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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라지는 'NO JAPAN'…일본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취재파일] 사라지는 'NO JAPAN'…일본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2019년 7월 1일,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내놨습니다. TV와 스마트폰,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첨단 부품이 대상으로, 우리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대해 강제 징용 배상 판결을 한 지 8개월 만에 나온 발표였습니다.

당시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선 품목은 세 가지였습니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재료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기판에 칠하는 감광제인 리지스트, 세정에 쓰는 고순도 불화수소입니다. 모두 일본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70%가 넘는 품목들로 일본 기업이 한국에 수출할 때마다 관계 당국에 허가를 받도록 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연간 또는 반년 단위로 포괄적으로 수출 허가를 내줬지만 이후 수출할 때마다 건 별로 허가를 받도록 규제를 강화한 겁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일본은 수출 허가를 면제해주는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 대상 국가에서 한국을 빼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한 달쯤 뒤인 8월 2일, 실제로 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2018년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이 분명해 보였지만 일본 정부는 부인했습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한국과 관련된 수출관리에서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해 엄격하게 제도를 운영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일본 수출규제가 현실화하자 국내에서는 대규모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습니다. 당시 인기가 높았던 일본 맥주와 의류를 중심으로 불매운동이 확산했습니다. 편의점에 일본 제품 판매 중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나붙는가 하면, 택배 노동자들이 일본 제품 배송을 거부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불매운동은 소비재 뿐 아니라 여행 상품으로 까지 번졌고 한국 관광객이 큰 비중을 차지하던 일본의 지방도시들이 상당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사라져 가는 '노 재팬'

 
코로나19라는 워낙 큰 풍파를 겪은 탓일까요? 3년 가까이 지난 지금, 당시 불길 같았던 '노 재팬'(NO JAPAN) 불매운동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보복 소비 영향으로 일본 패션기업들의 한국 실적은 회복세로 돌아섰고 일본 제품 수입액도 점차 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데상트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이 5,437억 원으로 1년 전보다 9% 증가했습니다. 영업이익도 115억 원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불매운동의 주요 타겟 중 하나였던 유니클로 역시 실적이 대폭 개선됐습니다. 유니클로의 국내 운영사인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7.5% 줄어든 5,824억 원에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529억 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했습니다. 일본 맥주도 회복세가 뚜렷합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일본 맥주 수입액은 올해 1분기 266만 6천 달러, 전년 대비 55%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 맥주 수입액은 지난 한 해 21% 증가한 데 이어 올해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술 소비가 늘면서 지난 달 일본 맥주 수입액은 150만 3천 달러를 기록했는데,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2019년 7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일본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렇다면 불매운동을 촉발시킨 일본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산업통상자원부 취재 결과, 3년 전 일본이 취한 규제 조치 가운데 바뀐 건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한국은 여전히 수출 허가를 면제해주는 '화이트 리스트' 대상 국가에서 빠져 있었고,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수출 규제 역시 그대로였습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우리 스스로 100대 핵심 기술을 선정해 자체 개발하거나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을 강화해 일본 리스크를 최소화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일본에서 수입이 불가피한 품목은 일본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일본 정부의 허가를 거쳐 수입해야 하는 불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일 수출규제 국장급 협상 본격화

일본 측 보복 조치의 출발점이 된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일본 정부가 자기 손으로 규제를 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업계 전망입니다. 세계무역기구 WTO에 제소한 결과가 나오기까지 앞으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또 설사 세계무역기구, WTO가 우리 손을 들어준다고 해도 모든 게 예전처럼 복구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불매운동이 서서히 끝나가는 지금, 바뀌지 않고 있는 일본에 대해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는 어떤 것일까요? 보복 조치를 우리 힘으로 이겨냈으니 아량을 갖고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까요? 아니면 앞으로 있을지 모를 또 다른 충돌에 대비해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까요? 정답은 알 수 없지만 양국 모두를 위해 꼬인 관계를 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아베 정부 노선을 계승한다고 하긴 했지만) 새롭게 출범한 일본 내각과 역시 다음 달 출범할 우리 정부의 해법 찾기를 기대해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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