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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인생 역전 기회? 이모티콘의 제국

이모티콘으로 인생 역전? 가능? 쌉가능ㅋ

'이모티콘' 써본 적 다들 있으시죠? 좀 새삼스럽나요. 한 달 몇 천 원으로 이모티콘을 구독까지 하는 시대에 말이죠. 한 번이라도 이 구독 서비스를 사용해본 사람들이 약 1천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카카오톡이 국민 90% 이상이 사용하는 이른바 '국민 메신저'가 되고, 메신저 안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 시장을 출시한지도 어느덧 11년이 됐습니다.

요즘은 빼도 박도 못하는 '라떼' 시절이지만 바야흐로 20여 년 전인 2000년대 초입, 서브 문화를 호령했던 인터넷 소설들의 주 언어가 텍스트를 활용한 이모티콘(^^, -_-, =_=)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가히 장족의 진화라 할 만 합니다. 지금은 때와 장소, 상황까지 고려해 특정한 환경에서 적재적소로 쓸 수 있는 이모티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죠.

이모티콘을 활용한 디지털 공간의 소통이 정교해지는 동안 시장도 급격하게 커졌습니다. 한국콘텐츠 진흥원과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약 천억 원 규모였던 국내 이모티콘 시장 규모는 지난해인 2021년 7천억 원으로 '점프'했습니다.

이모티콘 하나에 커피 값 정도의 비용을 마다하지 않는 사용자들이 늘면서 이 분야도 '인생 역전'을 위한 개인 창작자들의 주요한 통로가 되었는데요. 이번 <어쩌다>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이모티콘 시장과 창작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모티콘으로 인생 역전? 가능? 쌉가능ㅋ
7천억 원 규모 시장은 물론 하루아침에 이뤄진 건 아닙니다. 텍스트 이모티콘 시대를 넘어 본격적으로 '캐릭터 이모티콘' 시대가 열린 건 2011년 네이버의 라인프렌즈 캐릭터 출시부터입니다. 이후 2012년 11월 카카오에서도 카카오프렌즈를 출시했습니다. 그로부터 카카오에서만 창작된 누적 이모티콘 수는 30만 개에 이릅니다.

'떡상' 이모티콘으로 이른바 '인생 역전'했다는 소식들이 워낙 끊이지 않다보니 청운(퇴사?)의 꿈을 담아 출시되는 상품만 해도 한 달에 400-500개 정도입니다. 카카오가 지난해 마켓 론칭 10주년을 기념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지금껏 이모티콘 판매로 100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작품은 5종(작가는 모두 다릅니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모티콘으로 인생 역전? 가능? 쌉가능ㅋ
'라떼' 이야기로 잠시 돌아와, 이모티콘의 역사를 톺아봅니다. 디지털 환경의 소통방식으로서 이모티콘은 세 가지 세대로 분류되곤 합니다. 앞서 초대 웹소설(?) 시대를 풍미했던 자판의 글자들과 문장 부호를 이용해 표정을 조합한 방식의 1세대 이모티콘에 이어, 이른바 '기본형'으로 불리며 그래픽을 활용한 '표정' 콘텐츠의 2세대 이모티콘, 그리고 움직이는 gif로 구성되며 실사와 일러스트, 캐릭터 등을 동원해 형식적 다양성을 확보한 3세대 이모티콘이 그러합니다.

영어로 감정을 뜻하는 '이모션(Emotion)'과 '아이콘(Icon)'을 합친 '이모티콘'은 이젠 대중들에게도 위화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외국어 합성어입니다. 외국에서는 '이모지(emoji)'로 더 자주 불리는데 사실상 별 차이가 없는 똑같은 개념으로 지칭되곤 합니다.

그러나 사전적 정의는 조금 다릅니다. 브리태니커 사전에 따르면 '이모티콘'은 구두점, 글자, 숫자를 활용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뜻합니다. 반면 '이모지'의 어원은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그림을 뜻하는 '에', 캐릭터를 뜻하는 '모지'를 결합한 일본어에서 기원한 단어로 구두점 등을 제외한 요소로 감정과 기분 등을 나타내는 기능을 수행하는 표현입니다. 그러니까 사전적으로만 분류하자면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3세대 이모티콘이 '이모지', 웹 소설 시대를 풍미한 1세대 이모티콘이 '이모티콘'이라 하겠습니다.

스콧 팔먼 교수가 1982년 웃음 이모티콘을 처음 제안했던 원문(아래), 1881년 모스부호로 만든 이모티콘(우측상단)
최초의 이모티콘이 무엇이냐에 대해선 논쟁이 좀 있습니다. 1982년 미국 카네기 멜론 대학교 컴퓨터과학과 스콧 팔먼 교수가 지금으로 치면 '커뮤니티'라 할 수 있는 학술 온라인 게시판에서 사소한 농담이 오해를 일으키면서 조롱 댓글 등 분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농담일 경우 :-)를 쓰자"고 제안하면서 유행이 됐다는 것이 이른바 '정설'입니다. 팔먼 교수는 미소에 대응하는 슬픈 표정은 :-(로 표현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한편 이모티콘의 역사가 이보다 무려 100년 이상 앞섰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1881년 3월 30일 미국의 풍자 잡지 퍽(Puck)에서 처음으로 모스 부호를 이용한 이모티콘이 소개됐다는 내용이 2015년 영국 <데일리메일>에서 보도됩니다. 기쁨(Joy), 우울함(Melancholy), 무관심(Indifference), 놀람(Astonishment) 무려 네 가지 표정입니다. 어떤 것이 진정한 '이모티콘의 시초' 같으신가요? 판단은 독자들에게 맡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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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류를 이루고 있는 3세대 이모티콘의 가장 큰 특징은 아무래도 그래픽과 텍스트가 결합해 구성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하이브리드'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짧은 단어부터 한 문장 정도까지 문자나 음성 언어로 포함할 수 있는 형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구구절절 여러 말들을 조합해 입력하지 않아도 이모티콘 하나로 설명 또는 정리되는 상황을 선호하는 언어 습관도 '이모티콘 구독 시대'와 함께 정착됐습니다. 텍스트가 포함된 이모티콘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죠. 올 2월 기준으로 기 출시된 텍스트와 결합한 움직이지 않는 카카오 이모티콘 가운데, 가장 길게 첨부된 문장은 '선물티콘'의 '야이게무슨일이냐난리났다난리났어와내가뭘받은거냐너무대박이다증말'입니다.

긴 문장도 하나의 이모티콘에 담아 감정을 격하게 표현할 수 있다(상), 특정 페르소나가 사실상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대화를 다룬 이모티콘(하)
연령별로 이모티콘 사용 동기가 조금씩 다르다는 연구도 있습니다(유희주, 2021). 이에 따르면 내국인 남녀 187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10대와 30대에선 '재미'를, 20대는 '유용성', 40대는 '친근함'을 이모티콘 사용의 가장 큰 요인으로 뽑았습니다. 짤막한 의성어, 의태어로 이뤄진 단답형 멘트와 함께 쓰인 이모티콘을 선호하는 10대와 달리, 20대는 사랑과 행복에 관련된 대화를 선호하는 경향도 나타났습니다.

이에 비해 30대는 감정 표현을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안적 성격을 띤 이모티콘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해당 상황을 대신할 수 있는 표정이나 액션을 과장한 이모티콘들 말이죠. 40대는 감정표현보다 정보전달이 가능하고, 정확한 상황을 표현하는, 주로 인사말을 담은 이모티콘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한국인의 생애주기별 관심사와 애환(?)을 싣고 있는 셈입니다.

직장 생활, 육아, 아르바이트, 의뢰인을 상대하는 일 등 특정 상황에서 이뤄지는 대화의 소재 또는 패턴으로 오르내리는 말들을 정확하게 포착할수록 이모티콘이 언어를 대체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결과적으로 '떡상'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치열한 레드 오션에서 30대 선호 이모티콘 상위권을 꿋꿋이 지키고 있는 히트 상품 '와다다곰' 시리즈의 띵똥 작가는 각종 SNS와 유튜브를 통해 동시대 가장 인기 있는 '밈'과 '짤'의 웃음 코드를 벼리는 일이 필수 루틴이라고 강조합니다. 친구들, 가족들 할 것 없이 요즘 세상에서 많이 쓰이는 '말'에 늘 주의를 기울이라고 조언합니다.

새로 진입하려는 신진 작가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건 '머릿속에 들어있는 이미지를 직접 꺼내 놓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띵똥 작가는 새 상품 출시를 앞두고 둘째 아기의 출산이 임박해 산통을 느끼면서도 산통을 줄이기 위해 이마를 때려가며 이모티콘을 그렸다고 합니다. (띵똥 작가의 이야기는 기사 상단 첨부한 비디오머그를 통해 확인하세요!)
▶ 이모티콘으로 인생 역전? 쌉가능!


이모티콘으로 인생 역전? 가능? 쌉가능ㅋ
호기롭게 뛰어드는 도전자들에게 '떡상'의 문은 활짝 열려있습니다만, 그 문을 통과하는 건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카카오 소속 직원 10여 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쏟아지는 후보작들의 상품 가치를 판별해 시장에 내놓는 관문 역할을 맡습니다. 탈락한 창작자들에겐 별도로 사유를 설명하진 않습니다. 심사 기준과 과정을 공개할 때 작품 창작의 다양성이 저해된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좁은 문을 뚫고 상품을 등록한 작가들은 최연소 12세부터 최고령 81세까지 지금껏 1만여 명에 이릅니다. 이중에서도 일부 히트작들은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되어 대기업과 협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작가가 팬들과 직접 소통하며 팬덤을 구축하기도 하고, 해당 캐릭터를 활용한 굿즈를 판매하는 사업자가 되기도 합니다.

길다면 140년, 짧다면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모티콘'이라는 작은 아이디어는 오늘날 다양한 창작자들의 기회이자 삶으로 거듭났습니다. 표현은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또 어떤 욕구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을까요?

자 그럼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인생 역전'을 위해 어떤 부업에 도전하고 싶나요? SBS 홈페이지 <어쩌다> 설문조사에서 투표하시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 참고자료
이희주, <카카오 이모티콘의 표현 유형에 따른 연령별 소비자 호감도 비교 연구>, 2021.
김소영, <카카오톡 이모티콘 언어 특성 연구>, 2022.
홍영일, <이모티콘의 표현유형이 사용자 만족요인에 미치는 영향>, 2022.
유은제, <카카오톡 인기 이모티콘 일러스트에 대한 소비자 반응 연구>, 2019.

** 이해하기 힘든 '요즘 것들'에 대한 당신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어쩌다> 뉴스에서 최선을 다해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choic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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