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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종섭 국방 내정자의 성공 조건…'MB 안보 허들' 넘어라

윤석열 당선인이 새 정부 1기 내각 인선안을 발표하고 있다. 윤 당선인의 오른쪽 어깨 넘어 보이는 이가 이종섭 내정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어제(10일) 새 정부 내각의 1차 인선안을 발표하면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내정자에 이어 두 번째로 이종섭 국방장관 내정자를 소개했습니다. 작전과 전략, 정책에 탁월할 뿐 아니라 한미동맹의 현안 관리에도 높은 전문성을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치밀한 업무수행 능력과 강직한 성품으로 군 선후배의 신망이 두터운 점도 당선인은 강조했습니다.

사실 이 정도 특장점은 2성, 3성, 4성 장군의 진급 보도자료에서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특대형 도발이 몰아치는 가운데 국방부와 합참 등 10여 개 부대가 연쇄·졸속 이전하고, 대통령 집무실과 국방부·합참이 함께 엉켜 지휘체계가 꼬이는 안보의 삼각파도에 맞설 장관이라면 역대 장관을 뛰어넘는 능력을 보여줘야 합니다. 당선자 측이 면밀히 검증했겠지만 이종섭 내정자가 그런 능력자인지 우리는 아직 모릅니다.

이종섭 국방장관 내정자는 과거 MB 정부 시절 외교안보수석비서관실의 안보정책담당관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청와대 안보실에서 안보정책 전반을 관할한 것입니다. 새 정부 안보실을 지휘하게 될 김성한, 김태효 등 인수위원들도 MB 안보의 대표격입니다. 그런데 MB 정부의 안보는 온전하지 않았습니다. 이종섭 내정자가 MB 안보에서 탈피한 새 모습을 보여줄지 의문입니다.

새 정부 출범 전후는 허니문 기간이라지만 MB 안보의 꼬리표를 달고 안보의 삼각파도를 돌파해야 하는 새 정부 안보 라인에 대한 시선은 냉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국방장관 내정자를 비판하고 견제해야 하는 직책을 띠면서도 부나방처럼 듣기 좋은 말과 보기 좋은 글을 늘어놓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종섭 장관 내정자는 앞에 놓인 현실을 직시하고 쓴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MB 안보는 성공했나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함께 노무현 정부의 NSC 사무처와 국가위기관리센터를 폐지했습니다. 대신 외교안보수석 산하에 국가위기정보상황팀을 설치했습니다. 신설 위기정보상황팀은 이전의 센터보다 책임자 직급은 낮아졌고 인원도 30% 이상 줄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총격 피살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현대아산이 통일부에 보고한 시각은 11시 반쯤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약 2시간 뒤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첫 보고를 받았습니다.

우리 국민이 북한에서 총에 맞아 숨졌는데 2시간 이상 대통령은 알지 못한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 위기대응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강력하게 안보 라인을 질타했습니다. 화들짝 놀란 MB의 안보 라인은 위기정보상황팀을 외교안보수석을 수장으로 하는 국가위기상황센터로 확대 개편했습니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이 폭침됐습니다. 사건 초기는 외교안보수석의 위기상황센터가 주도하더니, 인양 국면은 국방비서관실이 맡았습니다. 우왕좌왕이었습니다. 비판이 거세지자 국가위기상황센터는 국가위기관리센터로 또 변신했습니다.

같은 해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이 발발했습니다. 대통령의 지침이 극과 극을 달렸습니다. 먼저 '확전 자제'라는 메시지를 냈다가 '단호한 대응'으로 180도 수정한 것입니다. MB 안보 라인들의 책임입니다. 우리 국민이 포격당한 자위권적 상황에서 해병대 연평부대는 육해공군의 어떤 지원도 없이 나홀로 전투했습니다. 청와대는 대응 미숙을 인정하고 국가위기관리센터를 국가위기관리실로 또 다시 격상했습니다. 국가위기관리실장은 대통령실장이 겸임했습니다.

2012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밀실 처리 사건도 MB 안보 라인의 작품입니다. 이종섭 국방장관 내정자는 위 사건들의 한복판에 있었습니다. 인사 청문회를 기회 삼아 철저하게 자기비판해야 할 것입니다. MB 안보의 문제점을 뼈저리게 식별했다면 대책도 찾았을 터. 더 이상의 실수는 용납 안 됩니다.
 

군심 결집과 한미동맹 강화의 난제들

윤 당선인이 밝힌 이종섭 내정자의 특장점도 곱씹어볼 대목이 있습니다. 합참 신연합방위추진단장 경험을 들어 "한미연합 지휘구조 설계 경험과 전문성을 겸비해 한미동맹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는데 신연합방위추진단장 경력을 한미동맹 관리 능력으로 단순치환하면 안 됩니다.

7기동군단 현장 시찰에 나선 이종섭 중장

학교 다녔다고 모두 공부 잘하는 건 아닌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박한기 전 합참의장처럼 미군의 마음을 훔치는 감성적 능력, 최윤희 전 의장처럼 미군을 몰아붙여 작전계획도 수정할 수 있는 강단이 필요합니다. 이 정도 자질을 갖춰야 한미동맹 강화의 적임자라는 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종섭 내정자에 대해 "치밀한 업무수행 능력, 온화하면서도 강직한 성품에 선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워 우리 군을 단결시킬 수 있다"고 했는데 '실전'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 내정자도 장관으로서 우선 해야 할 일을 군심(軍心) 모으기라고 했는데 그동안 드러난 모습들을 보면 좀 불안합니다.

이종섭 내정자의 측근들은 4성 출신의 국방장관 후보 경쟁자들을 "문재인 정부의 장군들이 투항한 것"이라며 폄하했습니다. 우파 지식인과 좌파 지식인, 우파 언론과 좌파 언론, 우파 정치인과 좌파 정치인은 있지만 우파 군인과 좌파 군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라 지키는 군인만 있을 뿐입니다. 군 내부에 선을 그으면서 어떻게 군심을 모을 수 있겠습니까.

이종섭 내정자 측은 국방부와 합참 등 10개 부대의 졸속 이전에 군이 속으로 얼마나 반발하는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실과 국방부, 합참이 한 울타리 안에서 복작복작 지내면 군의 정치 예속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어 군의 근심이 큽니다. 군심 모으기가 결코 간단하고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인사 청문회까지 시간이 제법 남았으니 차분히 준비하면 무난히 장관에 임명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하지만 유례없이 까다로운 국방 환경이 기다리고 있는 만큼 역대 장관 내정자들보다 더 성찰하고 더 가다듬은 뒤 장관직을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슬기롭게 극복해 성공한 국방장관으로 자리잡고 안보 강화에 보탬이 되길 많은 이들이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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