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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예비역 소령 1인 vs 1천여 예비역 장성…누가 군심인가

지난 15일 퇴직 신고를 마치고 기자들과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국방부를 떠나는 부승찬 전 대변인.

"국방을 흔들지 말라"는 우회적 표현으로 국방부와 합참 등의 이전을 비판하며 사직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자유인의 몸이 되더니 그동안 숨겨왔던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부 전 대변인은 어제(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 용산의 삼각지는 국군 창설 이래 75년 간 국군의 뇌수와 신경 조직이었고, 국군의 정수가 모인 곳"이라며 "이런 시설과 조직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옮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일갈했습니다. 비록 며칠 전 퇴직했지만 국방부와 군 관련자 중 처음으로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을 정면 비판한 것입니다.

예비역 공군 소령인 전 대변인의 이 외침에 앞서 지난달 22일 윤석열 당선인을 지지하는 예비역 장성 1천 명은 "국방부가 이전해도 안보공백은 없다"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비록 1천 명 중 실명이 공개된 예비역은 단 26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실존인물인지도 모호한 '유령'이라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어찌 됐든 무수한 '별'들의 함성이었습니다.

예비역 소령 1인 대 예비역 장성 1천 명의 논쟁 구도입니다. 군은 어느 쪽의 말에 공감할까요. 군심(軍心)은 선명하고 일관되게 예비역 소령 부승찬 전 대변인의 말과 행동을 지지하는 것 같습니다.

"75년 간 축적된 정수의 졸속 이전" vs "안보공백 없다"

부승찬 전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정부가 1948년 수립되고 국방부와 육군본부가 용산에 자리 잡은 이래 용산은 국군의 뇌수와 신경 조직이었다"고 적었습니다. "거대한 유기체인 55만 국군을 움직이는 중추 조직과 정수(精髓)가 용산의 삼각지에 누적되었는데, 이를 두어 달 안에 어딘지 정해지지도 않은 곳으로 옮기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헐레벌떡 이삿짐을 싸고 옮기는 도중 국가 안보에 위해 요인이 절대로 생기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습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어제 페이스북에 올린 글.

국방부와 합참은 다른 정부부처와 많이 다릅니다. 단순하게 공무원들이 모여 앉아 컴퓨터 연결하고 일하는 곳이 아닙니다. 북한군과 수뇌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정보가 모이고, 북한과 협상할 카드가 쌓여 있습니다. 우리 군의 전쟁계획이 각 군에 전파되고, 각 군의 대비태세가 결정되는 국가 안보의 최고 사령부입니다. 이에 맞춰 75년 간 진화한 조직과 구조로 오늘의 국방부와 합참이 용산에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1천여 명 예비역 장성들은 대통령실 이전 논란에 "안보공백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40여 회의 미사일 도발에도, 서해 바다에서 우리 국민이 불에 타 죽어도, 700억 원을 들여 건립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돼도 문재인 정권은 북한의 눈치만 보며 항의 한번 못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안보를 맹폭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이 헛돌았다고 해서 국방부와 합참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대통령실을 앉힐 명분이 될 수 없습니다.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이 안보 이익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예비역 장성들이 문재인 정부의 안보를 비판하고 싶었다면 과거 계급에 걸맞은 대안을 내놓았어야 했습니다. 육군의 한 현역 장성은 "부승찬 전 대변인이 군인들의 응어리를 풀어줬다", "머릿수 앞세운 예비역 장성들보다 부 전 대변인의 말 한마디, SNS 글 한자락이 훨씬 큰 울림을 냈다"고 말했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용산 이전

서울 용산구의 국방부 청사(오른쪽)와 합참 청사(왼쪽)

하지만 이미 떠난 버스입니다. 용산 이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요즘 국방부 영내는 이삿짐 싸서 옮기고, 새로 배정된 비좁은 자리 정리하느라 분주합니다. 5월 10일부터 대통령이 집무를 볼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하니 북한이 자주 동원하는 속도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비록 사전 계획도 허술했고, 국방부와 협의도 없었지만 대통령실은 5월 10일 삼각지에서 업무를 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제는 국방부와 합참, 그리고 10여 개 부대의 체계를 다시 정립하는 데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 국방부와 합참, 10여 개 부대가 완전한 새 보금자리를 찾고 신경 조직이 완편 될 때까지 2~3년 이상 국방부와 합참 등은 엉성한 동거와 불편한 곁방살이가 불가피합니다. 그럼에도 꾹 참고 국방부와 합참 등의 체계 정비 기간을 단축해 연쇄 이전으로 인한 혼란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할 것입니다. 부승찬 전 대변인이 말했듯 다음부터는 선거가, 정치가 안보와 국방을 흔들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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