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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요새가 된 마리우폴,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7주 넘는 고립과 폭격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최후의 결전 준비

러시아 육군은 크게 남부와 동부, 서부, 중부 등 4개 군관구로 편제돼 있습니다. 이 가운데 서부와 동부, 남부군이 우크라이나에 침공해 군사작전을 벌였습니다. 수도 키이우와 북부 도시 체르니히우 등 여러 전장에서 러시아군이 끝내 철수하는 동안에도 악명 높은 알렉산드르 드보르니코프 장군(남부군 사령관이자 우크라이나 야전사령관)이 지휘하는 남부군은 마리우폴을 쉼 없이 공습했고, 그 기간만 벌써 7주가 넘어갑니다.

지난 2014년 있었던 러시아의 크름반도 및 우크라이나 동부지대 침공의 결과로 러시아는 크름반도를 강제로 병합할 수 있었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중 러시아와 국경을 닿는 지역에는 친러 분리주의 공화국이 생겼습니다. 때문에, 이 사건을 두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군사력을 동원해 유럽의 국경선이 바뀌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럼에도 (러시아 입장에서) 한계가 있다면 크름반도와 분리주의 공화국은 서로 연결돼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침공 초기부터 러시아의 마리우폴 함락 작전은 진심이었고, 동부 돈바스 지역에 군사 작전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이후로는 절대 과제가 됐습니다.
 

마리우폴의 요새

마리우폴 우크라이나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그럼에도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에 함락되지 않았습니다. 전쟁 중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직접 마리우폴 방위군에게 도시를 버리고 떠날 것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마리우폴 방위군은 끝까지 남겠단 뜻을 전했고 지금까지도 버티고 있습니다.

마리우폴 남부의 공업 단지는 최후의 보루가 됐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는 석탄과 철광석과 같은 자원이 많은 양 매장돼 있는데, 그 덕분에 우크라이나는 유럽에서 가장 철강을 많이 수출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수출 규모 세계 8위 수준) 우크라이나 철강 생산의 1/3 이상을 담당하는 공장 2곳이 마리우폴 남부에 있는데, 그게 바로 Illich steel plant와 Azovstal steel plant입니다. (두 공장을 운영하는 회사는 Metinvest로, 우크라이나 최고 부자이자 올리가르히인 리나트 아크메토프 소유하고 있음)

철강 생산량만큼이나 이 두 공장의 규모도 어마어마한데,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 공장들 지하에는 길이 20km가 넘고 깊이 30m에 이르는 터널이 있다고 합니다. 이 터널 덕분에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습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고, 공업 단지로 접근해 쳐들어오는 러시아군을 상대로 숨어 있다가 급습하는 게릴라전을 펼쳐 물리칠 수도 있는 겁니다.

일부 외신에서는 터널 안에 있으면 영하에 이를 정도로 매우 춥지만,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 병합 이후 식량과 연료 등을 비상 물자를 터널 내부에 비축해 있어 지금에 와서는 요새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받기도 합니다.
 

푸틴의 시간표

푸틴 러시아 대통령

최근 마리우폴 시장의 고문인 페트로 안드리우셴코는 다음 달 9일인 러시아의 전승 기념일에 맞춰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을 완전히 점령한 다음 열병식을 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원하는 시간표가 나온 겁니다.

디데이에 맞춰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을 함락한 다음 "탈나치화에 성공했다."라며 푸틴이 침공 행위를 정당화하려면 요새가 돼버린 이 공업단지는 반드시 차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기존 공습 방식으로는 큰 효과를 못 봐서 인지 최근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초음속 장거리 폭격기인 TU-23M3를 동원해 마리우폴을 공습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이런 방식으로도 공업 단지를 함락하지 못할 경우 화학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군사전략 분석가 올레 즈다노프는 공업 단지 곳곳에 숨어 있는 우크라이나군을 밖으로 나오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으로 화학 무기 사용이 거론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기로 앞에 놓인 마리우폴

우크라이나

반대로, 우크라이나의 방위군이 끝까지 버티며 마리우폴을 지켜낸다면, 러시아는 전쟁을 위한 동력 자체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걸 알기에 NATO는 물론 미국도 침공 초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준의 군사 물자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있고 러시아가 생화학무기나 핵무기 등 비대칭전력을 사용하려는 것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러시아가 군사 자원을 동부 지역에 한정해 본격적인 공습을 재개할 경우, 전쟁은 보다 길어지고 더 많은 희생자를 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은 키이우 인근 부차 지역에서 민간인 학살을 저지른 부대를 러시아군이 동부 전선에 재투입시킬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민간인을 상대로 한 러시아군의 학살 행위 역시 더 잔혹한 방식으로 이뤄질 걸로 보입니다.

때문에, 마리우폴은 기로에 놓여있습니다. 푸틴의 시간표대로 함락된 마리우폴에서 러시아군의 열병식이 열리고 전쟁 승리를 선언한다면 전 세계는 반세기 넘게 잘 세워 놓은 국제 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키이우에 이어 마리우폴에서도 푸틴의 야심이 또 좌절되면, 궤변으로 침공을 정당화하려는 강대국의 만행에 마침표가 찍힐 수도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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