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에서 마리우폴의 '최후의 희망'으로…아조우 연대

우크라이나군의 전략적 요충지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의 집중포화를 견디며 숭고한 결사 항전을 벌이고 있는 '아조우 연대'는 몇 년 전만 해도 극단적 백인우월주의 성향으로 비판받던 골칫거리였습니다.

노골적 인종차별, 소수자 탄압으로 악명 높던 아조우 연대가 마리우폴에서 우크라이나의 마지막 희망이 된 현실이 현지 주민의 아이러니가 되고 있다고 현지시간으로 어제(17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습니다.

아조우 연대는 2014년 5월 자원 민병대로 창설됐습니다.

극단적 애국주의 성향 단체 '우크라이나 애국단', 신나치주의 성향 단체 '사회국가회의(SNA)' 출신이 주축이었습니다.

이들 두 단체는 과거부터 집시나 이민자를 이유 없이 폭행하는 등 이민자 혐오·신나치주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습니다.

두 단체의 창립자 안드리이 빌레츠키는 지난 2010년 "우크라이나의 국가적 목적은 '운터멘시'(Untermensch)를 제압하고 백인을 최후 성전의 세계로 이끄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운터멘시는 '인간 이하'를 뜻하는 인종차별적 용어입니다.

독일 나치가 슬라브족, 유대인 등을 일컬을 때 사용하던 단어이기도 합니다.

빌레츠키는 아조우 연대의 창립자입니다.

아조우 연대의 행동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난 2018년에는 수도 키이우의 질서를 확립하겠다며 거리 순찰에 나서더니, 집시와 성소수자를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아조우 연대는 지난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전쟁 중 마리우폴에서 친러 분리 독립주의자를 격퇴하는 전공을 세운 이후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군이 친러 반군과 맞서기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아조우 연대를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당시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아조우 연대를 향해 "최강의 전사들"이라고 극찬했습니다.

아조우 연대는 그해 내무부 산하 국토방위군으로 통합되면서 정식 군대 조직이 됐습니다.

2019년 미국 시사주간지 더네이션은 "군에 신나치 조직을 둔 국가는 우크라이나가 전세계에서 유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탈나치화'를 주창하며 전면 침공을 강행했는데, 아조우 연대의 과거 악행이 푸틴 대통령의 허황한 전쟁 명분에 일부분 구실을 줬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실제 아조우 연대는 '볼프스앙걸'을 부대 마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과거 나치 독일 상징인 갈고리 십자가(하켄크로이츠)와 닮은 문양입니다.

아조우 연대는 알파벳 N과 I를 합친 문양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조우 연대는 죽음을 각오하고 마리우폴 수호에 나서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이 탈나치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만큼 신나치 조직으로 평가 받던 아조우 부대원의 투항은 곧 죽음을 의미할 수 있어 투항할 이유도 크지 않습니다.

사투 중인 아조우 연대는 최근 성명에서 "우리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우리가 왜 여기에 있는지는 분명하다"며 지치지 않는 투지를 드러냈습니다.

지난달 중순 마리우폴을 탈출한 한 주민은 이코노미스트에 "주민들은 우크라이나에 나치가 있다는 미신을, 아조우 연대가 나치라는 미신을 믿기 시작했었다"며 "하지만 (은신 중에) 아조우 연대 부대원들이 나눠주는 식량에 의존하면서 진짜 파시스트는 누군지 혼란스러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