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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비하인드] 코로나 '전문가 검사'는 누가 해야 할까?

코로나 '전문가 검사'는 누가 해야할까
※ '코로나 비하인드'는 코로나19 취재 최전선에서 뛰고 있는 SBS 보도본부 생활문화부 박수진 기자의 취재기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기사에는 담지 못했던 박 기자의 취재물과 생각들을 독자들께 풀어놓습니다. [편집자 주]

작년 말, 코로나에 확진된 지인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혹시 은교산이라고 알아? 인후통이 너무 심한데 이거 먹어도 될까?" 당시는 보건소에서 재택치료 환자들에게 약을 보내주던 때였는데, 환자가 몰리면서 연락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확진 이틀이 지날 때까지 보건소랑 연락이 되지 않아, 인터넷 검색을 하다 '은교산이 코로나 인후통에 좋다'는 후기를 봤다고 했습니다.

이날 '은교산'의 존재를 처음 알았습니다. 코로나 전용 치료제는 아니고 '목감기용 한방염증치료제'였습니다. "잘 모르겠는데…. 그런데 코로나 치료제를 먹는 게 낫지 않을까?" 나중에 들어보니, 지인은 은교산과 더불어 한의원에서 갈근탕도 지어먹었다고 했습니다. 열 감기나 오한 증상이 있는 경우 처방해주는 한약이라고 했습니다. 지인은 다행히 코로나 중증으로 악화되지 않고 재택치료를 끝냈지만, 한약 때문인진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당시엔 이 상황을 '재택치료 환자 폭증으로 보건소의 업무가 마비되며 벌어진 현상'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건강관리키트를 제때 받지 못하고, 비대면 진료가 잘되지 않아 급한 마음에 한약까지 찾는 환자가 있구나 정도의 이해였습니다. 그런데 넉 달 후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정부가 코로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와 확진자 대면 진료를 동네 병의원으로 전담시키면서 의사와 한의사, '직역 간 갈등'이 발생한 겁니다. 보기보다 복잡한 문제란 생각이 들어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코로나 비하인드] 코로나 '전문가 검사'는 누가 해야 할까?

신속항원검사를 병의원에 맡기며 시작된 '갈등'

이 갈등은, 코로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놓고 의사 외에 '한의사가 해도 된다 vs 안 된다' 문제입니다. 코로나 진단 검사가 보건소를 중심으로 한 PCR 검사 체계였던 때는 불거지지 않았지만, 오미크론 발생 이후 폭증한 검사 수요를 버티지 못한 정부가 PCR과 신속항원검사 이원화 체계를 허용하고 →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병의원으로 확대하고 →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양성 결과를 확진으로 인정하면서 수면 위로 떠 오른 겁니다. 시발점은 지난 3월 21일, 중앙재난대책본부의 백브리핑이었습니다.
 
기자: 코로나 신속항원검사 관련 한의원은 왜 안 되나요? 한의원과 의원이 같이 있는 곳(한방병원)은 가능하다고도 하는데, 법적 근거는 무엇인가요?

손영래 중수본 사회전략반장: 이 문제는 의과, 한의과 간의 전문 업무 영역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고, 이후 치료와 연동돼 있는 부분도 있다 보니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중입니다. 보건의료정책관 쪽에서 검토하고 있는데, 정리되는 내용이 있으면 추후 알려드리겠습니다.

브리핑 직후 '정부가 한의원도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할 수 있도록 검토 중'이라는 기사가 쏟아졌고, 한의사협회는 '환영'을,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사단체는 '반대' 입장을 내놓으며 혼란이 커졌습니다. 3시간 후 정부는 입장을 바꿉니다.
"현재 상황에서 한의과 의료기관의 코로나19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실시 여부는 검토하고 있지 않음." (중대본 보도설명자료 中)

방역당국은 이후 검사 권한과 관련한 언론 질의에 일관된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는 코로나 의심환자에 대한 진단을 바탕으로 검사하고, ▲확진되는 경우 치료까지 일괄 관리하기 위해 시행되며, ▲그래서 호흡기를 주로 보는 전문의가 있는 의료기관으로 제한한다는 겁니다. 보건복지부 담당 국장은 당시 기자와 통화에서 "의사가 침술 교육받는다고 침을 놓을 수는 없잖아요?"라며 "현재로선 한의사의 신속항원검사 결과를 인정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을 잠재우진 못했습니다. 대한치과의사협회까지 "치과도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뛰어들었습니다. 한의사와 치과의사들의 '권한 주장'은 ▲의료법에 명시된 '의료인'의 범위에 의사를 비롯해 치과의사, 한의사도 포함이 되고, ▲감염병예방관리법은 감염병 발생 또는 유행 즉시 의료인이 이를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근거를 기반으로 합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는 한의사나 치과의사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하는 건 ▲의료법 제27조 2항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를 근거로, 이를 의사 외 의료인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는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이후 "검사 권한에 대한 입장은 변함없지만, 법적 대응이나 단체 행동 계획은 없다"(지난 21일, 협회 관계자 통화中)며 '정중동'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한의사협회는 방역당국을 대상으로 지난 12일 행정소송까지 제기하며 강경 대응 중입니다. 의사와 한의사 간 직역 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코로나 비하인드] 코로나 '전문가 검사'는 누가 해야 할까?

법정으로 간 '전문가 자격' 논란

한의사협회가 제기한 행정소송은 '코로나19정보관리시스템 사용 권한 승인 신청 거부 처분 취소의 소'입니다. 코로나 확진자를 등록하는 시스템을 한의사들은 사용하지 못하게 질병관리청이 막았는데, 이 조치를 취소해달라는 내용입니다. 이 소가 제기된 이유는 '한의원의 확진자 등록이 됐다가 안 됐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한의사의 신속항원검사를 인정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왜 '됐다 안 되는' 일이 생긴 걸까요?

지난 3월 정부가 동네 병의원도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할 수 있도록 대상을 넓히는 과정에서 일부 한의원도 권한을 승인받았습니다. 복지부와 질병청을 취재해 보니, 한의원의 권한을 인정해서라기보단 동네 병의원의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일부 한의원이 섞여 들어간 것에 가까웠습니다. 언론 보도가 되기까지 복지부와 질병청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기도 했습니다.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확진자 등록까지 한 서울 강서구의 한 한의원을 직접 취재했었는데요, 원장은 "공인인증서와 의료기관 기관 기호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의료기관 여부를 확인 후 승인해 준다. 3월 17일 승인을 받았고 다음날 2명의 확진자를 처음 등록했다"며 확진자 등록 처리가 된 질병관리청 시스템 화면도 보여줬습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이런 한의원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질병관리청이 시스템 접근 권한을 막고, 일부 한의원에서 등록한 확진자의 확진 이력을 취소하고 재검사를 받으라고 요구했다는 게 대한한의사협회의 주장입니다.

보건복지부 보도설명자료 및 중수본 정례브리핑에 따라 한의의료기관 시스템 권한 승인은 일시보류 중이라는 내용의 안내문

보건복지부 보도설명자료 및 중수본 정례브리핑에 따라 한의의료기관 시스템 권한 승인은 일시보류 중이라는 내용의 안내문

질병관리청의 이런 조치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감염병 환자는 의사, 치과의사 또는 한의사 진단으로 확인된 사람 (감염병예방법 제2조 13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은 감염병 신고서를 질병관리청장에게 정보시스템을 통해 제출 (감염병예방법 제11조 6항 및 시행규칙 6조) ▲1, 2급 감염병에 대하여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군의관 등의 보고 또는 신고를 방해한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부과 (감염병예방법 제79조 4호)를 법적 근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의사는 정부가 법적으로 인정한 감염병 환자 진단 및 신고의 주체 중 하나고, 법이 규정한 신고 의무를 따른 것인데 이걸 왜 막냐는 이야기입니다.

표면으로 드러난 건 '질병청 조치를 취소해 달라'지만 근간에는 한의사의 코로나 진단 권한과 전문성을 인정하라는 주장이 깔려 있습니다.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비인두와 식도를 거쳐 위장까지 50cm가량 삽입되는 비위관삽관술도 한의사들이 하고 있다. 그런데 신속항원검사는 동일한 경로 중 초입 부분 약 10cm 정도만 신속항원검사의 검체 채취 도구가 삽입된다. 더 난이도 높은 행위는 인정이 되고 있는데 코로나 신속항원검사는 안 되는 것은 방역당국의 양의계 눈치 보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진단과 검사와 관련한 전문가 자격을 가늠할 수 있는 판례는 아직 없는데, 한의사협회의 법률 대리를 맡은 이상도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22일 기자와 통화에서, 지난 2013년 안압측정기 등 의료기기를 사용한 한의사들에게 내려진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한 헌법재판소 결정문(2021헌마551)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간략하게 설명하면, 서울의 한 한의원에서 의료기기인 안압측정기와 청력검사기 등을 이용해 눈 검사와 청력검사를 한 후 환자에게 한약 처방을 한 것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라고 보고 검찰이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유예 처분을 했는데, 헌법재판소가 이를 무효화시킨 사건입니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이런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의료법 27조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의사와 한의사의 직역 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의료법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바, 의료법 제27조 제1항 본문 후단의 해석 또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중점을 두어 해석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의료기기의 성능이 대폭 향상되어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 없이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다면 자격이 있는 의료인에게 그 사용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이 변호사는 이 결정문을 근거로 "의료 기술이 발달돼서 보건 위생상의 위험이 없으면 의료인이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의료법을 해석하는 게 의료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본 건데, 이번 사안도 같은 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2013년 사건에서의 쟁점이 된 안압측정기나 청력검사기 등은 안경원, 보청기 판매점에서도 검사에 이용하고 있었다는 점, 또 안압과 청력은 검사 결과가 자동으로 추출된다는 점에서 검체 채취 도구를 비인두까지 넣어 진단하는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와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 있는지는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또 현행 의료법이 의료행위와 관련해 구체적인 정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해석의 여지가 큰 점도 변수입니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키트가 의료기기로 분류되긴 하지만, 의료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범위에 대해서는 의료기기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점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료행위'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5도4102 판결 /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4도3405 판결).

[코로나 비하인드] 코로나 '전문가 검사'는 누가 해야 할까?

'밥그릇 싸움'일까 '자존심 싸움'일까

2013년 헌재 결정문에는 이런 표현도 나옵니다. "의료공학의 발달로 종래 의사가 사용하는 것으로 인식되던 의료기기를 한방 의료행위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방에서 활용되던 의료기법을 의사가 활용하려는 시도 또한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행위들이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의사와 한의사의 직역 간 갈등으로 비화되어 행정조치 요청이나 형사고발 등을 통하여 다투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 기술은 지난 9년 동안 훨씬 더 발달한 데 반해 법 규정은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 갈등이 더 심화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흐름이기도 합니다.

신속항원검사 전문가 자격 논란을 두고, 일각에선 '밥그릇 싸움'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이달 초까진 병의원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는 건당 5만5920원의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돼 왔습니다. 이 금액은 진찰료 1만6970원(환자 본인부담금 5000원), 검사료 1만7260원, 감염예방관리료 2만1690원(10회 이내의 경우 3만1680원)으로 구성돼있었습니다. 하루 100명을 검사하면 5백만 원 넘는 수익이 생겼다는 이야기입니다. 코로나로 내원 환자가 크게 줄었던 동네 병의원에선 새로운 수익원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1일부터 가장 비중이 컸던 감염예방관리료가 폐지됐습니다. 신속항원검사 1건 당 진찰료와 검사료를 합해 총 3만4230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동네 병의원을 중심으로 '수가 보상을 충분히 안 해주면 왜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코로나 검사와 진료를 하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일상의료체계 전환 흐름에 맞춰 수가 보상 범위도 점차 줄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수익'만이 절대적 이유가 되긴 어려워 보입니다.

이 사안을 취재하면서 제가 받은 솔직한 느낌은, 직역 간 자존심 싸움에 더 가까웠습니다. 의사들을 취재할 땐 '아직까지도 동의보감에 의존한다.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 한의사들을 취재할 땐 '의사들이 의료를 독점하려고 한다. 정부가 의사 집단의 독선을 옹호한다'는 등의 날 선 말들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모호하고, 사안별로 다른 기준 적용이 혼란을 더 부추긴단 생각도 듭니다. 이 논란 자체가 정부 관계자의 설익은 발언에서 시작됐고, 신속항원검사 권한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정작 코로나 확진자 대면 진료 가능 의료기관엔 한의원과 치과도 모두 포함시켰습니다. '코로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는 진단에서부터 치료까지 일괄 관리하기 위해 시행된다'(3월 21일)던 정부의 초기 입장과도 모순되는 셈입니다.

(취재 : 박수진, PD : 김도균, 일러스트 : 김정연, 제작 : D콘텐츠기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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