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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햄버거 vs 크랩 케이크'…바이든, 5월 방일 전 방한?

바이든, 방일 전 방한 성사될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이 5월 말로 사실상 정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 회담을 하던 도중 "5월 24일쯤 일본에서 보길 기대한다"고 말한 걸로 전해졌다. 화상 회담 직후 미 고위당국자가 이런 얘기를 언론에 흘린 건데, 사실상 쿼드 정상회의 날짜를 공개한 것이다. 중국 견제에는 뜻을 같이 하다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대러시아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고 시큰둥해하며 '영세 중립국'처럼 행세하고 있는 인도를 다시 자기편으로 끌어오는 게 시급한 미국 입장에선 인도가 부담을 갖게 하기 위해 쿼드 날짜를 미리 공개한 걸로 보인다. 어쨌든 이 발표 이후 한국 외교 당국은 무척 바빠졌다. 실은 그전부터 물밑으로 바쁘게 움직이던 게 수면 위로 드러난 상황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핵심은 바이든 대통령이 쿼드 참석차 일본에 가기 전에 한국에 먼저 들르게 하는 거다. 말하자면, 바이든의 아시아 첫 순방지가 한국이 되게 만드는 일이다. 그간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다행히 이 노력은 결실을 보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부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22일 일본에 오기 전 한국에 먼저 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의 방한일은 21일쯤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이게 성사된다면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지 꼭 1년 만이다. 물론 상대는 바뀌지만.
 

'햄버거 vs 크랩 케이크' 넘는 외교 승리?

바이든/스가 총리

지난해 4월 16일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 스가 총리를 백악관으로 불러 정상회담을 가졌다. 스가 총리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들어선 바이든 백악관에 발을 들인 첫 번째 외국 정상으로 기록됐고, 스가 정권은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각국 정상들을 만나는 순서에 각국에 대한 중요도가 반영된다는 식의 선전전이었다. 대미관계에서만큼은 자주 일본에 한두 발 뒤쳐지고 있는 한국 외교 당국은 예상은 했어도 속이 편할 리 없었다.

'크랩케이크' 오찬 함께 하는 한미 정상 (사진=바이든 대통령 트위터, 연합뉴스)

그리고 한 달 뒤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왔는데, 한국 외교 당국이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이번에는 식사 메뉴였다. 한국 외교 당국은 '햄버거 vs 크랩 케이크' 선전전에 열중하며 정상회담 순서에서 밀렸던 불편함을 속풀이 했다. 스가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20분 짜리 햄버거 오찬 밖에 못했는데, 문 대통령은 37분 동안, 게다가 크랩 케이크까지 먹었다는 거다. 외교에 문외한인 기자가 보기엔 '햄버거나 크랩 케이크나…'였지만, 식사 메뉴와 시간까지 함의를 해석하는 외교의 언어는 사뭇 달랐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작 햄버거나 크랩 케이크 따위가 아니다. 늘 일본 뒤였던 대미 외교의 순서가 바뀌는 일이고,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첫 아시아 순방국이 한국으로 기록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외교 당국이 전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이상할 일이다.
 

10일 만에 만나는 윤석열-바이든...역사상 가장 빠른 한미 정상회담

윤석열-바이든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바이든 대통령의 방일 전 방한이 성사되면 윤석열 당선인은 대한민국 역사상 취임 이후 가장 빨리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윤 당선인의 취임식이 5월 10일이니까 열흘 정도 만에 미국 대통령과 만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51일, 박근혜 정부는 71일, 이명박 정부는 54일, 노무현 정부는 79일이 걸렸다. 일본 식의 외교 선전전을 펼친다면 취임 열흘밖에 안된 대통령을 직접 찾아와 만날 정도로 미국에게 한국은 중요한 나라라는 얘기도 가능하겠다. '모양이 좋은 건' 확실하지만, 내용상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79세로 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에게 비행기를 오래 타야 하는 아시아 순방이 쉬울 리 없다. 또, 이번 아시아 순방의 주요 목적이 쿼드 정상회의 참석이라는 것도 분명해 보인다. 다시 말해,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일본 가는 김에 한국을 가야 하는데, 전에 갈 거냐, 끝나고 갈 거냐 정도의 문제라는 거다. 빨리 온다고 호들갑 떨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 당시 한미일 동맹 강화를 자주 언급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강조하던 문재인 정부의 외교 기조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대중국견제협의체인 쿼드 가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2016년 한한령(限韓令)까지 불러왔던 사드를 추가 배치하겠다는 것도 역시 공약사항이었다. 이 공약들이 현실화된다면 중국과의 관계 악화가 불보듯한 상황이다. 한미, 한중, 한일 관계가 대한민국의 안보를 규정하는 동시에 경제에도 막대한 영향을 준다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 현재 외교 실무자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미중 균형외교를 추구하던 사람들이다. 지휘부만 바뀐 채 앞으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대대적인 방향 전환에 얼마나 준비가 돼 있는지 궁금하다. 외교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핵무기를 쓰지 않는 한 다음달 24일로 예정된 쿼드정 상회의 일정에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한다. 역사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는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햄버거냐 크랩 케이크냐, 일본 먼저냐, 한국 먼저냐는 식의 공허한 평가로 가려지지 않길 기대해 본다.

(사진=바이든 대통령 트위터, 연합뉴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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