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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여성가족부' 한국 같은 나라는 10곳뿐"…사실은?

[사실은] "'여성가족부' 한국 같은 나라는 10곳뿐"…사실은?

이경원 기자

작성 2022.04.12 10:19 수정 2022.04.12 13:3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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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여성가족부 한국 같은 나라는 10곳뿐"…사실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포함한 정부 조직 개편을 새 정부 출범 이후로 미루기로 했습니다. 새 정부의 내각 인선은 기존 정부 조직을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윤석열 정부 첫 여성가족부 장관에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을 지낸 김현숙 당선인 정책특보가 발탁됐습니다. 어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여가부 폐지는 시대정신이자 당선인이 여러 차례 공언했던 핵심 공약"이라며 "여가부 폐지 수순을 밟는 건 명확하다"고 말했습니다. 여가부 장관 지정은 했는데 폐지는 계속 추진될 예정입니다.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이었던 이수정 경기대 교수가 최근 이런 말을 했습니다.

사실은 여가부 해외사례

우리와 같은 여가부 부처 형태가 세계적 추세와 비교할 때 많지 않다는 뜻인데, 자연히 여가부 폐지에 힘을 싣는 발언으로 읽힙니다.
 

여성 부처가 있는 국가는?

SBS '사실은'팀이 정확한 현황을 분석했습니다. 유엔 위민(UN WOMEN)이 지난해 5월 발표한 '각 나라의 성평등 추진 체계'(Directory of National Mechanisms for Gender Equality) 보고서를 기본 자료로 삼았습니다. 여기에는 국가별 여성 업무 정부 조직 명칭을 비롯해 책임자, 책임자의 지위, 임명권자 등이 소개돼 있습니다.

사실은 여가부 해외사례
유엔위민(UN WOMEN)이 지난해 5월 발표한 '각 나라의 성평등 추진 체계'(Directory of National Mechanisms for Gender Equality) 보고서. 보고서 40페이지에 대한민국 여성가족부가 소개돼 있다.

사실은팀 분석 결과, 분석 대상 194개국 가운데 부처(Ministry) 형태로 분류할 수 있는 국가는 160곳이었습니다. 여러 언론에서도 이 수치를 기준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팩트체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착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령, 유엔 위민 자료를 보면, 아이슬란드는 여성 업무를 하는 조직이 부처 형태로 분류되지만, 담당 부처는 법무부(Ministry of Justice)로 돼 있습니다. 여성 업무 주무부처가 법무부라는 뜻입니다. 우리의 여가부 같은 형태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우리처럼 조직 명칭에 '여성'을 포함시켜 여성 업무를 하고 있다는 대표성을 지니고 있어야 비교가 가능할 겁니다.

부처(Ministry) 형태이면서 부처 이름에 여성(Women)을 포함한 국가를 따져봤습니다. 모두 56개 국가가 나왔습니다. 젠더(gender)라는 말을 포함한 곳까지 넓히면 84개국으로 많아집니다.

어쨌든 착시를 제거해도 꽤 많은 국가가 나옵니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이수정 교수의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이 교수에게 어떻게 그런 계산이 나왔는지 물었습니다.
 
여성 부처를 만들고, 여성 명칭을 붙인 사례는 여성의 지위가 낮은 국가들이 많다. 우리나라가 80년대에 여성 인권이 열악해 여성부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었는데, 그 당시 우리 수준처럼 여성 인권이 열악한 국가들이 여성 인권 개선을 위해 '여성'이라는 이름을 붙인 부처를 만들고 있다. 그런 국가들과 우리를 동등비교할 수는 없다. OECD 국가들을 기준으로 비교해야 한다.
- 이수정 교수, SBS 사실은팀 전화 인터뷰

결국, 이수정 교수가 말한 10개 나라는 OECD를 기준으로 집계했다는 뜻입니다.

사실은팀은 다시 OECD 국가만 기준으로 추려봤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이 나왔습니다.

사실은 여가부 해외사례

보충 설명할 게 있습니다. 국가별로 정치 제도 차이가 있어서 명칭에 약간 혼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가령, 일본의 경우 여성 부처 홈페이지는 'gender equality bureau cabinet office'로 돼 있습니다.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Ministry of Women's Empowerment and for Gender Equality'로 쓸 때가 많습니다. 우리로 치면 여가부 장관인 노다 세이코도 자신을 여성권한위임장관 겸 양성평등장관(Minister in Charge of Women's Empowerment; Minister of State for Gender Equality)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분석의 기준이 되는 유엔 위민의 자료도 이 명칭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Women and Gender Equality Canada'로 Ministry가 빠져 있지만, 이는 정치 시스템의 차이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부처도 Ministry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책임자는 '여성·성평등·청소년장관'(Minister for Women and Gender Equality and Youth)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수정 교수 말대로, OECD를 기준으로 하면 10개국이 넘지 않는 건 사실입니다.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의 영어 명칭은 'Ministry of Gender Equality'로, 여성(Women)이라는 키워드가 포함돼 있지 않다.

그런데, 위 표에서는 지난한 논란이 있었던 한국이 빠져있습니다. 우리는 여성가족부를 영어로 'Ministry of Gender Equality'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굳이 따지면 '젠더평등부'에 가깝습니다.

OECD 국가 가운데, 조직의 영어 명칭으로 '여성'(Women)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지만 '젠더(Gender)'를 쓰는 국가는 한국과 프랑스, 그리스, 스웨덴입니다.

이수정 교수는 여가부의 영어 명칭으로 '젠더'를 쓰는 것부터 잘못됐다고 말했습니다.
 
여가부의 영어 명칭은 그 뜻이 일치하지 않는다. 여가부를 영어로 하면 'Ministry of Women and Family affair'인데, 영어로는 'Ministry of Gender Equality'로 돼 있다. 부처 이름을 'Gender Equality'라고 한다면, (젠더의 범위에 있는) 성소수자들의 이익도 대변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 이수정 교수, SBS 사실은팀 전화 인터뷰
 

업무를 기준으로 하면?

사실은팀은 여성 업무를 하는 정부 조직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키워드 분석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는지 살펴보자는 취지입니다. 조직의 내실을 따질 때 '형태'보다 더 중요한 건 '업무'일 겁니다.

현재 대통령인수위가 여가부 폐지를 기조로 업무 이관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해외 사례는 좋은 참고사항이 됩니다. 194개 국가 '모두'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이 나왔습니다.

사실은 여가부 해외사례

여성 업무를 하는 정부 조직 명칭에 여성(Women)이 78번으로 가장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그 다음이 가족(Family)과 젠더(Gender)가 37번, 증진(Development, Promotion)이 31번, 평등(Equality, Equal) 30번 순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아동(Children), 노동(Labour), 청소년(Youth)이 있습니다.

즉, 전 세계 여성 업무를 하는 정부 조직들은 가족 업무, 권익 증진 업무, 아동 업무, 노동 업무, 청소년 업무를 많이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성가족부의 올해 기준 예산은 1조 4,650억 원인데, 이 가운데 가족 정책에 전체 예산의 61.9%, 청소년 정책에 18.5%, 권익 증진 9.2%, 여성 정책 7.2%를 쓰고 있습니다. 기계적인 명칭 분석이기는 하지만, 지금 여성가족부가 하는 업무가 국제적 경향에서 크게 이탈돼 있다고 볼 수는 없어 보입니다.
 
SBS 사실은팀은 "우리의 여가부 같이 별개 부처로 운영하는 세계 국가는 10곳에 불과하다"는 이수정 교수의 말을 검증했습니다.

유엔 위민(UN WOMEN)의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 우리처럼 부처 형태로 운영되면서 명칭에 여성(Women) 혹은 젠더(gender)라를 키워드를 포함한 국가는 84개국이 나왔습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이 교수의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반면, 이 교수의 입장을 묻는 과정에서 나온 'OECD 국가 기준'으로 따져보면, 9개국이 나왔습니다. 이럴 경우, 대체로 사실로 볼 수 있습니다.

기준에 따라 판정이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실은팀은 이 교수의 발언을 '절반의 사실'로 판정합니다.

다만, 사실은팀은 조직 형태나 '여성'이라는 명칭 포함 여부 그 자체보다도, 업무를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추가 분석을 했습니다. 여성 업무를 맡고 있는 세계 정부 조직들이 우리와 비슷하게 가족, 청소년, 권익 증진 업무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SBS 사실은팀은 단순히 사실과 거짓 판정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다양한 층위를 풀어내는 팩트체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SBS 사실은 치시면 팩트체크 검증 의뢰하실 수 있습니다. 요청해주시면 힘 닿는 데까지 팩트체크하겠습니다.

(인턴 : 이민경, 정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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