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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종섭 국방 "장병 정신세계 중심 못 잡아"…'군심 이반' 심화된다

[취재파일] 이종섭 국방 "장병 정신세계 중심 못 잡아"…'군심 이반' 심화된다
▲ 이종섭 국방장관 내정자가 어제 국방컨벤션 앞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종섭 국방장관 내정자가 어제(11일) 인사 청문회 TF 사무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 앞에서 국방 담당 기자들과 처음 만났습니다. 그제 장관 지명 일성으로 "군심(軍心)을 모으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부연했습니다.
 
야전부대 장병들이 가치관이나 정신세계에 있어 중심을 잘 잡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 하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다. 장병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로 갖도록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간부들 입장에서 보면 어떤 여러 가지 보직이나 진급이나 이런 문제에 있어서 생각들이 다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간부들도 오직 일만 잘하고, 능력만 있으면 진급을 할 수 있다는 그런 여건과 분위기를 만들어야 줘야 한다고 본다.
 
뜻밖이었습니다. 기자들이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고, 군심 결집에 대한 질문도 예상했을 텐데 답변은 '군에 대한 불신'이었습니다. 국방부와 합참 등 10여개 부대의 연쇄 졸속 이전에 군심이 흔들리고 있는 데 대한 해법 대신 장병들의 정신세계와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다고 '남 탓' 질타를 한 꼴입니다. 젊은 장병들이 동의할까요? 군심은 지성(至誠)으로 얻는 것이지, 억지로 끌고 다니는 것이 아닙니다.
 

장병들의 정신세계와 간부들의 진급…바른 진단인가


장병들 정신세계와 가치관의 혼란이 진단이라면, 처방은 사고방식의 인위적 전환일 것입니다. 장병들로 하여금 안보의식을 함양하고 대적관을 확고하게 하는 정신교육이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간부들은 진급이나 보직 문제로 생각이 복잡하다고 했는데 획기적인 공정 인사 방안이 마련될 듯합니다.

그런데 이종섭 내정자의 이런 주장이 이 내정자 말처럼 일반적 평가일까요. 일단 당선인과 내정자의 군에 대한 시각이 이와 같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병사와 간부들 개개인에 대한 내정자의 불신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방장관이 군을 불신하는데 군이 장관의 지휘를 잘 따를지 의문입니다.

장병들의 정신세계 혼란, 간부들의 진급 불만이 우리 군의 정확한 현실이고 일반적 평가인지 분명치 않습니다. 아무리 당선인과 내정자가 이런 의견을 갖고 있다 해도 폭넓은 검증을 거친 뒤 확정해야 할 이슈입니다. 진단이 잘못되면 연쇄적으로 처방도 빗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엇보다 장관 내정자가 군에 던지는 첫 발언은 장병들의 노고와 헌신에 대한 치하였어야 했습니다.

비록 국방장관으로 지명되지 못했지만 새 정부의 가장 강력한 예비역으로 꼽히는 이는 김용현 전 합참 작전본부장입니다. 김용현 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의 안보가 역겹다고 했습니다. 당선인의 충암고 1년 선배이고, 대선 캠프에서 김용현 사단을 구축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이종섭 국방장관 내정자도 김용현 사단으로 분류됩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현재의 군을 불신하는 것입니다.
 

MB의 안보는 온전했나


이종섭 국방장관 내정자는 과거 MB 정부 시절 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의 안보정책담당관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청와대 안보실에서 안보정책 전반을 관할한 것입니다. 김성한, 김태효 등 대통령직 인수위 안보 분야의 핵심들도 이른바 MB 안보 라인입니다. 이 내정자의 실력은 MB 정부의 안보 대응능력을 보면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총격 피살사건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2시간 가량 늦게 보고됐습니다.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때는 사건 초기 주도하는 기관 따로, 인양 국면 담당 기관 따로 우왕좌왕했습니다. 같은 해 11월 연평도 포격전 당시 대통령의 지침은 '확전 자제'였다가 '단호한 대응'으로 오락가락했습니다. 2012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은 밀실에서 처리했습니다.

매번 호된 비판이 뒤따랐고, MB 정부도 이에 동의해 국가위기관리기구를 서너번 개편하는 홍역을 치렀습니다. 모두 MB 안보 라인의 책임입니다. 이종섭 내정자는 먼저 MB 정부 안보 혼란에 대한 반성을 해야 합니다. 자기반성 없이 군을 비난하면 군은 장관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군심은 이반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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