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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계곡 살인' 엇갈린 주장…사실은 공조 모범사례

검경 '계곡 살인' 엇갈린 주장…사실은 공조 모범사례
검찰과 경찰이 2년 넘게 '계곡 살인' 사건을 수사한 과정을 놓고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지만 형사 사건 전문가들은 이번 수사야말로 두 기관이 각자의 부족한 부분을 서로 메워준 모범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검찰은 경찰의 수사를 보완해 살인 혐의와 관련한 증거를 보강하고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로 밝혀냈고, 경찰은 검찰이 4개월 동안 검거하지 못한 피의자들을 단 10일 만에 붙잡았습니다.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A(사망 당시 39세) 씨가 3m 깊이의 계곡물에 빠져 사망한 시점은 2019년 6월 30일입니다.

계곡 살인 사건 당시 영상

사고 장소 관할인 가평경찰서는 A 씨가 사망한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부검을 했지만,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4개월 뒤 단순 변사로 내사 종결했습니다.

이 변사 사건을 지휘할 당시 의정부지검 영장전담검사였던 안미현 검사(현 전주지검 소속)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저의 무능함으로 인해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이 묻힐 뻔했다"며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 11월 피해자 유족의 지인이 경기 일산 서부경찰서에 제보하면서 경찰의 재수사가 시작됐습니다.

1년 1개월 동안 재수사를 한 일산 서부서는 A 씨 아내인 이은해(31·여) 씨, 이 씨의 내연남인 조현수(30·남) 씨, 조 씨의 친구 B(30·남) 씨에게 살인과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미수 혐의를 적용해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으로 불구속 송치했습니다.

경찰은 이 씨 등 3명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고도 구속할 정도의 증거를 찾지 못했고, 검찰도 수사 지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당시 구속되지 않은 이 씨와 조 씨는 지난해 12월 1차 검찰 조사 후 잠적했고, 이달 16일 검거되기까지 4개월 동안 관련 수사가 지체됐습니다.

지난 17일 한 언론사가 일산 서부서의 재수사만으로 이미 이 씨 등의 살인 혐의를 밝혀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반대 근거로는 부적절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자 인천지검은 이례적으로 해명자료를 내고 반박했습니다.

검찰은 일산 서부서가 이 씨 등 3명을 살인 등 혐의로 송치했지만, 결정적인 물증은 없는 상태였고 피의자들도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있어 그대로 기소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과 경찰 마크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연합뉴스)

실제로 고양지청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인천지검은 지난해 2월부터 전담수사팀을 꾸린 뒤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고 이 씨가 A 씨 명의로 든 생명 보험금 8억 원을 타내기 위해 지인에게 돈을 빌려서까지 보험 실효를 되살린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또 이 씨 등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복원함으로써 복어 독을 이용해 A 씨를 살해하려 한 사실 등 살인미수 혐의 2건을 추가로 밝혀냈습니다.

그러자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어제(18일)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이 경찰의 초기 내사 종결 결정을 비판하며 이번 사건을 검수완박의 반대 근거로 삼은 데 대해 불쾌한 기색을 보였습니다.

남 본부장은 "경찰이 단순 변사 종결한 걸 검찰에서 (모두) 밝혀냈다는 일부 주장은 분명히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밝혔습니다.

한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경찰이 이 씨 등 3명의 살인 혐의를 파악했지만, 검찰은 향후 재판에서 이들이 혐의를 부인할 때를 대비한 증거를 추가로 확보했고 또 2건의 살인미수 혐의를 밝혔다"며 "경찰 수사를 검찰이 잘 보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경찰만 실책을 범한 것은 아닙니다.

검찰은 이 씨와 조 씨가 지난해 12월 14일 2차 조사를 앞두고 도주하자 지명수배를 하고 4개월째 행방을 쫓았지만 검거하지 못했습니다.

뒤늦게 경찰과 합동 검거팀을 구성했고, 결국 경찰이 투입되자 10일 만에 이 씨와 조 씨가 잡혔습니다.

체포된 후 인천지검에 압송되는 계곡 살인 피의자 이은해(왼쪽)-조현수 (사진=연합뉴스)

남 본부장은 "현재 시스템에서 검경이 각자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본다. 누구는 잘했고 못 했고 하는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건 수사를 맡은 김창수 인천지검 형사2부장도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현장 수사에 밝고 강점이 있는 경찰과는 달리, 검찰은 더욱 차분하게 증거물을 들여다보고 그 진정한 의미를 밝히는 데 강점이 있다"며 "양 기관이 상호보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수사"라고 말했습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은 검찰과 경찰 두 수사기관이 서로 공조해 피의자들의 혐의를 추가로 밝혀내고 검거까지 한 모범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검경은 서로의 적이 아닌데 정치권과 언론이 싸움을 부추기고 있다"며 "범죄자가 공동의 적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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