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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문재인 정부 탈원전 이후 온실가스 증가"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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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문재인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이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을 늘렸다며 대대적인 정책 전환을 예고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40% 감축과 2050년 탄소 중립을 추진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왔습니다.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가동률을 낮춘 2017년,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이 2.5% 증가했으며, 원전 가동률이 높아진 2019년에는 3.5%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SBS '사실은'팀이 검증했습니다.

사실은 온실가스 탈원전

인수위의 자료는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와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공식 자료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사실은팀이 수치를 다시 정리해봤습니다.

사실은 온실가스 탈원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 톤 이상으로 전년 대비 2.5%가 늘어난 건 사실입니다. 당시에 석탄화력발전소의 전력 판매량은 전년 대비 7.3%나 증가했습니다. 석탄발전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꼽힙니다.

결국, 인수위의 주장은 원전 가동률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달라졌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그렇다면, 당시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늘어난 온실가스 배출량을 어떻게 분석했을까요. 당시 보도자료를 확인해봤습니다.
 
석탄의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한 이유는 현 정부에서 추진한 노후 석탄 조기 폐지 정책에 따라 2017년 일부 설비가 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정부에서 허가받았던 설비가 신규 설치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 신설된 6기 : 북평 1‧2호기, 신보령 1‧2호기, 삼척그린 2호기, 태안 10호기

철강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량(610만 톤↑)은 대부분 원료탄 사용 증가에 따른 배출 증가(590만 톤↑)로 발생했다.
· 원료탄 사용이 증가한 이유는 철강제품의 수출 회복에 따른 조강 생산량의 증가(3.6%↑)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불소계 온실가스 소비 부문의 배출 증가(310만 톤↑)는 냉매가스(220만 톤↑) 및 공정가스(130만 톤↑) 부문의 배출량 증가로 인해 발생했다.
· 이는 냉방․냉장기 생산 증가에 따른 냉매가스 수입량 증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호황에 따른 불소계 가스 구입 증가 영향으로 분석된다.
· 매출액('16→'17년) : 반도체 66.3→102.7조 원, 디스플레이 30.6→32.4조 원
- 환경부 보도자료, 지난 2019년 10월 7일

당시 환경부가 제시한 근거는 크게 보면 두 가지입니다. 박근혜 정부 때 신규 설치된 화력발전소의 영향, 그리고 철강과 반도체 산업 호황으로 생산량이 늘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었다는 겁니다.

뭐가 맞느냐 틀리냐는 떠나, '전 정부 책임'을 강조하는 모양새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해 보입니다.

다만,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를 하나의 귀책 사유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인수의 설명처럼, 원자력 판매량이 줄고 석탄화력 판매량이 늘어서 그렇다면 2016년 통계는 설명이 어렵습니다. 2016년은 원전 판매량이 2015년 대비 1.8% 떨어지고, 석탄 전력 판매량이 6.3% 증가했지만, 온실가스 배출은 0.1% 증가하는 데 그쳤기 때문입니다.

화력발전소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은 '호황'과 '불황'과 같은 경제 상황과도 연동돼 있습니다. 경제가 호황이면 그만큼 생산량도 늘어날 것이며, 자연히 전기를 많이 쓰기 때문에 온실가스도 많이 배출한다는 겁니다. 사실은팀은 시청자 분들이 참고하실 수 있게, 위 표에 경제성장률도 적어 놨습니다.

2019년 수치와 관련한 인수위의 주장도 살펴보겠습니다.

사실은 온실가스 탈원전

위 표를 보시면 원자력 가동률이 높아진 2019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3.5% 줄었고, 이 기간 원전 판매량이 9.2%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는 대치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당시 자료를 분석한 환경부 보도자료를 참고하겠습니다.
 
발전‧열생산 부문은 전력 수요 감소에 따른 발전량 감소(1.3%)미세먼지 대책에 따른 석탄화력 발전량 감소(4.8%) 등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2018년보다 1,961만 톤(7.3%) 줄었다.
· 발전량 : 2018년 570.6테라와트시(TWh) → 2019년 563.0테라와트시(TWh) (1.3%↓)
· 제조업·건설업의 배출량은 2018년보다 44만 톤 감소(0.2%)했다.
· 가정·상업‧공공 등에서는 난방용 연료 소비가 줄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8년보다 311만 톤(5.6%) 감소했다.
- 환경부 보도자료, 지난 2021년 12월 31일

환경부는 당시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한 근거로 미세먼지 대책을 꼽았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2019년 초 최악의 미세먼지 대란이 있었습니다. 정부도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습니다. 문제가 워낙 심각해, 언론과 전문가들도 대대적인 대책을 요구했습니다. 자연히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화력발전소가 주요 표적이 됐습니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배출량이 감소하고, 난방용 연료 소비가 줄어든 영향도 컸다고 썼습니다.

서울 미세먼지 (사진=연합뉴스)

이 역시 다양한 층위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온실가스 배출의 이유를 원전으로 단순하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과정은 미세먼지가 만들어지는 과정하고 사실상 같아서, 미세먼지를 줄이면 온실가스를 줄이고, 온실가스를 줄이면 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오히려 이 지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방향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함께 나왔습니다. 임기 후반기로 갈수록 원전 판매량이 늘어났고, 원전 비중도 큰 변화가 없었던 까닭입니다.

사실은팀은 학술지에 실린 논문을 중심으로 원전 판매량과 온실가스의 상관관계를 밝힌 자료를 확인해봤지만, 이를 명확히 설명하고 있는 연구 결과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인수위 측에 물었습니다. 인수위 측은 "원전 가동률은 석탄화력발전 생산량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온실가스 배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온실가스 배출에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중요한 근거를 국민들에게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건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의 역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사실은 온실가스 탈원전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의 발언도 함께 검증해 보겠습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최근 인수위를 비판하면서 탈원전은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이 부분은 표를 통해 설명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사실은 온실가스 탈원전

2000년 이후 세계 원자로 수 추이를 살펴보면, 등락을 거듭하다가 2013년부터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18년부터 감소 추세입니다. 이는 원전을 가동하는 국가들이 폐쇄 원자로 만큼 새로 건설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국가별 원자로 운영 및 건설·폐쇄 현황은 어떨까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원전시장 인사이트>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지난해 4월 기준이라 오차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사실은 온실가스 탈원전

당시 기준으로 세계에서 운영 중인 원자로는 444개인데, 건설 중인 원자로는 50여 개에 그쳤지만 폐쇄 원자로는 200개에 가깝습니다. 전체적으로 원자로를 줄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전체 생산되는 전력 가운데 원자력의 비중은 어떨까요. 아래 3개의 그래프를 참고하겠습니다. 세계 기준, OECD 국가 기준, 그리고 한국 기준 순서입니다. 수치는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에서 확인했습니다.

사실은 온실가스 탈원전
사실은 탈원전 온실가스
사실은 온실가스 탈원전

세계적으로, 나아가 OECD 국가를 기준으로 봐도 원자력의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볼 때, 한국은 석탄과 가스, 원자력에 많이 의존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비중이 작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에너지 다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일 겁니다.

위의 데이터를 참고할 때, 탈원전이 세계적 추세임은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SBS 사실은팀은 탈원전 정책 이후 온실가스가 많아졌다는 인수위의 브리핑 내용을 팩트체크했습니다. 수치와 데이터는 틀리지 않았지만, 온실가스 배출의 귀책 사유를 단순화하는 결점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다만, 원전 가동률과 석탄화력발전의 상관관계를 부정하기 어렵다는 인수위의 설명도 논리적으로 완전히 틀렸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사실은팀은 명확한 인과관계를 규명한 공식 연구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사실은팀은 인수위 주장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겠습니다.

추가로 검증한 '탈원전은 세계적 추세'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수치와 데이터가 비교적 명확하다고 판단, '대체로 사실'로 판정합니다.

(인턴 : 정경은, 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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