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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절차적 과정 - 통일수도 ②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통일의 절차적 과정을 살펴보는 네 번째 순서, 오늘은 마지막으로 통일수도와 관련된 두 번째 내용입니다.
 
'통일의 절차적 과정' 글 싣는 순서
<1> 통일의 절차적 과정 – 통일조약과 통일헌법 ⓵
<2> 통일의 절차적 과정 – 통일조약과 통일헌법 ⓶
<3> 통일의 절차적 과정 – 통일수도 ⓵
<4> 통일의 절차적 과정 – 통일수도 ⓶

지난 글( '통일의 절차적 과정 – 통일수도 ⓵')에서 통일이 되면 서울도 평양도 아닌 제3의 도시로 수도를 이전할 가능성이 있으며, 남한 위주의 흡수통일이 이뤄질 경우 남북한의 화합 차원에서 북한 지역 도시로의 통일수도 이전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통일수도 이전은 국민적 합의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기 때문에 통일 당시의 국민여론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겠지만, 이 글에서는 북한 지역 도시로의 통일수도 이전이 이뤄진다면 어느 지역이 유력한 후보지가 될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남북통합과 북한지역 개발의 거점 '개성'

개성평양고속도로

통일수도 이전 문제를 떠나 통일이 되면 우선 주요하게 개발될 가능성이 높은 도시는 현실적으로 개성입니다.

통일이 돼 남북통합과 북한지역 개발을 주요 과제로 추진한다고 하면 이를 추진하는 기관이 설립되어야 하는데, 가칭 '남북통합 및 북한지역개발 추진위원회'(약칭 통합추진위)는 북한 지역에 마련되어야 합니다. 북한 체제를 남한 시스템에 맞춰 개혁하고 북한지역 개발을 추진하는 기관을 남한 지역에 설립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북한 최대의 도시이자 수도였던 평양에 이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평양에 '통합추진위'가 설립되면 많은 어려움이 생깁니다. 먼저 가장 큰 어려움은 통합추진위에서 일해야 할 남한 사람들이 근무하기 힘들어진다는 점입니다.

통합추진위에서는 많은 남한 관료들과 전문가들이 활동해야 할텐데, 평양에 청사가 위치하게 되면 남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기 어렵습니다. 서울-평양 간 거리는 약 200km에 달해 매일 출퇴근할만한 거리가 아닙니다. 아예 평양에 거주하는 것이 방법이지만 생활여건이나 자녀교육 여건 등의 차이로 인해 남한 사람들이 평양에 장기간 거주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되면 능력 있는 관료나 전문가들이 통합추진위 근무를 기피하게 될 것이고 남북통합 작업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비해 개성은 서울에서 불과 40km 정도의 거리로 출퇴근이 가능합니다.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면서도 통합추진위에서의 근무가 가능한 것입니다. 더구나 개성은 개성공단 가동 당시 남한에서 전기를 보내주는 시설을 갖춰놨고 도로와 철도까지 연결해 놨기 때문에, 북한의 고질적인 인프라 부족에서 자유롭습니다. 개성공단에서 개성 도심까지의 인프라만 보강하면 대형 사무실 빌딩을 짓든, 북한지역 식량지원을 위한 대규모 창고를 짓든, 대북 의약품 지원의 베이스캠프로 대규모 냉동 저장고를 마련하든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이 같은 시설을 평양에 건설한다고 할 때 고질적인 전력과 용수 부족, 남한과의 교통 연계성 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개성은 남북통합과 북한지역 개발을 추진할 전초기지로서 가장 적합한 여건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일수도의 적합한 후보지는


이제 통일수도의 문제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남한 체제로 통일이 될 경우 남북화합 차원에서 서울도 평양도 아닌 제3의 북한 도시를 통일수도로 결정한다면 한반도의 중심 지역에 위치한 개성만큼 적절한 곳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개성은 북한 지역 주요 도시이면서도 서울과 수도권, 인천공항에 근접해 있고, 수도 건설을 위한 기초 인프라 측면에서 북한 지역 어느 곳보다도 우월한 상태에 있습니다.

개성공단

남북통합 과정에서 남한 물자가 북한 지역으로 많이 지원돼야 할 텐데 지리적 여건으로 봐도 개성은 남북 물류의 허브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성이 남북 물류의 허브가 된다는 것은 북한경제의 성장을 견인할 통일한국의 신성장거점이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개성은 통일한국의 수도가 될 상징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습니다. 개성은 후삼국을 통일한 고려의 수도로 통합의 거점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고려는 후삼국 뿐 아니라 멸망한 발해의 유민들까지 흡수하며 실질적인 민족통일을 완성했습니다. 코리아라는 이름을 세계에 알린 것도 고려(COREA)였으며, 당시 고려는 중국대륙의 송나라가 무시할 수 없는 국력으로 동북아 중심국으로서의 위상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고려와 개성이라는 상징은 한반도의 통일로 동북아의 중심국, 세계 속의 코리아로 발돋움하려는 우리의 지향과 여러모로 맞아떨어지는 것입니다.
 

개성이 수도 되면 서울과 평양, 세종시는…


개성이 통일수도가 되더라도 서울과 평양은 남북한 지역의 주요 도시로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특히 서울은 코리아를 알리는 대표적인 국제도시이기 때문에 경제중심도시로서의 위상을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청와대와 국회, 주요 행정부처가 개성으로 이전하더라도 경제부처와 경제 관련 기관들은 서울에 위치하게 해 서울의 위상을 유지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과 개성은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에 수시 왕래가 가능합니다.

평양의 경우 북한의 수도였던 만큼 남북 통합 차원에서라도 일부 정부기능을 분산해 위상을 유지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국회와 행정부를 분리하는 것은 서울-세종의 사례에서 보듯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사법 기능이나 기타 공공기관, 육군사관학교와 같은 정부 관련 기관들을 배치하는 것을 고려해봐야 합니다. 평양은 어차피 북한 지역의 대도시이기 때문에 남한에서의 부산이나 대구, 광주, 대전처럼 지역거점의 역할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세종시의 경우 행정도시로 개발된 곳이기 때문에 수도 이전으로 행정기능이 빠져나가면 도시 존립 자체가 위협받게 됩니다. 외청이나 각종 정부 연구소 등을 배치해 도시로서의 기능을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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