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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회용기 배달' 소비자 부담 1천 원…친환경 참여하면 불이익? [장세만 기자의 에코브릿지]

5월부터 배민, 쿠팡이츠 등 배달앱 다회용기 시범사업 참여

'다회용기 배달' 소비자 부담 1천 원…친환경 참여하면 불이익? [장세만 기자의 에코브릿지]
코로나19와 함께 음식 배달이 급증하면서 덩달아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이 크게 늘어나 심각한 문제가 돼왔죠. 이 때문에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이 재작년부터 수거 세척해서 반복 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기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지만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같은 대형 플랫폼들은 꿈쩍도 안 했습니다.
 
이랬던 배달 앱들이 최근 달라졌습니다. 지난 4월 22일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 쿠팡이츠, 땡겨요 등 4대 배달 앱들이 서울시와 함께 다회용기 2차 시범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겁니다. 이 업체들은 5월부터 서울 강남구와 관악구, 광진구 지역에서 다회용기로 음식을 배달하는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서울시는 이에 맞춰서 5백 곳의 음식점들을 모집할 예정입니다. 
 
지구의 날인 4월 22일 '다회용?배달용기?사용?활성화를?위한?업무협약'이?체결됐다.?서울시와 함께 배달앱 운영사 4곳이 이번 협약에 참여했다. (우아한형제들,?신한은행,?위대한상상,?쿠팡이츠서비스)

뒤늦게라도 다회용기 서비스에 참여하기로 한 배달 앱들의 결정은 다행스럽습니다. 배달 쓰레기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가장 큰 압력으로 작용했겠지만, 요기요 단독으로 서울시와 시행했던 지난  1차 시범 사업의 긍정적 결과가 이번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회용기 정착 걸림돌…서비스 비용 1천 원 누구 몫?

그럼 이제 다회용기 서비스 순탄하게 확대되는 걸까요? 아직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핵심은 다회용기 서비스에 드는 비용 문제 때문입니다. 소비자가 배달 음식을 먹고 내놓은 다회용기는 수거 세척 전문업체가 가져가서 설거지를 한 뒤 음식점에 다시 공급합니다. 수거→세척→재공급까지 거치려면 건당 수 천 원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1차 시범 사업에선 서울시 예산지원과 세척 업체의 자부담을 통해 소비자는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세척 업체의 원가분석 결과, 시범 사업이 끝난 뒤에는 건당 1,000원의 소비자 부담이 불가피한 걸로 조사됐습니다. 
 
다회용 배달용기 이용
다회용 배달용기 샘플

가뜩이나 배달료가 올라서 건당 3~5천 원이나 드는데, 여기에 다회용기란 이유로 1천 원이 추가된다면 소비자들이 지갑 열기 쉽지만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다회용기 이용 소비자가 불이익을 받는 형평성 문제입니다. 정작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해 오염 유발 원인을 제공하는 일회용기 사용자는 추가 부담없이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쓰레기 저감에 기여하는 다회용기 소비자는 오히려 더 돈을 내야 하는 시스템이라면 폭넓은 참여가 이뤄질 수 있겠냐라는 겁니다.
 

계정 분리 없이 뒤섞여 쓰이는 환경부 부담금, 형평성은?

다회용기 서비스를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대답이 필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한 가지 방안으로 폐기물 부담금의 활용을 주장합니다. 오염자 부담원칙에 따라서 합성수지 등의 제조 및 판매, 수입사들이 일정 액수의 폐기물 부담금을 납부하고 있는데, 징수액이 10년새 3배 넘게 늘어서 2020년의 경우 한 해 징수액이 1,951억 원이나 됩니다.(2010년 605억 원)
 
환경부 폐기물부담금 연도별 징수실적. 2010년 605억 원 규모에서 2020년 1,951억 원으로 급증했다. 자료는 기재부가 작성한 2020 부담금 운용 종합 보고서.

이 돈은 환경부의 환경개선특별회계로 편입되는데, 폐기물 부담금만의 별도 계정이 없이 다른 부담금 및 세입원과 뒤섞여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정 목적 때문에 준조세로 걷어진 돈인만큼 당초 목적에 부합하는 사용처에 한정해 쓰이는 게 맞는 건데, 계정을 나누지 않고 뭉뚱그려 사용하다보니 용도 외로 전용한 건지 여부를 확인하기 쉽지 않습니다.

 
2020년 정부 각 부처의 각종 부담금 운용 실태를 조사, 점검한 종합 보고서.

폐기물 관련 환경부 사업비, 업계 부담금 의존도 심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기재부가 작성한 2020년 부담금 운용 종합 보고서를 들여다 봤습니다. 이에 따르면 환경부가 2020년 걷은 각종 부담금 총 8,415억 원(수질, 폐기물, 자연보전 등) 가운데, 폐기물과 관련된 부담금(폐기물부담금, 재활용부과금, 폐기물 처분 부담금)을 모두 합치면 4,054억 원입니다. 전체 부담금 세입 가운데 48%의 비중을 차지합니다. 반면 같은 해 전체 환경개선 특별회계에서 세출로 쓴 돈 6조 6,080억 원 가운데 폐기물과 관련해 쓴 돈은(자원순환사회 형성 촉진, 자원순환기반 구축) 5,298억 원으로 전체의 8%에 불과합니다. 
2019~2020년 환경부의 환경개선특별회계 세입 및 세출 항목별 분류내역

다른 분야는 어떨까요, 수질 보전 분야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수질 관련 부담금은 2종류가 있는데, 수질개선부담금 145억 원, 수질환경배출부과금 113억 원으로 2020년 전체 부담금 징수액 가운데 3%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환경부가 사용한 돈(환경개선특별회계) 가운데 수질보전 및 관리 분야에 2조 2,702억 원이 사용됐습니다. 전체 환경개선 특회 세출 가운데 34%를 차지했습니다. 
 
또 한 가지 알아야 할 건, 환경부가 걷은 각종 부담금만으로는 세출 항목 전체를 커버할 수 없어서 일반회계 전입이란 형식으로 도움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일반 회계란 정부가 거둔 세금 가운데 기재부가 각 부처에 나눠준 예산액을 말합니다. 각종 부담금 수입(8,415억)보다 일반회계 전입금(5조 899억) 규모가 6배에 달할 만큼 큽니다. 그리고 이 모든 돈이 계정 분리 없이 하나의 바구니에 담긴 뒤 뭉뚱그려져 쓰이고 있는 겁니다.
 

정부 일반회계 지원 늘려야 업계 간 형평성 논란 해소

이런 내용을 종합하면 어떤 의미일까요, 수질 보전과 관련된 사업비는 거의 대부분을 정부 돈을 쓴 대신 수질 관련 부담금  비중은 극히 적다는 겁니다. 반면 폐기물과 관련해서는 업체들이 낸 부담금으로 거의 모든 폐기물 관련 사업비를 충당했을 만큼 의존도가 높았고 정부 돈은 별로 쓰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결국 폐기물 부담금을 납부해온 업체들로선 돈을 걷어내기 용이하다는 이유로 수질 등 다른 분야 업체들보다 더 많은 부담금을 강제해왔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폐기물 관련해 부담금을 많이 거둔만큼 해당 분야에 대한 일반회계 매칭분을 늘려 폐기물 세출 사업비를 늘리는 게 형평성 차원에서 온당합니다. 이를 통해 다회용기 배달 서비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면, 소비자 부담 1천 원 문제 해소에 기여할 수 있고 다회용기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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