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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봉쇄' 상하이서 열린 뜬금 요리 대회…1등 오른 음식은

송욱 취재파일용

"거주민위원회가 기증 받은 물자 20만 상자를 되팔았다", "쑹장구 마트가 사람들에게 약탈 당했다", "배달원이 돈을 벌기 위해 PCR 검사 결과를 조작했다" 아직도 봉쇄가 진행 중인 중국 상하이에서 퍼졌던 소문들입니다. 일부는 영상과 함께 퍼지면서,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등에서 크게 논란이 됐습니다.

상하이 인터넷 정보 판공실은 중국 경찰 부문인 공안부 등과 협력해 이 소문들이 거짓이라며 해당 유언비어들이 유포된 중국판 카카오톡인 웨이신 단체 대화방 6개를 정지시키고, 관련 글이나 영상을 올린 웨이신 이용자들을 처벌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식을 보도한 신화통신은 이미 중국 상하이 경찰이 유언비어 유포혐의로 13명을 행정 처벌했다고 전했습니다.

슈퍼를 약탈하는 모습. 당국은 상하이가 아니라 저장성 쿤산에서 촬영된 영상이라고 밝혔다.

앞서 상하이 인터넷 정보 판공실은 공지를 통해 "10일부터 인터넷에 유언비어를 조성·유포해 사회혼란을 일으키는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것"이라며 "이들을 끝까지 추적해 엄하게 벌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방역은 2순위, 유언비어 단속이 1순위"

'유언비어 엄벌' 조치 기사에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사람들은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댓글들이 많이 달렸지만, 상하이 주민으로 보이는 웨이보 사용자들은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가장 많은 것은 "유언비어를 그렇게 신속하게 조사하고 처리하면서, 왜 많은 사람들의 생계 문제를 처리하지 않는가?"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소문만 반박하고 있는가?"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상하이시 정부는 지난달 28일부터 이어져 온 도시 봉쇄를 지난 10일 오후 일부 완화했습니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지역은 여전히 단지 격리, 또는 자가 격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봉쇄 지역의 시민들은 여전히 식료품을 구하는데 어렵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습니다.
상하이 방역영도소조 전문가위원인 우판은 봉쇄 발표 하루 전까지 봉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당국은 처음에는 상하이는 봉쇄가 없을 것이다, 봉쇄 시작할 때는 절반을 나눠 나흘씩만 할 것이다, 봉쇄 시작 후에는 물자는 정상적으로 공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것은 유언비어가 아닌가"라며 비판했고 다른 이용자는 "상하이에는 공급 부족 사태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매일 '희망'의 파이를 먹고, 창문을 열면 '서북풍'을 마실 수 있다."며 당국을 비꼬았습니다. 직설적으로 "방역은 2순위, 유언비어 단속이 1순위", "상하이에는 소문도 진실도 없으며, 당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실만 있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습니다.

"주민 호소 무시하고 방역 성과만 자랑하나"

이전 다른 도시 봉쇄 때와 마찬가지로 CCTV 등 중국 관영매체들은 상하이 봉쇄 초기부터 "물자 공급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국 각지의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방역을 위해 나섰다"라는 보도를 하고 있습니다. 식료품과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하는 주민들의 호소와 원성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은 커져갔고,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직접 표출되고 있습니다.

상하이 주민들의 비난에 방영 연기된 둥팡위성TV 프로그램 포스터

홍콩 매체 SCMP에 따르면, 상하이의 유력 방송사인 둥팡위성TV는 어제(13일) 저녁 코로나19 방역에 기여한 의료진과 공무원의 노고를 홍보하는 사전 녹화 프로그램을 방영할 계획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중국 유명 연예인인 왕이보와 홍콩 스타 류더화(유덕화), 리밍(여명) 등이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예고되자 상하이 시민들은 봉쇄로 인한 희생을 무시하고 있다며 크게 반발했습니다. "수입을 잃고 몇 주간 굶주리고 있는 이들을 격려하겠다고 대부분의 사람이 200년에서 1천년 간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연봉으로 받은 이들을 초대했다" 등의 비난이 거세지자 둥팡위성TV는 방송을 연기했습니다.

"상하이 요리 대회 1등은 먹다 남은 만터우"

이런 가운데 중국 인터넷에서는 한입 먹고 남은 듯한 중국식 빵 '만터우' 사진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중국 텅신왕과 웨이보 등에 올라온 내용에 따르면, 최근 상하이에서 '상하이 정부 기업 요리 대회'가 진행됐습니다. 정부와 기업들의 직원들이 자신이 만든 음식을 선보이는 대회인데, 음식 사진을 올리면 인터넷 투표로 순위를 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음식 만드는 기술을 뽐내는 게 취지라고 하지만 봉쇄로 먹을 것이 없다는 아우성이 이어지는 상하이에서 뜬금없이 이런 대회를 연다는 것은 '식료품이나 먹을 것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상하이 정부 기업 요리 대회'서 23번 만터우 사진이 몰표를 받았다. (출처 : 중국 웨이보)

온라인 투표 시작 이후 주최 측의 취지에 맞게 화려하거나 각종 재료로 다양하게 만든 음식들의 사진이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것은 한 장의 만터우 사진이었습니다. 일부를 뜯어 먹은 듯한 만터우가 작은 접시 위에 놓여 있는 사진에 전체 투표자의 94%인 14만 명이 표를 주었습니다. 식료품 공급이 제대로 안 되면서 상하이의 수많은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데 대한 항의와 풍자로 해석됩니다. 웨이보에는 "당국은 봉쇄된 집에서 살아가는 상하이 시민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려 했지만, 역효과만 났다.", "지금 이런 대회를 열다니 뇌가 마비된 건가? 만터우에 한 표를 줬다고 하기보다는 방역 당국의 업무에 불신임 표를 던진 것이다."라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결국, 이 대회는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대회의 주최가 어디였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당국의 '보여주기'식 행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한 상하이 주민은 SBS와의 통화에서 "봉쇄 뒤 정부 지원으로 나온 채소를 받았습니다. 토마토는 터지고 채소는 시들고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거주민위원회에서 받은 채소들을 예쁘게 사진 찍어서 올리라고 하더라고요. 정부에 대해 감사한다는 표시로 보내야 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주민은 또 "봉쇄 단지에서 '서로 힘내자', '지원자들에게 감사한다'며 밤에 같은 시간에 집에 불을 켜는 영상들 있잖아요. 다른 곳은 모르겠지만, 저희 단지는 자발적이 아니라, 몇 시부터 시작한다며 주민들에게 미리 통보하고, 만약 불을 켜지 않으면 담당자가 문을 두드리며 불을 빨리 켜라고 소리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네티즌들은 2020년 리원량이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체포됐던 사건 보도 화면을 올리고 있다

상하이시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수는 다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약간 떨어졌던 감염자 수는 다시 늘어 어제는 2만7천7백여 명을 기록했습니다. 봉쇄가 일부 지역은 완화됐지만, 감염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하면 그 지역은 다시 전체 봉쇄에 들어갑니다. 길어지는 상하이 봉쇄 속에 언론 매체들은 주민들의 어려움에 귀를 닫고, 당국은 통제와 보여주기에 더욱 열을 올리는 모습에 주민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 모습입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2년 전 우한에서 코로나19 발병 사실을 처음으로 알렸다 유언비어 유포자로 몰려 처벌 받고 코로나19로 숨진 의사 '리원량' 사건 보도 사진까지 다시 올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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