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마음에 드는 이성과 이야기할 수 있고, 실제 만남까지도 연결시켜준다는 이른바 소개팅 앱이 요즘 인기입니다. 그런데 한 업체가 직원들한테 여자 회원인 것처럼 가짜로 글을 쓰고 답장도 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저희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여자 회원 숫자가 많아 보이게 한 건데, 사실상 다른 회원들을 속여가면서 운영한 겁니다.
먼저 박찬범 기자, 신정은 기자가 함께 취재한 내용부터 보시겠습니다.
<박찬범 기자>
한때 업계 1위였던 '소개팅 앱' A.
사진, 나이, 학력 등을 올리고 가입하면 사이버머니 30개가 주어집니다.
[일대일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이럴 때 **(사이버머니)이 소요되는 거예요. **(사이버머니) 3개를 쓴다…]
친구 신청, 호감 표시하기 등을 하다 보면 무료 제공분은 이내 소진됩니다.
<신정은 기자>
자 그런데 여기서부터 돈이 드는 겁니다.
사이버머니는 개당 150원 꼴, 이성 회원에게 말을 걸거나 접근하려면 돈을 더 많이 써야 하는 구조입니다.
SBS가 입수한 회사 내부 자료입니다.
"연령별 성비가 크게는 약 9대 1로 불균형하고, 남성 회원들의 소극적 참여를 개선하기 위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여성 작업 계정을 추가로 생성할 방안을 기획 중"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이후 직원들에게 "여성 계정으로 글을 쓰고, 답글에는 실시간 피드백을 보내라"고 독려하는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담당 부장은 '여자 아이디로 계속하라면서, 당분간 계속 작업이 필요하다'고도 합니다.
[전 직원 (음성 대역) : 여자 가짜 계정들로 연락하라 해서 '안녕하세요' 하다가 더 이상 대화가 재미가 없으면 그냥 꺼버리는 경우도 좀 봤거든요.]
내부 고발을 토대로 얼마나 많은 가짜 계정이 어떻게 활동했는지 파악했습니다.
먼저 A 앱.
지난해 10월 기준, 이른바 '가짜 계정'은 200개가 넘습니다.
전직 직원은 이 계정으로 지난해 11월부터 직원 10여 명이 각각 하루에 5개 이상 가짜 글을 작성했다고 주장합니다.
[전 직원 (음성 대역) : 강요도 조금 받습니다. 설렘의 여지를 남기기 위해 (남성 회원이) 대화신청이 오면 되도록 받아라….]
그리고 이건 같은 회사의 다른 소개팅 앱 B입니다.
매일 16명씩 소개받는 B 앱은 이성 회원끼리 번갈아 선택을 주고받으면서 일대일 최종 연결에 이릅니다.
업체가 이 과정에서 조작에 들어가는데요, 내부 업무 지시 자료에 따르면 직원 1명이 여성 계정 5개씩 사용하도록 합니다.
계정 하나당 남성 회원 16명을 모두 선택하고 이걸 일일 최대한도인 10번씩 하라고 지시합니다.
이렇게 직원 9명에게 동시에 지시를 내렸고 지시대로 다 했다면, 총 45개 허위 계정이 하루 최대 7천200번 남성 회원들을 거짓 선택하는 겁니다.
[전 직원 (음성 대역) : 죄의식이 없어요. (상사한테) 사용자 기만이라고 말했는데, 배부른 소리 한다, 다른 앱들도 다한다고….]
<박찬범 기자>
업체 측은 허위 계정이 아닌 서비스품질 유지를 위한 테스트 계정이었고, 앱 업데이트 초기 한 달 안팎의 기간에 이용자들의 참여 독려를 위해 소위 '마중물' 콘텐츠를 작성해 올린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남성 회원을 상대로 경제적 이득을 취할 목적이 아니라, "으레 진행하는 회색 영역의 마케팅 활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조창현·김승태, 영상편집 : 원형희, CG : 강경림·강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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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뿐 아니라, 해당 업체가 가짜 계정을 만들 때 외국 여성의 사진을 몰래 가져다 썼다는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타이완에서 출시한 또 다른 앱에 가입한 회원 사진들을 무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계속해서 박찬범 기자입니다.
<기자>
이 업체가 타이완에서 운영하는 또 다른 소개팅 앱입니다.
국내 앱들과 마찬가지로 회원가입 할 때 본인 사진을 등록합니다.
회사가 허위 계정을 만들 때 이곳 여성 회원의 사진을 도용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업체 직원 : 많은 계정을 본인(상사)이 다 만들었을 리도 없고… 나는 우선 (타이완 여성) 사진이 필요하다고 해서 사진만 전달했을 뿐이거든.]
SBS 취재진이 입수한 문제의 사진들을 타이완 학생에게 보여줬습니다.
[류쯔위/타이완 유학생 : 약간 일상생활 같은 사진은 더 타이완 (같아요.) 카페 밖에 그리고 그 밑에 문, 약간 타이완에서 자주 보는….]
[전 직원 (음성 대역) : 유저(사용자) 기만이고, 나는 이거(사진 도용) 잘 못하겠다, 이런 식으로 몇 번 거절 많이 했는데, (다른 직원들이) 타이완 여성회원들 사진을 그냥 가짜 계정의 (프로필) 사진에다 그냥 심어버리자 (한 거예요.)]
소개팅 앱 회원 가입 당시 본인 동의 없이 사진을 쓰지 않겠다고 한 개인정보보호 서약을 어긴 셈입니다.
[권호현/변호사 : 수집 받은 개인 정보인 사진을 목적 외로 다른 데에 사용했어요. 허위 계정에 쓴 거죠. 이것도 개인정보보호법상 목적 외 사용 그리고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업체 측은 계정을 생성에 프로필 사진 입력이 필수라, 실무자들이 업무 편의를 위해 해외에서 운용하는 앱의 여성 회원 사진을 사용해온 것을 확인했다며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원형희, VJ : 김종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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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신정은 기자와 이야기 더 나눠 보겠습니다.
Q. 국민권익위 신고 접수
[신정은 기자 : 누리꾼들은 공분했습니다. 제가 직전에 댓글들을 좀 모아서 출력해 왔는데요. 읽어드리면, "결국 남자끼리 대화한 꼴이었네"라는 댓글도 눈에 띄었고, 실제 경험을 털어놓으며, "말을 걸길래 바로 답장했는데 잠수를 탔다. 그게 다 남자였나 보다"라고 한 분도 있었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그럴 줄 알았다"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는 지시와 운영에 부당함을 느끼고 내부고발을 결심했다고 했습니다. 제보자와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오늘(14일) 국민권익위원회를 찾아서 공익신고를 접수했고, 권익위가 기본 조사를 한 뒤에 경찰이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관련 내용을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Q. 법 위반 소지는?
[신정은 기자 : 이게 핵심은 '의도적으로 남성 회원들을 속였냐'라는 겁니다.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 행위'가 있어야 하는데요. 허위 계정으로 남성 회원들이 돈을 쓰게끔 유도했다는 점에서 기망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박점규/직장갑질119 운영위원 : 형법상 사기죄에 대해서 철저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하고, 저희는 또 추가 제보를 받아서 앱상에서 많은 이용자들이 결혼 앱이나 데이팅 앱 이런 데서 사기당하지 않도록 계속 추진해나갈 예정입니다.]
[신정은 기자 : 가짜 여성 계정을 활용해 이제 소비자들을 유인한 행위는 전자상거래법, 표시광고법 위반 소지가 있고요, 타이완 소개팅 앱에서 수집한 여성 사진들을 동의 없이 가져다 쓴 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도 해당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