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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코로나 바이러스, 보행자의 등 · 엉덩이에도 붙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입과 코 등 호흡기뿐만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의 등과 엉덩이에도 붙어 감염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칭화대 공학물리학과의 웡원궈 교수 연구팀은 지난달 칭화대 학술지 '과학과 기술'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예상치 못한 감염 경로를 발견했다"면서 "공중에 떠 있는 미세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입자의 80% 이상이 행인의 등과 엉덩이에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칭화대 연구팀의 논문 내용을 전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

중국 칭화대 연구팀 "바이러스, 4초 만에 행인 옷에 붙어"

연구팀은 이어 "지금까지 가장 가능성이 높은 전파 경로는 코와 입, 눈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인체의 움직임으로 생성된 난기류를 타고 바이러스가 사람의 뒷부분으로도 전파될 수 있음이 드러났다"고 논문에 적었습니다. 호흡기를 통해 나온 에어로졸(공기 중의 고체나 액체 미립자)이 앉아 있는 감염자 근처에 축적돼 있다가 누군가 옆에서 지나가면, 난기류를 타고 그 사람의 등과 엉덩이로 바이러스가 옮겨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앉아 있는 환자에게서 행인으로 전파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뮬레이션 사진 (출처=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연구팀은 전파되는 속도도 상당히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습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행인이 앉아 있는 환자를 통과한 직후 난기류가 최대치로 올라가 걷는 속도의 두 배로 바이러스 입자가 움직였다고 했습니다. 바이러스가 보행자의 옷에 도달하는 데는 4초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바이러스가 더 먼 거리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앉아 있는 환자의 호흡기에서 나온 에어로졸은 천장을 향해 상승했다가, 이 가운데 비교적 입자가 큰 에어로졸은 환자의 다리와 바닥에 떨어지지만, 입자가 작은 에어로졸은 보행자의 등과 엉덩이 부분에 도달했다고 연구팀은 주장했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감염자와 같은 공간에 있을 때 전파 위험을 줄이려면 감염자 옆을 통과해서는 안 되고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사람들의 활동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또 같은 공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며, 더 강하게 환기를 시켜야 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습니다.
 

"후방 난기류 매우 가변적…모든 조건에서 적용 안 될 수도"

이 논문과 관련해, 베이징항공우주대학의 한 공기역학 전문 교수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후방 난기류는 흔한 현상이지만 매우 가변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후방 난기류는 주행 중인 자동차의 뒷창에 먼지가 쌓이는 요인"이라면서 "하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공기 전파는 상당히 복잡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후방 난기류는 다른 환경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번 칭화대 연구팀의 결과가 모든 조건에서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칭화대 연구팀의 '후방 난기류를 통한 코로나19 감염' 실험 장면 (출처=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코로나19 환자와의 짧은 만남은 위험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부연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보건 당국은 밀접 접촉을 15분 이상으로 정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중국 보건 당국은 감염자와 접촉한 경우 접촉 시간과 관계 없이 2주 동안 격리를 시키고 있다고 이 매체는 보도했습니다. 이번 논문이 인정될 경우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고 있는 중국의 방역 정책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에어로졸·의류 통해 감염" 주장…전문가 "비과학적"

중국은 에어로졸을 통한 전파 가능성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베이징 질병통제센터 연구진은 지난 11일 발표한 보고를 통해 일가족 5명의 감염을 격리시설의 에어로졸에 의한 전파 사례로 규정했습니다. 격리 중이던 호텔 객실의 화장실 환기구로 에어로졸이 번지면서 아래층에 있던 가족까지 감염됐다는 것입니다.

중국 당국은 또 의류를 통한 감염 가능성도 계속 제기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특히 한국에서 수입된 의류를 감염원으로 지목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베이징과 랴오닝성 다롄, 장쑤성 창수에 이어 허난성 정저우의 방역 당국까지 한국산 의류 때문에 코로나19가 퍼졌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산 의류를 수입하지 말고 유통시키지도 말라"고 공지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사려 깊지 못한 언행"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최근 중국은 한국산 수입 의류뿐 아니라 사실상 해외 수입품 전량에 대한 방역과 검역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일부 일선 관서나 언론에서 전체적 함의를 읽지 못하고 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밝혔습니다. 다른 나라의 의학 전문가들도 중국 측의 이런 주장은 비과학적이고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에서 수입된 의류를 코로나19 감염원으로 지목했다.

이번 칭화대 논문도 실제 전파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입니다. 의학저널 '랜싯'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섭씨 22도 상온에서 천에 묻은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은 2일이 채 되지 않습니다. 다른 전문가들도 바이러스가 의류에 묻어 잠깐 생존할 수는 있지만 이를 통해 감염될 확률은 낮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실외 환경에서는 공기 이동이나 햇빛의 영향으로 물체 표면에 묻은 바이러스를 통해 감염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고 밝혔습니다. 보행자의 등과 엉덩이 쪽 옷에 붙은 바이러스가 다시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코로나19를 감염시킬 확률이 높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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