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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신한울 3,4호기 환경영향평가 단축 가능"…적법 절차 논란 예고 [장세만 기자의 에코브릿지]

<환경부 신한울 3,4호기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관련 검토> 문건을 통해 본 향후 전망

윤석열 당선인의 탈원전 폐기 공약에 따라 현 정부 들어 멈춰선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가 새 정부에서 추진될 예정인데요. 첫 관문인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여부가 관심으로 떠올랐습니다. 그 배경은 이렇습니다.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신한울 3,4호기 추진 과정에서 2016년 8월 해당 입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마치고 환경부에 협의를 요청했습니다. 같은 달 25일 환경부는 '조건부 동의'란 형식으로 한수원 요청에 결과를 통보해줍니다.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마쳤다는 겁니다. 하지만 신한울 3,4호기 사업 절차는 여기서 멈춰섭니다. 이듬해인 2017년 탈원전 공약을 내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모든 절차는 올스톱된 겁니다.
 

신한울 3,4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탄소중립 목표 달성 관건

당시 시행된 환경영향평가 결과로 면제를 받을 수 있느냐, 아니면 새롭게 다시 처음부터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느냐가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른 겁니다. 이 문제는 새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 측은 현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탄소감축 목표 40%를 지키되, 구체적인 달성 방안을 수정하겠다는 입장입니다. 2030년 전원 믹스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이는 대신 원전 비중을 늘리겠다는 거죠. 현 정부는 원전 비중을 2030년 24%로 낮추려고 했지만 새 정부는 30~35%대로 늘리겠다는 입장입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입니다.

문제는 신한울 3,4호기 완공 및 가동이 2030년까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원전 건설 기간만 5~7년이 소요되는데다 가동전 안전성 검사 기간이 별도로 필요합니다. 여기에다 환경영향평가를 처음부터 재실시해야 한다면 2030년 정상 가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입니다. 보통 환경영향평가에 2년 안팎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환경영향평가 재실시해야…평가기간은 '단축'"

그런데 SBS가 입수한 환경부의 <신한울 3,4호기 환경영향평가 재협의 관련 검토>라는 문건에 따르면, 환경부가 신한울 3,4호기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여부에 대해 검토한 결과 "평가 절차를 크게 단축할 수 있다"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사진1 정세만 에코브릿지

이 문건은 환경부가 한수원 측의 요청에 따라 관련 법령을 검토한 결과를 담고 있습니다. 먼저 환경부는 이 문건에서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해야 하는지 검토했는데, 환경영향평가 협의(16년 8월)를 거친 후 지연중으로, 협의내용을 통보받은 날부터 5년이 경과하여 재협의(재실시) 대상이라고 밝혔습니다.

환경영향평가법 32조 2항에 재실시를 생략할 수 있는 요건이 나와있는데 5년을 경과하지 않은 경우여야 합니다. 하지만 신한울 3,4호기의 경우 작년(21년) 8월로 5년이 경과됐기 때문에 재실시 대상이 분명하다는 겁니다.

사진2 정세만 에코브릿지

환경부 문건, 다양한 평가기간 단축 방안 소개

그런데 환경부 문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재실시해야 하지만 예상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며 다양한 단축 방안을 소개합니다.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게 현장에 나가서 매 계절마다 변화상을 조사 기록해야 하는 환경현황조사입니다. 환경부는 이 현장조사를 직접 수행하지 않고 기존 대체 자료로 대신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2016년 당시 현장 조사 자료를 쓰거나, 인근에 있는 신한울 1,2호기 사후환경영향조사(현재 진행중)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신한울 1,2호기는 지난 2010년 착공에 들어갔으며 올해 연말 준공 예정입니다. 사후환경영향조사란 건설에 들어가기 전 시행했던 환경영향평가가 예상대로 환경에 별 문제가 없었는지 사후에 확인하는 조사를 의미합니다.

사진3 정세만 에코브릿지

한수원 바라는 대로 평가기간 줄이기 위해 애쓴 흔적

환경부 문건을 보면 환경부가 법령대로 공정한 평가절차를 준수하기보다 한수원의 바람을 충족하기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평가기간을 줄이기 위해 애를 쓴 흔적이 곳곳에 보입니다.

환경현황조사는 4계절 변화상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1년이 걸리는게 통상적인데, 환경부 문건에선 9개월로 줄여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마저도 기존 자료를 활용할 수 있으면 단기간에 평가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겁니다.

환경부는 이밖에도 환경영향평가 단계를 4단계로 구체적으로 나눈 뒤, 각각 단계마다 어떻게 소요기간을 줄일 수 있는지 세밀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진4 정세만 에코브릿지

산업부의 평가협의회 구성과 환경부의 평가협의 절차도 신속한 절차와 내실있는 평가서 작성 등으로 줄일 수 있다며, 환경부의 평가 협의 최단기간 사례로 15일 이내에 끝낸 경우도 있다고 부연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같은 결론은 각종 개발 사업 시행시 환경에 미칠 영향을 미리 평가해 친환경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환경영향평가 제도 및 환경부 본연의 역할에 대해 심대한 우려를 낳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환경영향평가법 32조 2항 2호는 사업의 지연 등으로 5년이 지났을 경우 환경영향평가를 새로 하라고(재협의) 분명히 적시돼 있습니다. 5년이란 기간이 경과하는 동안 사업 자체의 세부 내용이 변경될 수도 있고, 사업부지 현장 환경 역시 변화했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존 환경영향평가를 인정하지 않고 재실시하라는 취지인 겁니다.

사업자 이익 위해 서류만으로 조사 대체 '꼼수'?

그런데 환경부는 5년전 현장 조사 데이터를 다시 쓸 수 있다고 하니 재협의 규정을 꼼수로 피해가려는 거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밖에 없습니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공동대표인 김영희 변호사는 "현장조사 누락은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본다"며 "사업자의 이익을 위해서 꼼수를 부리는 굉장히 부실한 환경영향평가가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취재진이 문의한 환경영향평가사들은 신한울 1,2호기 사후영향조사 데이터를 대체 자료로 쓸 수 있다는 환경부 주장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습니다. 사후영향조사는 일반적인 환경영향평가의 현장 현황조사 만큼 광범위한 수준으로 이뤄지기 않는 약식 조사에 불과한 만큼, 현장 현황조사를 보완하는 수단이 될 수 있으나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은 매번 찬반 양론이 심각한 수준으로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 사안이었습니다. 신한울 3,4호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사안에 환경부가 특정 사업자 이해관계에 쏠려 있다는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판단의 기준을 환경영향평가 제도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지 말아야 할 겁니다.

▶관련 8뉴스 <[단독] "환경영향평가 단축"…적법성 논란 예고> (22년 4월 8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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