럼이 나온 것과 무관치 않습니다. 우리 당국은 '제2의 한국케미호 사태'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긴급 대응에 나섰습니다. 미 당국과 칼럼 내용을 공유하고 바에즈 팀장을 초청해 이란 핵협상 진척 사항을 자문하는 한편, 최종건 외교차관은 28일 미국 이란 핵협상 특사 로버트 말리와 전화 협의를 가졌습니다.

바에즈 팀장도 이번 방한에서 오는 5월 말에서 6월 초 호르무즈해협에서 한국 선박이 나포될 위험성이 커 우려된다는 입장을 외교부에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호르무즈해협은 우리나라의 중동산 석유 수입 70% 이상이 거쳐 오고 우리 상선 20~30척이 하루에 오가는 길목입니다. 이 길이 막힌다면 중동 무역은 물론 우리 국민 안전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 취임 이후 역사상 가장 빨리 열리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이 상황을 타개할 결정적 기회라고 입을 모읍니다. 한국에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때문에 우리 국민과 국익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걸 미국 측에 적극적으로 전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바에즈 팀장의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한 영상과, 조금 더 긴 버전의 인터뷰 전문을 공개합니다.


Q. 첫 번째로, 방한 이유를 설명해주시겠습니까?

한국 당국자들, 전문가들과 이란 핵 복원 협상의 경과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방문했습니다. 불행하게도 한국은 아주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이란의 가장 큰 규모의 동결자금 중 하나가 한국에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이란 측으로부터 이 동결자산을 해제하라는 굉장히 큰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란에 대한 제재 해제를 논의하는) 핵합의 복원 협상이 난관에 봉착해 있고 한국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은행이 이 동결자금을 이란에게 돌려줄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아주 어려운 상황인 거죠. 한국은 안타깝게도 미국과 이란 사이에 끼어 엄청난 압력을 받으면서 부수적인 피해를 입고 있습니다. 저는 ICG에서 오랫동안 이란 핵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미국 정부에 자문해왔고, 이번에는 한국 정부가 겪는 어려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조언하기 위해 처음으로 방한했습니다.

Q. 이란 케이한신문에 게재된 문제의 칼럼이 얼마나 위험하다고 보시나요? 이란 정부가 실제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지요?

케이안은 일반적인 신문이 아닙니다. 이번에 문제되는 칼럼을 쓴 사람, 편집장이고 사장이죠, 그 사람 역시 일반적인 필자가 아니고요. 그 매체에서 편집장은 이란의 최고 지도자에 의해 임명되는 자리입니다. 그리고 대체로 이란의 지도층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대변인 역학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하는 위협은 공갈이 아닙니다.

이 칼럼은 이란 경제 상황으로 인한 이란 관료집단의 좌절감이 얼마나 심해지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란 핵합의 복원이 요원해진다는 것이 자명해질수록, 이란의 경제 제재 완화 역시 불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핵합의 복원 협상이 난관에 봉착한 지금의 상황에서 그들은 최소한 동결된 원유 대금만이라도 받아내려는 쪽을 택할 것입니다. 그것이 칼럼의 형태로 위협이 나온 배경입니다. 이란은 이란이 관장하고 있는 호르무즈해협을 건너는 한국의 배나 원유 탱크를 억류하겠다는 식으로 위협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란은 실제로 인질을 잡거나 대사관을 공격하는 식의 압박 전술을 구사한 적이 있습니다. 때문에 이란 핵합의가 끝내 파기되고 미국과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면 테헤란과 서울 간 긴장도 극도로 높아질 수 있습니다.

Q. 그 위협이 실제 실행되는 시기, 데드라인은 언제가 될 것이라고 보십니까?

구체적으로 언급된 데드라인은 없었습니다.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의 시한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던 바이든 정부가 지금은 더 이상 데드라인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크라이나 위기를 대응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에선 두 개의 위기를 동시에 관리하길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데드라인을 설정하면 그 안에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협상의 전원을 뽑아야만 합니다.

그건 잠재적 핵 위협 측면에서 우크라이나 위기와 중동 위기를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북한도 조만간 핵 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이란 핵 위기에 직면하는 것은 어떤 서방의 지도자들이라도 매우 어려운, 피하고 싶은 상황이 될 것입니다. 때문에 그들은 핵합의 복원 협상에 어떤 시한을 설정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압박이 작용하는 것은 현실입니다. 이란의 핵프로그램은 굉장히 빨리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핵분열 물질 농축에 걸리는 시간은 10일 정도밖에 안 걸립니다. 이건 2015년 핵합의 당시 걸리던 12개월에 비해 매우 짧은 기간입니다. 6월이나 7월이 되면 핵무기 제조는 '며칠'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를 파기한 이후 우리 국제사회는 이란에 대한 핵 사찰을 이전보다 훨씬 더 적게 하고 있기 때문에 두 차례의 사찰 사이에 '오차 범위'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 오차 범위는 이란이 국제사회의 감시가 없는 틈을 타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핵분열 물질을 농축할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로서는 받아 들일 수 없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이번 여름쯤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군사 공격이 감행될 위험성이 있습니다. 현재는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6월 UN 핵 사찰에 임하기로 하는 등 협정을 맺고 있긴 하지만 핵 협상이 성공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IAEA와의 협정 또한 제대로 이행되기 어렵습니다. 이것은 6월 무렵 IAEA가 이란의 UN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또 하나의 제재에 나서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때쯤 이란과 서방 세계의 긴장이 매우 높아질 수 있습니다. 양측 긴장이 치솟기 전 길어야 두세 달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또 한국에선 새로운 정부가 곧 들어서고 바이든 대통령이 한 달 안에 방한합니다. 이란 정부는 새 정부를 시험하고 싶어할 것입니다. 이런 국내외적 이유들이 중첩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5월 말이나 6월쯤 우리는 이란과 서방, 이란과 한국 사이 긴장이 매우 높아질 우려가 있습니다.

Q. 우리 정부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미국은 현재 이란이 어떤 협정에 의해서도 경제적으로 이익을 봐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한국의 동결자산을 해제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워싱턴에 있죠. 한국이 이들의 관점을 바꾸게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 자산을 미국 제재에서 허용되는 인도주의적 방법으로 상환하는 방법은 가능할 것입니다.

핵합의가 복원되지 않으면 결국 절충안을 찾아야 할 텐데요. 이 동결 자산으로 이란이 음식이나 의약품 등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이 포함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과 이란 간 죄수 교환 협정을 맺으면서 이런 인도주의적 합의가 포함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입니다.

한국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핵합의 복원이 되는 것 말고도 옵션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한국 지도자들, 특히 새 정부 지도자들이 바이든 정부와 분명하게 대화를 할 때에만 가능할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전달하고, 동맹으로서 미국이 한국의 이해관계를 고려할 수 있도록 외교전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해야만 한국의 이런 난처하고 어려운 상황을 끝낼 수 있습니다.

Q. 이란이 그런 절충안을 받아 들일까요?

물론 한국이 동결자금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해도 이란 정부의 기대치에 못 미칠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이 이란의 동결자금 문제 해결책으로 최근 대납해준 이란의 UN 분납금이 1천만 달러 단위인 반면, 한국에 동결된 자금은 수십억 달러이기 때문입니다. 경제 제재로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란으로선 1천만 달러로 수십만 달러를 대신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란은 지금 동결자금 전체에 대한 해제를 원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이란에 동결자금을 인도주의적 상환의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고 그게 미국 제재에서 예외가 된다면, 동결자금이 한국에 묶여 있어야 할 법적 이유도 더는 없단 뜻이라고 이란에선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이 이 자산을 해제하게 하기 위해 이란은 서울에 대한 압력 수위를 훨씬 더 높이려고 하는 것입니다.

Q. 우리나라에겐 어려운 상황이겠군요?

그렇습니다. 때문에 바이든 방한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물론 많은 다른 주요 의제들이 있을 것입니다. 북한 문제가 가장 클 것이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글로벌 공급만 위기, 중국과 기후 변화 문제까지 두 지도자가 다뤄야 할 의제가 많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란 문제 역시, 새로운 지도부가 외교적 노력을 통해 사전에 해결해놓지 않으면 두고두고 반드시 두통거리가 될 것입니다. 이상적으로라면 미국은 원래의 핵합의를 복원해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동결시키고 굉장히 강력한 감시를 하는 동시에 이란의 경제 제재를 해제하고 경제 복원을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경제 복원의 일환으로 한국의 이란 원유 대금 동결자산 해제가 포함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이 방안이 정치적 이유로 불가능하다면 바이든 정부는 앞서 언급했던 절충안이나 죄수 교환 등의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란 정부는 새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것에 굉장히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만약 제가 한국 정부 당국이라면, 이란 도발 문제를 반드시 우선순위 의제들 중 하나로 놓고 바이든 대통령과의 서울 한미정상회담에서 의제로 올릴 것입니다.

(영상취재 : 박대영 / 편집 : 차희주 / 제작 : D콘텐츠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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