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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포착·보고하고 발표 안하면 늑장?…군 흔들지 마라

[취재파일] 포착·보고하고 발표 안하면 늑장?…군 흔들지 마라
▲ 북한이 그제 시험 발사한 신형 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축소형처럼 보인다.

북한이 그제(16일) 신형 전술 미사일 2발을 쐈습니다. 우리 군은 발사의 징후와 과정을 대부분 파악했습니다. 그제 청와대 NSC 긴급회의가 열렸고, 군은 대통령직 인수위에도 보고했습니다. 시험발사가 아니라 실제 전투사격이었다면 군사적 대응이 가능했다는 방증입니다.

군의 발표는 발사 다음 날인 어제 나왔습니다. 북한 미사일의 고도는 약 25km, 비행거리는 약 110km, 최고속도는 마하 4 이하로 탐지됐다고 했습니다. 비행 제원만 놓고 보면 방사포 수준인데 정밀 분석이 필요한 새로운 정황들도 좀 있었나 봅니다. 북한이 공개 보도를 하지 않았다면 우리 군은 굳이 발표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시험발사를 알아챘고 의도와 기종 분석에 만전을 기했다면 제 역할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국민의힘과 보수 매체들은 "늑장 대응했다", "하루 동안 숨겼다"며 군 비난에 여념이 없습니다. 진영의 감정이 배어든 정치적 공격에 가깝습니다. 북한의 발사를 놓치지 않았기에 늑장 대응이 아닙니다. 청와대에 보고하고 인수위와 공유했으니 숨긴 것이 아닙니다.
 

북한 전술핵에 군이 손 놓았던가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그제 발사한 미사일을 '신형 전술 유도무기'라며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 임무 다각화를 강화하는 데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보도했습니다.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의 개발에 성과를 냈다는 뉘앙스입니다.

전략핵이 중장거리 미사일로 투발하는 대형 핵이라면, 전술핵은 단거리 이하 발사체로 투발하는 소형 핵입니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6차례에 걸친 핵실험으로 이미 핵 소형화를 달성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소형화된 전술핵을 탑재할 미사일 개발에 매달리는 것도 주지의 사실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작년 1월 노동당 사업총화 보고에서 "핵기술의 소형ㆍ경량화, 전술 무기화를 발전시킨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우리 군은 다종의 북한 미사일을 막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부에 따라 전략적 타격이라 부르든, 선제 타격이라고 부르든 군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 포착 시 원점 타격할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사전 타격에 실패하면 종말단계의 고층, 중층, 저층에서 미사일을 요격할 참입니다. 북한 미사일 공격에 몇 배의 보복과 응징을 가할 계획도 세우고 있습니다. 부족한 점이 없지 않겠지만 우리 군이 북한 미사일에 방심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북한이 발사체 쏘면 매번 발표해야 하는가

김정은 총비서가 지휘소에서 신형 미사일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 연구위원은 "이번 발사체의 비행 제원만 따지면 초대형 방사포보다 못한 수준"이라며 "이런 발사체까지 일일이 공개하면 허구헌 날 군의 미사일 발표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면 군은 통상 공개합니다. 순항미사일이나 방사포 발사는 별도로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북한이 쏘는지 몰랐다면 군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알았는데 단거리의 소형이어서 발표를 안 한 것이라면 군을 욕할 수 없습니다. 군은 북한의 발사 조짐을 파악했고 레이더로 정확히 발사 과정을 포착했습니다. 당일 청와대와 인수위에 알렸습니다. 늑장 대응하지 않았고 숨기지도 않았습니다. 육군의 한 영관급 장교는 "110km 날아가는 짧은 발사체인데다 살펴볼 구석이 다소 있었다"며 "짧은 비행거리의 발사체여서 발표에 제한이 됐고, 규명 안 된 새로운 점이 보여 분석이 필요했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애매한 소형 발사체를 쐈을 때 군이 떠들썩하게 발표 안 하면 그때도 국민의힘과 보수 매체들은 군을 매도할까요. 십중팔구 민주당과 진보 매체들이 바통을 이어받을 것입니다. 정치적 안보 논리에 군은 언제나 동네북 신세입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보수의 욕받이였던 군은 윤석열 정부에서 진보의 욕받이가 될 것입니다. 안보의 정치화가 빚은 군과 안보의 비극입니다. 정치는 군을 흔들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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