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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페셜리스트] "상어가족 본 물고기들 우두두두"…판 커진 '판소리'

[더스페셜리스트] "상어가족 본 물고기들 우두두두"…판 커진 '판소리'

김수현 문화전문기자

작성 2022.04.30 20:42 수정 2022.04.30 21:3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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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이 흥얼거리는 동요 아기 상어입니다.

그런데 어딘가 좀 색다르죠?

[그때 저 멀리서 상어 가족을 본 물고기들이 우두두두두두 도망을 가는데]

판소리 버전인데요, 조회수 천만을 훌쩍 넘겼습니다.

절규하는 리어왕의 심정이 절절한 우리 소리에 잘 녹아 있죠.

관객이 몰려 진작에 매진됐던 '창극'입니다.

[장민지/관객 : 전통스러우면서 현대스러운 것이 이런 거구나 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김지연/관객 : 창극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인 줄 오늘 처음 알게 됐습니다.]

판소리를 종합무대예술로 만든 창극은 1백여 년 전 시작됐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공연 좀 본다' 하면 놓칠 수 없는 장르가 됐습니다.

춘향가, 심청가 같은 전통 판소리 다섯 바탕은 물론이고 동서양 고전을 새로운 감각으로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리꾼과 고수라는 전통 형식을 지키면서 내용을 확장하기도 합니다.

[이자람 판소리 '노인과 바다' : 오! 갑자기 스르슬슬 거세게 줄이 풀려 내려간다, 손 위로 믿을 수 없이 빠르게 풀려나가는 낚싯줄. 엄청난 고기로구나.]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판소리 사설로 각색하고 작창, 즉 노랫가락을 새로 지어 만든 창작 판소리입니다.

이 뿐 아니라 판소리 뮤지컬, 판소리 합창까지, 판소리는 변화를 포용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중입니다.

요즘 인기 있는 노래도 알고 보면 판소리에서 온 경우가 많습니다.

[범 내려온다~범이 내려온다]

설명이 필요 없는 이 노래, 이날치 음반 '수궁가' 수록곡입니다.

이것도 한 번 들어볼까요.

춘향가인데, 또 다른 느낌이죠?

전통 판소리와 고유 창법이 창작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겁니다.

판소리가 다채롭게 진화하는 건 국악이 고루하다는 고정관념에 맞선 예술가들의 절박한 노력과 실험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전통을 오히려 더 신선하게 받아들이고, 한류 영향으로 문화적 자신감도 커진 젊은 세대들이 호응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전통 판소리가 쇠퇴했느냐? 그건 아닙니다.

국립극장에서 40년 가까이 매달 열리는 명창들의 완창 판소리.

길게는 8시간까지 걸리는 이 공연에는 귀명창으로 불리는 고정 관객뿐 아니라, 판소리의 매력을 이제 막 알게 돼 그 원류를 찾아보려는 새로운 관객들이 몰립니다.

한국인들만 좋아하는 거 아니냐고요?

이 사람 한 번 보시죠 한국예술종합학교 2학년인 마포 로르 씨.

파리에서 우연히 접한 판소리 춘향가 중 쑥대머리에 반해 다니던 회사도 그만두고 한국으로 소리 공부하러 왔습니다.

[마포 로르/한예종 전통예술원 판소리 전공 : 판소리는 저한테 테라피처럼요, 판소리 할 때 뭔가 다양한 느낌이 있어요.]

판소리(PANSORI)는 한국의 중요 무형문화재이며, 유네스코 지정 인류 무형유산입니다.

하지만 박물관 속 문화재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오늘의 예술입니다.

[채수정/한예종 교수, 판소리 '흥보가' 이수자 : 열려 있는 이 '판'이라고 하는 그 공간은 무엇이든지 들어와 소통하고 새로운 장르로 개발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전통의 가치가 이렇게 무궁하구나….]

오페라를 배우러 유럽에 가듯 판소리를 배우러 한국에 오는 요즘, 전통과 실험이 공존하고 국경과 세대를 뛰어넘어 진화하는 판소리의 내일을 더욱 기대하게 됩니다.

(구성 : 신희숙, 영상취재 : 김태훈·김학모·전경배·한일상, 영상편집 : 이승희, CG : 강경림·반소희·엄소민, VJ : 오세관, 영상출처 : 핑크퐁·국립창극단·두산아트센터·네이버온스테이지·서울생활문화센터체부, 장소제공 : K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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