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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관사 테크에 기무 부활 조짐까지…군심 때리는 국방장관 후보

이종섭
▲ 이종섭 국방장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청문회TF가 차려진 국방컨벤션 앞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석열 1기 내각의 총리·장관 후보자들 중 한덕수, 한동훈, 정호영, 김인철 등이 워낙 굵직한 이슈를 몰고 다니는 바람에 다른 부처 장관 후보자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정부 부처가 중요하고, 그래서 여타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도 치밀해야 합니다. 특히 대통령실의 용산 국방부 이전으로 가슴에 응어리가 맺힌 가운데 이삿짐 싸며 북한의 대형 도발에 대응해야 하는 군을 이끌 국방장관 후보자는 어느 부처 수장보다 뛰어난 자질과 높은 도덕성이 요구됩니다.

이종섭 국방장관 후보자가 이런 조건을 충족하는지 의문입니다. 국방부 기자단 앞에서 "장병들의 정신세계와 가치관이 중심을 못 잡고 있다"는 뜻밖의 일성을 던지더니, 이른바 관사 테크에 아파트 수채를 매입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와 장병들의 마음을 직격했습니다. 특유의 장병 정신세계론과 관사 테크만으로 이종섭 후보는 이반된 군심의 회복이라는 국방장관의 자격 요건 중 하나를 상실했습니다.

게다가 이종섭 후보자가 지난주부터 군 관련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는 가운데 귀를 의심케 하는 퇴행적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폐지된 기무사령부의 악습을 되살리겠다는 의도로도 읽힐 수 있는 말을 한 것입니다. 이 후보가 국방장관의 재목인지 진지하게 따져봐야 하겠습니다.

기무사의 '장교 동향 관찰' 부활하나

이종섭 장관 후보자는 김용현 전 합참 본부장과 함께 대선 캠프에 이어 인수위에서도 국방 관련 핵심 역할을 했다.

이종섭 후보자는 지난주부터 군 관련 특정 인사들과 집중적으로 간담회를 열고 장관 임명 후 추진할 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 가서 인사청문에 임하기 전에 장관 임명이 당연지사인 양 군 관련 인사들에게 포부를 밝히는 것도 부적절하지만 그 내용은 더 심각합니다.

이 후보자가 한 간담회에서 "시간을 두고 장군 인사를 진행하겠다", "이 과정에서 안보지원사의 역할, 즉 검증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장군 인사에 적용될 수 있는 안보지원사의 검증 역할은 2017년 기무사 해편으로 폐지된 장교 동향 관찰과 인사 존안자료 작성의 재개로 군 내부에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군 정보수사기관의 임무는 보안과 방첩인데 과거 기무사는 군인, 군무원 등의 동향을 전방위적으로 파악해 존안자료를 작성했습니다. 기무사 해편으로 동향 관찰과 존안자료 작성은 금지됐습니다. 새로 창설된 안보지원사는 지정된 인원들에 대한 제한된 신원조사 정도만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안보지원사의 신원조사도 인사 검증에 도움이 되겠지만 국방부와 각군의 검증만 못합니다. 이 후보가 장관이 돼서 중히 사용할 안보지원사의 검증 시스템이라면 지금보다 확장된 형태일 터. 그래서 사라졌던 장교 동향 관찰과 존안자료 작성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군 내부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기무사가 군을 휘어잡을 수 있었던 구시대적 무기가 바로 장교 동향 관찰 권한이었습니다. 군은 이종섭 후보의 발언에서 악습 부활의 조짐을 읽고 있습니다. 특히 이 후보자가 보안사령관 수행부관, 기무학교 교관을 역임하는 등 옛 기무사와 인연이 깊은 점이 군의 근심을 키우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당선인의 충암고 1년 선배이자 대선 캠프와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중역을 맡은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이 새 정부의 국방 상왕이 되고 그의 군 친정 체제가 펼쳐질 것이란 관측이 많은데, 장교 동향 관찰 부활이 김용현 국방 상왕 친정 체제의 신호탄 아니냐는 시각이 많습니다.

관사 테크에 아파트 수 채…전세살이 간부들 가치관 이해할까


이종섭 후보자는 군 재직 시절 관사에 살면서 자신이 보유한 아파트를 전세로 돌려 전세금을 받았습니다. 그 돈으로 새 아파트 분양 중도금 대출을 갚았고, 장녀 아파트 매입 자금도 대줬습니다. 관사 거주로 생긴 여윳돈으로 새 아파트를 매입하고 시세차익을 챙긴 관사 테크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결과적으로 이종섭 후보 가족은 현재도 잠실 등 서울과 수도권에 아파트 3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어떤 장교가 서울 변두리나 수도권에 집 한 채를 보유하면 출퇴근에 2시간 이상 걸려도 관사 배정이 어렵습니다. 이 후보는 자가 주택이 있는데도 관사를 구했고 남는 돈을 알차게 굴렸습니다. 3성 장군으로 전역하며 서울, 수도권 아파트 3채 장만한 인물이 몇 명이나 될까요. 윤석열 정부의 최고 가치인 공정과 상식에 어울리지 않습니다.

한 현역 대령은 "관사 배정 안 돼서 군 지원금 몇 푼 받은 다음, 개인대출 얹어 전셋집 구해 살며 이자 갚느라 허덕이는 장교들이 허다하다", "치부 능력은 뛰어나지만 다른 능력은 잘 모르겠다"고 꼬집었습니다. "관사 테크에 아파트 3채 정도는 사들여야 올바른 가치관과 정신세계의 군인이냐", "이종섭 후보가 공정과 상식의 군인상이 될까봐 겁난다" 등 장교들의 뼈아픈 지적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종섭 후보가 장관 되면, 떠난 군심 잡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안보지원사가 장교 동향 관찰을 재개해 감시를 강화하면 군심의 수면은 잔잔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수면 아래는 들끓을 것입니다. 군의 결집을 통한 안보 강화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종섭 후보자의 결함이 더 이상 없으면 본인에게 다행이겠지만 그것도 아닌 듯합니다. 돈과 관련된 불공정, 비상식의 사례들이 또 불거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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