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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레터 이브닝(4/19) : "입법 쿠데타"라는 인수위…윤석열은 침묵

스브스레터 이브닝

퇴근길에 보는 뉴스 요약, 스브스레터 이브닝입니다.

국회 법사위 소위에서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는데요, 검수완박을 중심으로 민주당과 국민의힘·검찰 간에 형성된 강대강 대치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네요. 대통령직인수위도 '입법 쿠데타'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중단을 촉구했는데요, 정작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충돌 전선에서 빠져 있네요. 침묵을 지키며 참전하지 않고 있어서 인수위와는 다른 모습이죠.
 

"입법 쿠데타"라는 인수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 분과 인수위원들이 입장문을 냈네요.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소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즉각 중단을 요구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고요.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보면 "'검수완박' 법은 사법부조차 처음 들어봤다고 말할 정도의 위헌적 법안으로, 정당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피해는 힘없는 국민에게 오롯이 돌아갈 것이다" "의석수가 많다고 70년 넘게 유지돼온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것은 정의 실현의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이자 권력 분립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이다" "현 집권 세력의 범죄 수사를 막으려 한다는 지적을 받는 '검수완박'은 '입법 쿠데타'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는 주장이 들어있네요. 이용호 인수위 정무사법행정 분과 간사가 발표한 입장문의 내용을 보시지요.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이용호 간사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사법부조차 이례적으로 이른바 검수완박법이라 불리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13개 조항에 대해 검토 내지는 보완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사실상 반대 입장을 피력했습니다. 법원조차도 이처럼 이레적으로 의견 표명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 더불어민주당은 무겁고 깊이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의석수 많다고 하여 70년 넘게 유지되어온 형사사법체계 근간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는 것은 국민의 인권 보장과 정의 실현의 기반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이자, 권력 분립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으로, 입법·행정·사법이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할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협입니다.
(…) 현 집권 세력의 범죄 수사를 막으려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검수완박'은 입법권의 사유화이자 '입법 쿠데타'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민주당 정권의 입법 폭주 행태는 이사를 앞두고 대들보를 훼손하는 것과 다름 없는 것으로, 새 정부 국정운영을 방해하는 행위입니다.

검수완박에 대한 인수위의 입장문은 두 번째인데요, 첫 번째 입장문은 지난 13일 나왔고요. 첫 번째 입장문은 "검찰 수사권의 완전 폐지는 헌법이 검사에게 영장신청권을 부여한 헌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서 헌법 파괴 행위와 다름없다"며 입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죠.

6일 만에 나온 두 번째 입장문은 첫 번째보다 비판의 강도를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죠. 갈수록 강대강 대치로 인해 서로의 입장이 강해지고 있는 걸 입장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네요.
 

"지켜보고 있다"는 윤 당선인

검수완박을 둘러싸고 여야가 충돌하고 있지만 윤 당선인은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하고 있는데요, 검찰총장 시절 "검수완박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며 작심 발언했던 것과는 사뭇 다르죠.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검수완박 관련 질문에 대해 "윤 당선인은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출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가장 몰두하고 전념하는 것은 국민의 민생 회복이다"면서 과거 답변을 거의 그대로 반복했네요.

배현진 대통령 당선인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 기자 : 검수완박 관련해서 당선인이 구체적 입장을 밝힌 적은 없어서 다시 물어봅니다.
◆ 이 문제가 국회에서 뜨겁게 논의되는 만큼 당선인도 차기 정부 인수 앞두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씀드립니다. 여야가 국민의 삶에 집중해서 민생 회복 관점에서 지혜 발휘해주셨으면 좋겠다, 대화 활짝 열고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드리면서 차기 정부는 국정 운영 안정적으로 출범하는 데 집중하고 가장 몰두하는 건 민생 회복하는 것입니다.
 

열흘 전엔 "검사 그만둔 지 오래된 사람"

윤 당선인이 대통령 선거 이후 검수완박에 대해 처음으로 언급한 건 지난 8일인데요, "나는 검사를 그만둔 지 오래된 사람이고, 형사사법제도는 법무부하고 검찰하고 하면 된다. 나는 국민들 먹고 사는 것에만 신경쓰겠다"고 한 적 있는데요, 그때부터 줄곧 '검수완박'을 둘러싼 논쟁에는 참전하지 않고 있죠.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 기자 : 대검이 민주당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공식 반대 입장을 냈는데요, 한 말씀 부탁합니다.
◆ 나는 검사 그만둔 지 오래 된 사람이고, 형사사법제도는 법무부하고 검찰하고 하면 되고. 나는 국민들 먹고 사는 것만 신경 쓰려고 합니다.

기자들이 지난 13일에도 인수위에 출근하는 윤 당선인에게 검수완박에 대해 물었는데요, 윤 당선인은 "검수완박? 지난번에 말씀드렸다"고만 답변했죠. 배현진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관련된 질문을 받고 "국회 일은 국회에서 해결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윤 당선인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민생 문제,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말한뒤 "윤 당선인 입장은 종전과 마찬가지다. 형사사법제도 같은 국가의 모든 제도는 국민 입장에서 오로지 국민만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게 당선인 입장"이라만 하고 윤 당선인이 어떤 생각인지는 말하지 않았거든요.

윤 당선인은 김오수 검찰총장이 사표를 던진데 대해서도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요, 배현진 대변인은 어제(18일) "입장이 없으시다"면서 "당선인께서 사의를 표(시)하라거나 사표를 제출하라고 하신 게 아니라서 당연히 지켜보는 입장에서 차분히 지금 상황을 고심하시고 있다"고만 전했지요.
 

정계 진출 알린 "검수완박 부패완판"

레터용 윤석열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이던 지난해 3월 대구고·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취재진과 만나 검수완박을 강하게 비난한 적이 있죠. 검찰총장 사퇴 직전의 일인데요, 윤 당선인은 "지금 진행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했거든요. 또 "이는 헌법 정신에 크게 위배되는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책무를 저버리는 것"이라고도 했죠.

윤 당시 총장은 "정치·경제·사회 제반 분야에서 부정부패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국가와 정부의 헌법상 의무"라면서 "부정부패 대응은 적법 절차와 방어권 보장, 공판중심주의라는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 재판의 준비 과정인 수사와 법정에서 재판 활동이 유기적으로 일체돼야 가능한 것"이라는 논리를 폈는데요, 검수완박에 강한 반대 입장을 표시한 거죠.

당시 '검수완박 부패완판' 발언은 현 정부와 대립각을 분명히 한 것으로, 윤 당선인의 정계 진출 신호로 해석되기도 했죠.
 

당선 이후 왜 침묵하나?

윤 당선인의 침묵도 어떤 전략의 결과로 보이네요. 검수완박 법안에 반대 목소리를 높일 경우 민주당 등이 내세우는 '검찰공화국' 프레임에 휘말릴 수 있다고 판단하는 모양이에요. 윤 당선인이 참전하면 프레임이 검찰공화국, 정치 보복으로 전환될 우려가 있다는 거죠.

'국회의 시간'에 맡기고 코로나19 긴급 대책과 소상공인 손실 보상 등 '민생 현안'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대통령 면모'를 보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네요.

또, 법원을 포함한 법조계에서 반대 의견을 잇따라 내고 있고요, 민주당 안에서도 당론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으니까 당선인이 직접 나서서 반대 의견을 표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도 할 수 있겠네요.
 

오늘의 한 컷

(사진=연합뉴스)

'계곡 살인사건'의 피의자 이은해(31·왼쪽)·조현수(30)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는 모습이에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였는데요, 쏟아진 기자들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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