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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종섭 후보와 그들의 대군(對軍) 인식…군 갈라치기하나

7기동군단장 시절의 이종섭 국방장관 후보자

이종섭 국방장관 후보자는 기자들에게 "장병들의 정신세계와 가치관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한 데 이어, 국회 국방위에는 "장병들의 대적관(對敵觀) 약화가 경계작전 태세의 이완으로 이어졌다"고 단정했습니다. 장관 후보자의 대군(對軍) 인식이 여실히 드러나는 발언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은 이종섭 후보자만이 아닙니다. 윤석열 당선인 측의 예비역 장성 및 안보 전문가들 상당수가 문재인 정부의 군을 갈라치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군을 다음 달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군과 다른 존재인 양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입니다.

진보 언론·보수 언론이 있고, 진보 정치인·보수 정치인이 있고, 진보 학자·보수 학자가 있지만 진보 군인·보수 군인은 따로 있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군과 윤석열 정부의 군은 다르지 않습니다. 나라 지키는 군대, 즉 국군(國軍)만 존재합니다. 다만 문민 정부의 지침에 따라 때로는 소극적, 때로는 적극적으로 행동할 뿐입니다. 이것이 민주주의 문민 통제입니다.

언제 우리 군의 대적관이 흔들렸나

이종섭 후보는 민홍철 국회 국방위원장의 질의에 대한 답변 자료에 "대적관 약화가 경계작전 태세의 이완으로 이어졌다", "우리 장병들의 국가관과 안보관, 군인 정신을 확실히 해야 한다",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누가 우리의 적인지, 왜 싸워야 하는지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지속하고 우리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한 적으로 봐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우리 군 장병들은 삼복더위, 엄동설한에 왜 불편한 군복에 무거운 총 들고 훈련하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핵과 미사일, 재래식 전력으로 무장한 휴전선 넘어 북한군이라는 적을 눈과 귀, 마음으로 절절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북한군이라는 적과 맞서 싸워야 하니 민간인들이 누리는 온갖 즐거움 뒤로 하고 접적(接敵)의 땅과 하늘, 바다에서 청춘을 바치는 것입니다.

진보적 문재인 정부에서 군이 수세적이었다고 해서 우리 군의 본질이 수세적, 소극적인 것이 아닙니다. 문민 정부에 복종했을 뿐입니다. 군이 문민 정부에 복종하지 않으면 문민 통제는 실패하고 민주주의가 위험해집니다. 윤석열 정부의 군은 통수권자의 지침에 따라 언제 그랬냐는 듯 북한을 공세적으로 몰아붙일 것입니다. 군은 문민 통제의 원칙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지침에 충실할 테니 이종섭 후보는 괜한 걱정 하지 않아도 됩니다.

문재인 정부의 군과 윤석열 정부의 군은 따로 없다

윤석열 당선인 측 캠프에서 활동한 한 안보 전문가는 모 예비역 4성 장군을 두고 "문재인 정부에서 진급한 문재인의 장군이다", "윤석열 캠프에 투항했지만 반성을 안하고 있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말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군과 윤석열 정부의 군을 분리하는 잘못된 시각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국방 상왕으로 불리는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을 주도한 인물로 차기 경호처장으로 유력하다.

윤석열 당선인 휘하에 사단을 구축했다는 평을 듣는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가 역겹다"고 공개 발언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과 군을 종합적으로 부정하는 견해입니다. 안타깝습니다. 거듭 강조하건대 문재인 정부의 군과 윤석열 정부의 군은 따로 없습니다.

어떤 정치 세력이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대북정책과 안보정책이 달라지고, 이에 맞춰 군의 행동 양태도 달라집니다. 진보적 문민 정부는 대화와 협력의 대북정책을 펼치고, 군은 소극적, 수세적으로 행동합니다. 보수적 문민 정부는 원칙적 대북정책을 추구하니, 군은 적극적, 공세적으로 행동합니다. 문민 정부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군은 움직이는 것입니다.

당근의 정책과 채찍의 정책이 초래한 각각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문민 정부의 몫이고, 군은 정책이 옳든 그르든 잘 복종하고 이행했는지로 평가됩니다. 민주주의 문민 통제의 원칙이 이와 같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안보를 책임질 유력자들은 민주주의 문민 통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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