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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겪고도…관공서 개인정보 관리는 여전히 '허술'

<앵커>

SNS를 통해 성착취 영상을 퍼뜨렸던 조주빈이 2년 전 붙잡혔습니다. 조사 결과 사회 복무 요원이 피해 여성들의 개인 정보를 빼내, 조주빈에게 넘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관공서에서 개인 정보를 더 철저히 관리하도록 법까지 바뀌었는데, 2년이 지난 지금 현실은 어떨지 하정연 기자 취재한 내용 먼저 보시고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동사무소 사회복무요원인 A 씨는 지난해 8월 공무원들이 전담하는 코로나 생활지원금 지급 업무에 투입됐습니다.

가장 먼저 건네받은 건 담당 공무원의 행정 시스템 공인인증서 아이디와 비밀번호였습니다.

[A 씨/사회복무요원 : (지원금) 접수를 할 때는 주민등록등본 이런 게 필요해요. 조회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데 가족 관계나 집 주소 이런 게 다 나오게 되는 거죠. 공무원들 계정을 저희가 사용을 해 가지고.]

코로나에 걸린 사람 이름과 생년월일만 알면 주민등록등본 조회가 가능합니다.

[A 씨/사회복무요원 : 예를 들어서 어떤 연예인이 코로나에 걸렸다, 이런 뉴스가 있으면 그 사람 이름하고 생년월일 치면 주소까지 알 수 있는 거니까.]

강원도의 한 동사무소에서 폐기물 처리 세금 부과 업무를 하는 사회복무요원 B 씨.

담당 공무원 계정으로 민원인 주민번호와 주소뿐 아니라 체납 기록, 실직 여부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고 전자결재까지 직접 올립니다.

[B 씨/사회복무요원 : 사실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업무 분장표에서는 다른 공무원의 이름으로 올라갔을 거잖아요. 그분의 도장도 그냥 제가 찍어요.]

임대주택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에서는 세입자 정신병력까지 확인했다고 한 사회복무요원은 말했습니다.

[C 씨/사회복무요원 : 자연스럽게 입주민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되는데 이 분이 정신병 환자인지 아닌지까지 다 파악할 수 있는 그런 정보가, 제가 계약을 도와야 한다는 이유로 함부로 열람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거예요.]

이런 행위들은 엄연히 불법입니다.

사회복무요원이 성 착취 피해자 개인정보를 빼돌린 사실이 드러난 n번방 사건 직후, 2020년 6월 법을 개정해 정보 시스템 접근 권한을 사회복무요원에게 공유하거나 양도한 공무원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합니다.

취재진이 만난 사회복무요원들은 개인정보 열람은 불법이라는 교육까지 받고 투입된 현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최준식·윤형, 영상편집 : 이승진, VJ : 노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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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Q. 이번 취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된 사건이 있다면서요. 어떤 겁니까?

[하정연 기자 : 지난해 12월에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 집에 찾아가서 그 가족을 살해한 이석준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수원 권선구청 공무원이 차적 조회 권한을 이용해서 피해자 주소를 흥신소에 넘겼고, 이 정보가 이석준한테 전달이 됐었죠. 이후 수사 과정에서 또 다른 권선구청 공무원 2명이 차적 조회 권한을 이용해서 개인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입건이 됐었는데요. 사회복무요원들이 이들 중 한 명의 ID와 비밀번호로 개인정보를 취급했다는 제보가 온 겁니다. 저희한테 제보한 사회복무요원들의 이야기부터 들어보시죠. ]

[D 씨/사회복무요원 : 트래비스라고 하는 차적조회 시스템과 공무원 총괄적으로 할 수 있는 새올 행정시스템 두 곳을 들어갈 수 있었어요.]

[하정연 기자 : 이석준 사건이 터진 이후에도 사회복무요원들의 업무는 계속됐고 수원시 감사에 이어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면서 그제야 중단이 됐다고 합니다. 법이 개정됐는데도 불법적인 관행이 여전하다는 걸 제보를 통해 인지를 하고 취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Q. 방금 이야기한 불법적 관행을 끊을 수 있는 대책은 없는 겁니까?

[하정연 기자 : 전문가들은 우선 이런 식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 불법을 저지른 개인은 물론이고 관리 주최인 기관에도 엄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승주/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관리 감독하도록 주무 부처에 전부 다 역할이 부여돼 있죠. 그런데 그것을 안 하는 거죠. 개인정보를 유출한 당사자뿐만 아니고 그걸 관리하는 주무부처도 위반 사항이 없는지 체크해서 일벌백계하는….]

[하정연 기자 : 사회복무요원은 사회 서비스 업무 그리고 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규정이 돼 있는데요. 그런데 저희와 인터뷰한 사회복무요원들은 공무원 고유의 권한을 이용해서 업무 분장상 공무원이 마땅히 해야 할 업무를 본인들이 전담하고 있다, 이렇게 증언을 했습니다. 때문에 개인정보 취급 실태를 정부 차원에서 전수조사하고 불시에 점검하는 등 관리감독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사회복무요원은 군 복무 중인 신분으로 자신이 관리하는 담당 공무원의 말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이를 감시하는 시스템이 더욱 필요한 겁니다.]

(영상편집 : 이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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