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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더 오래, 더 독하게…강해지는 꽃가루

[취재파일] 더 오래, 더 독하게…강해지는 꽃가루
완연한 봄기운에 많은 사람들이 나들이에 나서는 요즘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해제됐고, 오늘부턴 야외 마스크 착용도 의무가 아니다. 꽃도 피고, 날씨도 좋아진 이 기간에 야외 활동이 잦아지는 건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다. 야외 활동에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요즘이지만, 사실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꽃가루 때문이다. 빠른 곳은 2월 측백나무(과)를 시작으로 참나무와 자작나무, 오리나무와 소나무 등 많은 나무가 3월부터 5월 동안 꽃가루를 날린다. 연중 꽃가루가 날리는 것으로 알려진 잔디도 우리나라에선 지금 시기에 가장 많이 꽃가루를 날린다.

꽃가루

꽃가루는 수꽃의 생식세포인 화분이 암꽃으로 이동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생식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면 축복받을 일이지만, 우리에겐 그렇지 못하다.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측백나무와 참나무, 자작나무와 오리나무 모두 알레르기 유발성이 매우 강한 종들이다.
 
오재원ㅣ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인터뷰 中
"꽃가루라는 게 대개는 호흡기로만 들어간다고 이해를 하는데 지금 환자 오는 환자들은 결막염, 눈이 가렵고 팅팅 붓는 이런 경우로 오는 경우도 많고 피부가 가렵거나 습진기가 일어나서 빨갛게 올라오는 이제 그런 경우가 많은데 아토피 피부염도 그 꽃가루에 의해서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논문들이 많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꽃가루 농도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알레르기 환자수도 매년 증가했다.* 특히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한 어린환자수가 늘고 있다.
꽃가루

*코로나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기 시작한 2020년은 통계에서 제외했다.
*질병은 알레르기성 결막염, 알레르기성 비염, 화분에 의한 알레르기 비염, 기타 계절성 알레르기 비염을 근거로 했다.
 

기후변화 영향


꽃가루의 증가는 기후변화와 관련돼 있다. 기온이 상승하면서 개화 시기가 빨라지는 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실감했을 것이다. 꽃가루와 관련은 없지만, 벚꽃의 개화가 점점 빨라지는 것은 그 예이다. 개화가 빨라지면 꽃가루 날리는 기간이 증가하고, 그만큼 꽃가루에 노출 빈도가 많아지면서 알레르기 환자가 증가하는 것이다. 최근 해외 연구팀이 기후변화가 꽃가루에 미칠 앞으로의 변화를 예측했다. 그 동안의 연구는 소도시나 나라 수준의 연구였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대륙 스케일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 결과, 기온 상승으로 세기말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는 최대 40일 빨라지고 하루 꽃가루 방출량도 4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꽃가루 수정

Alnus 오리나무, Betula 자작나무, Cupressaceae 측백나무(과), Poaceae 잔디, Quercus 참나무
(x축 꽃가루가 날리는 첫 번째 날, y축 꽃가루가 날리는 마지막 날, 그래프 상 빨간 원안에 있다는 건 시작일이 빨라지는 만큼 마지막 날이 빨라지지 않아 전체 기간은 증가한다는 의미이다.)

연구팀은 미래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가 된다면 꽃가루 배출량은 지금의 2배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꽃가루의 독성 자체도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는데, 이산화탄소 농도 높아지면서 광합성이 촉진되면 꽃가루에 있는 알레르기 유발 단백질의 함량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별다른 노력이 없는 SSP5-8.5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했지만 기후변화와 꽃가루와의 상관성을 보여준 데 의의가 있다.
 

바이러스도 매개?


꽃가루 농도가 높아지는 것을 경계해야하는 이유는 단순히 알레르기성 질환 때문은 아니다. 꽃가루가 대기 중 각종 바이러스들을 매개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연구 자료들에서 이미 꽃가루에 에볼라 바이러스나 지카 바이러스 등이 검출된 사실이 있었다. 즉 꽃가루가 해당 바이러스를 전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뮌헨 대학을 중심으로 세계 30여 개국에서 꽃가루와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관계를 연구했는데, 꽃가루가 많이 날린 이후 코로나 환자수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재원ㅣ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인터뷰 中

"라이노 바이러스라는 게 감기 바이러스의 가장 대표적인 바이러스인데 그 바이러스도 꽃가루가 먼저 유행하고 그 다음에 라이노 바이러스가 많이 늘어났다. 이제 그런 논문들이 계속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죠. 그래서 지금은 코로나뿐만 아니고 여러 가지 바이러스들이 감염되는데 꽃가루가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지 않나 이렇게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 과학적인 입증이 더 필요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사실만으로도 경계할 필요는 충분해 보인다.
 

해결책은?


꽃가루가 문제라면 꽃가루를 피하면 되지 않을까? 꽃가루는 머리카락 두께의 2/5 수준인 20~30㎛으로 매우 작다. 바람에 의해 수십km를 날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이유로 도심 한 가운데서도 꽃가루 영향권에서 벗어났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수종들을 꽃가루가 날리지 않는 종들로 대체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할 수 있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참나무는 참숯과 표고버섯 재배목, 측백나무(과)는 목재로서 이용가치가 높다. 이런 이용가치를 차치하더라도 이미 우점종으로 전국 숲 이곳저곳에 퍼진 나무들을 자연에 피해를 입히지 않고 교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제주도에 많이 있는 삼나무의 경우, 워낙 키가 커 햇빛을 차단하고 종의 특성상 주변에서 다른 수종들이 자라기 힘든 환경을 만든다. 나무를 전부 베어내 민둥산을 만든 뒤 새로 다시 심지 않는 이상, 자연스러운 조림이 힘든 것이다. 또 이 모든 건은 인간의 이기적인 시각과 입장에서만 생각한 시나리오들이다. 꽃가루는 식물의 생식을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연에 피해를 줄이면서 우리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선 기후변화를 막아야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우리에게 기후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긴 것이다.




<참고문헌>
Yingxiao Zhang & Allison L. Steiner, "Projected climate-driven changes in pollen emission season length and magnitude over the continental United States", nature communications(2022) 13, 1234, doi.org/10.1038/s41467-022-28764-0

Kyung Suk Lee, Kyunghoon Kim, Young-Jin Choi, Seung Yang, Chang-Ryul Kim, Jin-Hwa Moon, Kyu Rang Kim, Yung-Seop Lee & Jae-Won Oh, "Increased sensitization rates to tree pollens in allergic children and adolescents and a change in the pollen season in the metropolitan area of Seoul, Korea", Pediatr Allergy Immunol(2021), doi: 10.1111/pai.13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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