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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천후'로 성장하는 '19살 암벽 천재' 서채현

지난 주말 스위스 메링겐에서 올 시즌 첫 스포츠클라이밍 월드컵 대회가 열렸습니다. 스포츠클라이밍에는 3개의 세부 종목(리드와 볼더링, 스피드)이 있고 이번 대회는 볼더링 월드컵이었습니다. 한국 선수 4명이 출전했는데, 이 가운데 서채현 선수가 여자부 준결승에 진출해 11위를 기록하며 가장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2003년생으로 올해 19살인 서채현은 스포츠클라이밍이 정식 종목으로 첫 선을 보인 지난해 도쿄 올림픽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세 종목을 모두 치르는 '콤바인' 방식으로 치러진 경기에서 8명이 겨루는 결승에 오른 서채현은 스피드 최하위, 볼더링 7위에 그쳤지만, 주종목인 리드에서 메달 직전까지 올랐습니다. 시상대까지 홀드 3개, 딱 세 걸음만 오르면 동메달도 가능했는데, 마지막 순간 힘이 떨어지며 아쉬움의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 세 걸음 앞두고 눈물…"후회는 없어요" (2021년 8월 7일 SBS 8시 뉴스)
"볼더링을 좀 더 잘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 그게 너무 아쉬워요. 그래도 리드까지 힘 다 쓰고 와서 후회는 없는 것 같아요."
서채현 취재파일 본문 사진 1

리드와는 종목 특성이 완전히 다른 스피드는 어쩔 수 없이 서채현의 취약 종목이어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볼더링은 서채현이 예선에서 20명 가운데 5위에 올랐던 만큼 결승에서도 이 정도 성적만 냈다면 메달 도전이 한결 수월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볼더링 결승은 루트의 난이도가 지나칠 정도로 어렵게 세팅이 됐고, 서채현은 3개 과제 가운데 단 한 개도 풀지 못하고 8명 가운데 7위에 그쳤습니다. 주종목인 리드에서 무조건 1등을 해야 메달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 됐고, 홀드 3개가 모자라 2위로 마치면서 결국 메달은 무산됐습니다. 그래서 서채현이 "볼더링을 좀 더 잘했으면 좋았을 것 같은데.."라며 아쉬워했던 거죠.

도쿄올림픽 직후 열린 세계선수권 리드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며 웃음을 되찾은 서채현은 이제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24년 파리 올림픽 메달을 정조준하고 있습니다.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서채현의 취약 종목인 스피드가 따로 분리되기 때문에 세계 최정상급 기량인 리드의 강점을 살리고 볼더링을 더 보강하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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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채현 선수 2021 스포츠클라이밍 세계선수권 여자 리드 부문 우승

▲ 아빠는 감독님…'암벽 천재' 서채현 부녀의 도전 (2021년 11월 26일 SBS 8시 뉴스)

리드와 볼더링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서채현은 겨울 동안 볼더링을 집중 보강했고, 벌써 그 효과가 확실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채현은 지난달 말 열린 2022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주종목 리드는 물론 볼더링에서도 국내 최강자인 사솔 선수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결승에서 참가자 6명 가운데 유일하게 4개의 과제를 모두 완등하며 월등한 기량을 뽐냈습니다. 여자부에서 서채현이 1위, 사솔이 2위로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티켓을 따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E79Y-SJHKg
(2022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볼더링 결승. 3월 26일)
"겨울 동안 볼더링에 필요한 근력 훈련을 많이 했어요. 국가대표 선발전이 어떻게 보면 1년 동안 가장 부담이 많고 준비하기 어려운 대회인데, 이번에 리드, 볼더링 모두 우승하면서 1등할 수 있어서 더 뿌듯하고, 겨울 동안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 같아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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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채현 선수 2022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콤바인 우승

서채현은 국가대표 선발전에 이어 곧바로 볼더링 월드컵에 출전했습니다. 주 종목이 리드인 서채현이 볼더링 월드컵에 출전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비록 최종 6명이 겨루는 결승까지는 진출하지 못했지만 83명의 참가자 가운데 20명이 겨루는 준결승에 올라 최종 순위 11위를 기록했습니다. 리드 종목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해 9월 세계선수권 때 서채현은 볼더링에도 출전해 37위를 기록했는데, 7개월 사이 한층 경쟁력을 끌어올린 겁니다.

"볼더링 월드컵은 제가 올 시즌에 처음 뛰어보는 거라서 일단 목표는 이번 시즌 안에 결승을 가는 겁니다. 물론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금메달 따는 게 목표입니다. 아시안게임까지 리드 실력을 잘 유지하면서 볼더링 실력을 더 키우기 위해 더 열심히 운동해야 될 것 같아요. 지켜봐 주시고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서채현은 대학 진학도 미루고 올해 아시안게임과 2년 뒤 올림픽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주 종목 리드에 이어 볼더링까지, '전천후'로 성장하고 있는 '19살 암벽 천재' 서채현의 힘찬 도전은 이제부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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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에는 나이(21세)로도 시기적으로도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때까지 지금처럼 꾸준히 열심히 운동해서 파리 올림픽 때는 정말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대한산악연맹, 노스페이스, 국가대표 선발전 영상 : 대한산악연맹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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