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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라면, 립스틱, 치약, 초콜릿의 공통점은?

[마부작침] 라면, 립스틱, 치약, 초콜릿의 공통점은?

안혜민 기자

작성 2022.05.01 09:23 수정 2022.05.01 10:4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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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팜유편. 라면, 립스틱, 치약, 초콜릿의 공통점은?
오늘 마부뉴스는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중단 사태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이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발견할 수 있죠. 우선 우크라이나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세계 최대의 해바라기씨유 수출국입니다. 그런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화마에 휩싸이면서 해바라기씨유를 제대로 수출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해바라기씨유가 필요한데 물량이 없으니 그 대체재인 팜유의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팜유 생산량 1위 인도네시아의 상황을 볼까요? 팜유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도 덩달아 뛰어올랐습니다. 국제 가격이 오르자 인도네시아에선 자국 내 거래 물량도 부족할 정도로 수출이 확 늘어나버렸죠. 결국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 내 팜유 물량을 위해 수출 중단을 선언할 지경이 된 겁니다.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이 팜유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특히 팜유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환경 이야기에 집중해보려고 해요. 이번 주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혹시 라면, 립스틱, 치약, 초콜릿의 공통점을 알고 있나요?
 

올리브유는 아는데… 팜유는 뭐지?


장을 보러 마트나 편의점에 갔을 때 우리가 쉽게 접하는 식용유는 대부분 콩으로 만든 기름일 겁니다. 콩기름 외에는 올리브유, 카놀라유 정도겠죠. 그런데 시선을 전 세계로 넓혀보면 식용유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이는 건 콩기름이 아니라 팜유입니다. 팜유는 기름야자나무 열매에서 추출할 수 있는 기름입니다. 기름야자 열매 속 종자를 압착해서 뽑아낸 기름은 팜핵유라고 부르죠.
전세계 식물성 기름 생산량 누적 그래프

유엔식량농업기구(FAO) 데이터를 보면 2019년 전 세계에서 생산된 식물성 기름은 모두 2억 2,603t입니다. 이 중 팜유(팜핵유 포함)가 36.7%를 차지하고 있죠. 콩기름은 33.6%로 2위를 기록하고 있고요. 사실 국내에서도 가정용으로만 쓰이지 않을 뿐, 콩기름(대두유) 다음으로 많이 생산되는 기름이기도 합니다.

팜유가 야자나무 열매에서 뽑아내는 기름인 만큼 팜유 생산은 야자나무의 서식지인 적도 부근에 몰려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아시아 국가들의 비율이 높죠. 2019년에 생산된 8,294만t의 팜유 가운데 아시아에서만 88.4%인 7,331만t이 생산될 정도입니다. 그중 압도적인 생산량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입니다. 2019년 기준으로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 팜유 생산의 57.2%를 차지하고 있고, 말레이시아는 26.7%를 기록하고 있어요.
 

생활 곳곳에 숨어있는 팜유

팜유(팜유, 팜핵유)의 활용범위

팜유의 활용범위는 무궁무진합니다. 우선 식품부터 살펴보면, 팜유는 고온으로 가열하더라도 잘 변하지 않고 오랫동안 보관해도 산화 되질 않아서 튀김요리를 만드는 기름으로 적합하죠. 우리가 자주 먹는 라면과 과자를 만드는 데 팜유가 쓰이고 있어요. 마가린과 쇼트닝의 원료로도 쓰이고 초콜릿을 만들 때에도 팜유를 사용합니다. 치약, 샴푸, 립스틱에도 팜유가 들어가고 비누와 액상세제에도 들어가 있죠. 세계자연기금(WWF)에선 우리가 슈퍼마켓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의 절반 가량은 팜유가 들어있을 거라고 얘기할 정도예요. 서두에서 던진 오늘 마부뉴스의 질문의 주인공은 바로 팜유입니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의 팜유 수출 금지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요? 관세청 데이터를 보니 지난해 우리나라 팜유 수입 물량 중 56%를 인도네시아에서 수입했고 나머지 44%는 말레이시아산이더라고요. 수입량이 상당한 만큼 적지 않은 피해가 올 수 있습니다. 다만 식품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팜유가 말레이시아산이고 이미 보관하고 있는 식용유도 있어서 즉각적인 피해가 오진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더라고요. 교촌, bhc, BBQ 이른바 치킨 메이저 3사에서도 팜유 대신 다른 기름으로 튀기고 있고요. 다만 상황이 장기화되면 다른 식용유값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서 기업들이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상황이 진정되지 않는 한 팜유 수요는 줄어들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겁니다. 가격 상승세도 이어질 거고요. 이 상황에서 가장 이득을 보는 곳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팜유를 생산하는 기업들이겠죠. 하지만 이런 상황을 탐탁지 않게 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EU와 환경단체입니다. EU와 환경단체는 예전부터 팜유 생산과 소비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거든요. 지금부터는 왜 그들이 팜유를 부정적으로 보는지, 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Q. 팜유 생산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 집중된 이유는?

팜유는 원래 서아프리카에서 주로 재배했습니다. 1960년대의 생산량을 비교해보면 나이지리아와 콩고 공화국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죠. 말레이시아에선 곤충을 통한 수분 기술이 도입된 1970년대부터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거기에 정부 차원에서 빈곤 퇴치 수단으로 팜유 사업에 뛰어들면서 그 규모가 크게 확장됐죠. 기름을 추출하는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팜유 농가에 세금 혜택을 주기도 했어요. 국제 사회에서도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팜유 생산에 큰 관심을 보이고 과세를 없애주거나 대출 지원 등 금융 혜택을 주면서 산업이 급속도로 커졌어요.
 

EU는 왜 팜유를 거부할까?

환경단체와 EU에선 팜유 생산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선 첫 번째로 팜유 생산이 생물다양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 뽑힙니다. 팜유의 수요가 늘어나자 동남아시아의 많은 농장들은 너도나도 팜유 생산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에 있던 열대우림을 없애고 기름야자나무를 심고 있죠. 열대우림이 기름야자나무 농장으로 바뀌면서 종의 다양성은 크게 감소했습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는 팜유 생산이 최소 193종의 멸종 위기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경고할 정도죠.
생물 다양성을 헤치는 팜유

대표적으로 오랑우탄, 호랑이 같은 종들이 열대우림을 개간하면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특히 오랑우탄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주요 서식지여서 큰 수난을 받고 있죠. 팜유 생산에 방해되는 동물이라는 인식이 생기면서 사냥당하기 일쑤였고, 1999년부터 2015년 사이에만 서식지 파괴로 무려 10만 마리의 오랑우탄이 목숨을 잃었어요. 대신 기름야자 열매를 먹고사는 쥐와 다람쥐, 그리고 설치류를 먹고사는 뱀과 야생 돼지는 개간의 이점을 누렸죠.

탄소 배출에도 약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특히 열대우림을 갈아엎을 때 화전, 즉 숲에 불을 질러 태워버린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인도네시아에는 일반 산림보다 탄소를 18~28배 보유하고 있는 이탄지(석탄처럼 완전히 탄화되지 않은 진흙 형태의 이탄이 쌓여있는 지대)가 많아서 불이 날 경우 발생하는 탄소의 양이 어마어마하거든요. 지난 2015년 10월에는 인도네시아의 일일 평균 탄소배출량이 미국을 넘어설 정도였어요. 탄소배출량 세계 1위의 중국을 넘어선 날도 14일이나 될 정도였고요.

산불 연기가 동남아시아 다른 국가들로 퍼져나가면서 국가 간 분쟁으로도 번지기도 했습니다. 2015년 산불로 발생한 연무는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을 휩쓸 정도로 심각했거든요. 당시 국제선 항공기가 취소되면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항공 및 관광업에 피해를 끼치기도 했죠. 심한 지역은 임시 휴교령을 내리기도 했고요. 싱가포르에선 대기오염을 야기한 인도네시아 회사들에게 벌금을 내릴 수 있는 법적 조치를 고려했고, 태국은 인도네시아의 산불을 감시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팜유가 세계 1위인 이유

환경파괴의 지적을 받고 있는데도 도대체 왜 팜유는 계속해서 생산량이 늘어나고 인기가 있는 걸까요? 든든한 빽이라도 있는 걸까요? 이유는 바로 팜유를 대체할 만한 식용유가 없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팜유만큼 경제성이 뛰어난 기름이 없거든요. 가성비를 따져보면 팜유가 다른 어떤 식용유보다 월등히 좋습니다.

주요 품목 별로 1t의 기름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토지가 어느 정도인지 한 번 그림을 그려봤습니다. 비교해보면 아래 그림과 같아요. 콩기름을 1t 생산하려면 2㏊의 땅이 필요합니다. 카놀라유도 1t을 생산하려면 1.25㏊의 토지가 필요하죠. 반면 팜유는 0.25㏊면 끝입니다. 단위면적 당 생산량이 탁월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게다가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보존 기간도 길고 고온에서 잘 변하지도 않아서 상품 가치가 높죠.
식물성 기름 1톤 생산에 드는 토지규모

팜유를 생산할 때 토지를 적게 사용한다는 점이 생산하는 입장에서 돈이 덜 든다는 장점도 있지만 환경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만일 팜유의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팜유 대신 콩기름으로 생산을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요? 팜유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토지의 8배가 더 필요하게 될 테니까 오히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IUCN에서도 식물성 기름에 대한 수요가 줄지 않는 상태에서 팜유를 대체할 식용유가 없다고 인정하기도 했어요. IUCN의 사무총장도 “유일한 해결책은 지속가능성을 약속한 팜유를 생산하도록 협력하는 것뿐”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팜유 전쟁은 진행 중


팜유 생산에 대한 환경 파괴 문제가 계속 화두에 오르자 팜유 업계에서도 자구책을 마련했습니다. 팜유 업계에선 2004년에 지속가능한 팜유 산업 협의체(RSPO)라는 단체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 단체에서는 팜유의 지속가능한 생산 원칙을 만들었고, 이 원칙을 준수하는 기업을 인증해주는 제도를 도입해서 환경친화적인 팜유 산업을 만들어보려는 시도를 하고 있어요.

하지만 여전히 환경단체에서는 RSPO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팜유 산업을 위한 규칙을 만들어 놓았지만 어겼을 경우 벌칙 조항이 애매하거든요. 2018년 그린피스에선 RSPO가 삼림 벌채를 금지했음에도 여전히 허쉬, 켈로그, 하인즈 등 팜유를 사용하는 주요 25대 기업이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있다고 폭로할 정도죠.
EU와 팜유 생산국간의 갈등

EU는 가장 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팜유 산업을 만들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벨기에의 경우엔 100% RSPO 인증을 받은 팜유만 구입하고 사용하겠다고 선언할 정도죠. 유럽의회에선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바이오디젤 원료에서 팜유를 제외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이런 조치가 EU 회원국의 콩기름, 카놀라유, 해바라기유 산업 활성화를 위한 조치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친환경의 탈을 쓰고 있지만 자신들의 산업을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인 거죠. 무역 보복을 경고할 정도입니다. 말레이시아에선 팜유 사용금지가 가시화될 경우 EU에서 구입하려고 했던 전투기를 사지 않겠다고 하고, 인도네시아에선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어요.
 

행동하는 기업이 늘어나도록

누텔라, 킨더 초콜릿, 페레로 로쉐로 유명한 이탈리아 제과업체 페레로가 이번 달부터 말레이시아의 1위 팜유업체 사임다비의 팜유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사임다비는 팜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강제노동과 노동자 학대를 벌였다는 논란이 있었거든요. 이 선언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업체의 팜유는 사용하지 않겠다는 세계 2위 제과업체의 선제적인 적극적 행동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페레로뿐만이 아닙니다. 허쉬 초콜릿의 허쉬, 하겐다즈의 제너럴 밀스도 사임다비의 팜유 사용 중단을 선언했어요. 팜유를 이용하는 바이어 업체에서 지속가능한 팜유만 사용하겠다면 생산업체가 눈치를 안 볼 수 없겠죠.

WWF는 전 세계에서 팜유를 사용하는 227개 기업을 대상으로 팜유스코어를 계산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바이어 기업들이 얼마나 지속가능한 팜유를 사용하고 있는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판단해보겠다는 겁니다. 아래 그래프가 바로 그 팜유스코어를 나타낸 자료입니다. X축이 점수, Y축이 각 기업의 팜유 구매량을 의미합니다. 24점 만점에 평균 점수는 13.2점. 여전히 기업들의 적극적인 기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20점을 넘는 업체는 단 9곳. 1위는 스위스의 유통사 쿱 스위스였고, 페레로가 21.71점으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WWF의 팜유스코어 그래프

이번 분석에는 처음으로 한국 기업도 포함됐어요. WWF는 국내의 14개 회사에 참여를 요청했고 그 중 5곳(아모레퍼시픽, 삼양, 롯데푸드, AK켐텍, 동남합성)만이 정보를 공개했죠. 나머지 9개 회사(농심, 효성, LG생활건강, 대상, CJ제일제당, 미원상사, 오뚜기, SFC, 한송)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평균 점수는 4.5점. 전 세계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그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은 14.5점의 아모레퍼시픽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다른 해외 기업의 점수와 비교했을 때 아직 많이 낮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팜유 산업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여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편지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팜유에 대해 얽혀있는 환경 이야기를 다뤄봤어요. 사실 팜유가 낯설기도 하고 자주 접하지 않아서 우리와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실생활 곳곳에 팜유가 쓰이고 있는 만큼, 오늘 마부뉴스를 계기로 팜유에 대한 관심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오늘도 긴 기사 읽어줘서 고맙습니다.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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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강수민, 강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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