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국회의 시간은 검찰 편이 아니었네요. 박병석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법안 중재안을 여야가 합의 처리하기로 하자 검찰이 다시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데요, 김오수 검찰총장을 시작으로 검찰 지휘부가 도미노 사퇴에 나서면서 초유의 지휘부 공백 사태가 불가피하게 됐네요. 김오수 총장은 대선 이후 이른바 윤핵관이 흔들어도 잘 버티다 검수완박 국면에서 사표를 두 번 쓰게 됐는데요, 이런 사례도 검찰 역사에서는 처음이라고 해요.
닷새 만에 두 번째 사표 던진 김오수
김오수 총장은 대변인실을 통해 기자단에 "검찰총장은 이 모든 상황에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하겠음"이라는 짤막한 입장을 전한 뒤 대검찰청을 떠났지요. 아래 사진은 대검 떠나는 모습이에요.
검찰총장은 이 모든 상황에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하겠음 (기자단 공지 내용)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김 총장을 비판하는 분위기도 있는데요, 김 총장이 지난 18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면담한 뒤의 발언을 보면 오늘(22일) 중재안을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는 거죠. 김 총장 책임론이 제기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고요.
사표, 사표…초유의 지휘부 공백

검찰 고위 간부들이 모두 물러나게 되면서 초유의 지휘부 공백 사태가 불가피하게 됐네요. 다만 이성윤 고검장의 경우 현재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으니까 사표가 수리되긴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있죠.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를 대검찰청 입장문 보면 알 수 있는데요, 대검은 "중재안은 사실상 기존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시기만 잠시 유예하는 것에 불과하다" "중재안 역시 형사사법체계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임에도 국회 특위 등에서 유관기관이 모여 제대로 논의 한번 하지 못한 채 목표시한을 정해놓고 추진되는 심각한 절차상 문제가 있다"면서 중재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했네요.
- 대검은 금일 공개된 국회의장 중재안에 단호히 반대함
- 중재안은 사실상 기존 '검수완박' 법안의 시행시기만 잠시 유예하는 것에 불과함
- 중재안 역시 형사사법체계의 중대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임에도 국회 특위 등에서 유관기관이 모여 제대로 논의 한번 하지 못한 채 목표시한을 정해놓고 추진되는 심각한 절차상 문제가 있음
- 법안이 최종적으로 통과되는 마지막까지 법안의 부당성과 문제점을 알리고 국회와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음
대선 직후 김오수 흔든 윤핵관

대장동 수사에 대해서 검찰이 제대로 하고 있다고 믿는 국민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거기에 대해서 앞으로 자신이 검찰총장으로서 정말 공명정대하게 자신의 처지에 관계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그런 각오와 자신과 의지가 있으면 임기를 채우는 것이고 그런 자신 없고 지금까지와 같은 행태를 반복한다면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된다고 저는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윤석열 당선인은 무슨 사퇴를 압박하거나 종용하거나 이러진 않을 겁니다.
-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2022년 3월 15일)
김 총장은 이튿날 대검찰청 대변인실을 통해 기자들에게 짤막한 입장을 내놨는데요, "검찰총장은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음"이라는 27글자로 사퇴 요구를 거부한 거죠.
'사퇴 카드' 꺼내고 배수진

전국 지검장회의 모두 발언에서 "만약 검찰 수사기능이 폐지된다면 검찰총장인 저로서는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할 아무런 의미가 없다. 저는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 사퇴를 언급하기 시작하죠. 배수의 진을 친 거죠. 지난 15일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나기 위해 국회를 찾아서도 "입법절차에 앞서 저에 대한 국회의 탄핵 절차를 먼저 진행해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라면서 직을 걸고 입법 저지에 나섰지요.
문 대통령 "반려하고 면담"…또 사표

근데 문재인 대통령이 김 총장의 사표를 반려한 뒤 김 총장을 청와대로 불러 70분간 면담했는데요, 이게 나흘 전인 18일이죠. 김 총장은 면담 뒤 직을 계속 이어나가겠다고 했는데요, "공직자는 임명권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필사즉생의 마음이었는데, 마지막까지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사표 철회 배경을 설명했고요.
문 대통령도 "검찰총장은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이 없으니 임기를 지키고 역할을 다해달라" "이럴 때일수록 총장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검찰 조직이 흔들리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죠. 이후 김 총장은 민주당 설득과 국회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해 의견을 개진해 왔죠.

어제(21일)만해도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해 '민주당의 안대로 가면 정밀 사법 체제가 붕괴되고 그로 인해 사건 처리가 지연된다'는 취지로 박 의장을 설득하며 중재를 호소했죠. 김오수 검찰의 간부들도 여론전을 벌이며 동분서주했지만 국회의 시간은 검찰의 편이 아니었죠.
임기 채운 검찰총장 8명에 불과

김 총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인데요, 이번에 사표가 수리되면 1년가량 일찍 옷을 벗게 되죠. 검찰총장 2년 임기제는 1988년 제6공화국이 출범한 뒤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 위해 도입됐는데요, 제도 도입 이후 23명이 총장에 올랐지만 임기를 채운 총장은 8명뿐이에요.
노태우, 김영삼 정부의 마지막 총장이었던 김두희, 김태정 전 총장은 법무장관으로 영전하면서 중도 하차했고요, 반대의 경우도 있죠. 김대중,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총장인 김각영, 김수남 전 총장은 새 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의 '불신임' 관련 발언이나 불신임 분위기가 사퇴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자진 사퇴의 길을 택하게 됐죠. 노무현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인 임채진 전 총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유임됐지만 '박연차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고요.
정권과 충돌하면서도 임기를 지킨 검찰총장도 있네요. 노무현 정부의 송광수 전 총장은 청와대가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를 밀어붙이자 "먼저 내 목을 쳐라"며 버텼는데도 임기 2년을 채운 사례죠.
근데 김오수 총장의 사표가 수리되면 윤핵관들이 바라던 일 아닐까요?
오늘의 한 컷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정부서울청사 외교부로 들어서는 모습이에요. 일본 정부가 올해 외교청서에서도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억지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외교부가 항의하기 위해 부른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