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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종섭 국방 후보의 적잖은 의혹들…'유감 표명'은 없다

[취재파일] 이종섭 국방 후보의 적잖은 의혹들…'유감 표명'은 없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등에 미치지 못하지만 이종섭 국방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들도 간단치 않습니다. '정부기관 자문위원으로 나랏돈 받으며 대선 캠프 활동', '부실한 자문보고서', '관사 테크' 등이 불거졌고, 장병들 정신세계와 대적관을 폄훼한 후보자의 주장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군심(軍心)은 이종섭 후보 지명에 앞서 이미 식었습니다. 북한의 대형 도발이 임박한 가운데 아무 의논도 계획도 없이 국방부와 합참, 그리고 10여 개 부대의 연쇄 이동이 결정됐으니 군이 흔들릴 수밖에요. 이에 더해 국방장관 후보의 돈을 좇는 듯한 행적과 장병들 불신하는 발언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어 군심 이반이 걱정될 정도입니다. 이종섭 장관 후보가 유감의 뜻을 밝힐 법도 한데 요지부동입니다.
 

연구해서 자문했나

이종섭 국방장관 후보는 2020년 12월 21일부터 올해 3월 17일까지 정부 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 ADD의 연구개발 자문위원을 역임했습니다. 월 300만 원씩 총 4,200만 원을 받았습니다. 단 9번 출근했고, 자문은 70회 정도 했다고 합니다.

대면 또는 비대면 자문의 흔적은 보고서로 남습니다. SBS가 자문보고서 70건을 구해 살펴보니 극초음속 추진 기술과 램제트엔진, 위성용 세라믹 소재 등 고도의 국방과학 기술 관련 내용 일색입니다. 아무리 합참 차장 출신이라고 해도 다루기 어려운 주제들입니다. 역시 보고서 곳곳에 이상한 점들이 보였습니다.

이종섭 후보가 ADD에 제출한 연구개발 자문 보고서들

70건 보고서는 모두 2쪽을 넘지 않았고, 반쪽만 채운 보고서도 수두룩합니다. 몇몇 단락이 여러 보고서에서 반복해서 나타나는 자기복제도 10건이 넘습니다. 자기복제에 빠지지 않는 '다른 보고서, 똑같은 오자(誤字)'들도 등장합니다. 주제는 달라도 답변은 동일한 사례들도 발견됐습니다. 신문·방송의 기사 내용이 그대로 삽입된 보고서들도 있습니다.
 

유감 표명 없이 "240만 원 환급하겠다"…사과는 ADD 몫?

1년 3개월간 부실하게 자문하고 ADD 월급 챙겼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종섭 후보 측은 지난 2월 자문 건만 콕 집어 "본인이 작성하지 않은 보고서 4건이 파악됐다", "해당 자문료 240만 원에 대한 ADD의 환수조치에 응하겠다"고 해명습니다. 사과할 만한 잘못은 안 했다는 투입니다.

ADD는 서면 입장문을 통해 "장관 후보자는 전혀 관련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면 자문을 했으면 ADD 직원이 잘 받아 적어서 정리해야 하는데 ADD 직원이 4건을 이른바 '복붙(복사·붙여넣기)' 등의 방식으로 임의 작성했으니 ADD가 사과한 것입니다.

'복붙' 보고서를 강조한 언론 보도에 대해 이 후보 측은 "명백한 명예 훼손"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지난 2월 ADD 직원이 자문보고서 4건을 마음대로 작성한 것에 대해 이 후보는 책임 없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후보는 2월 중 단 1번 출근해서 1~2시간 동안 5가지 사안에 대해 자문한 대가로 300만 원을 받았습니다. 올바른 자문의 대가인지 묻고 싶습니다. 또 나머지 60여 건, 약 4,000만 원어치의 자문은 모두 충분한 연구를 거친 진정한 자문일까요. 앞서 언급했듯 다른 자문들도 문제가 많습니다.

이와 별도로 이 후보의 ADD 자문 활동 자체는 국가공무원법상 정치운동 금지 조항 위반 소지가 큽니다. ADD 연구개발 자문위원은 국가공무원법 중 정치운동 금지 조항의 대상입니다. 그럼에도 이 후보는 작년 6월 말부터 윤석열 후보 측 대선 조직에 참여했습니다. 국회 국방위 관계자는 "윤석열 캠프에서 일한 9개월 여 동안 ADD로부터 받은 돈도 부당 수령액"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관사 테크 의혹에도 장병들 타박…유감 표명은 없다

이종섭 후보자는 합참 차장 시절 서울 용산구 관사에 살면서 아파트 2채를 모두 임대해 관사 테크의 특혜를 누렸다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보증금 1,800만 원에 제공된 서울 용산구의 군 관사 덕에 잠실의 아파트는 7억 원에, 수원의 아파트를 6억 3,000만 원에 전세를 내줬습니다. 이 기간 이 후보는 은행과 개인으로부터 빌린 빚 5억 원 이상을 갚았고, 딸의 아파트 구입에 1억 8,000만 원을 대줬습니다.

장관 후보자의 관사 테크 의혹에 "관사 배정 안 돼서 군 지원금 몇 푼 받은 다음, 개인 대출 얹어 전셋집 구해 살며 이자 갚느라 허덕이는 장교들이 허다하다"며 한숨을 내쉬는 군 간부들이 많습니다. 자괴감 느끼는 후배 군인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생김직도 한데 역시 유감 표명은 없습니다.

이에 반해 장병들에 대한 불신은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기자들 앞에서 "장병들의 정신세계와 가치관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한 데 이어, 국회 국방위에는 "장병들의 대적관(對敵觀) 약화가 경계작전 태세의 이완으로 이어졌다"고 보고한 것입니다. 자신을 돌아볼 줄 모르고 부하 탓에 열심인 국방장관 밑에서 강군이 나올지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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