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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쌍'소리만 들려도 상한가…"인수는 뒷전, 주가만 올랐다"

에디슨모터스 쌍용차 인수 무산

"테슬라 넘어설 것"…잘못 꿴 첫 단추


지난해 5월, 코스닥 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궜던 종목인 '쎄미시스코'. 5월 마지막 날부터 상한가(30%)를 기록한 뒤, 4거래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는 경이로운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7천 원 안팎을 오가던 주가는 종가 기준으로 보름 만에 7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같은 해 11월엔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으로 회사 간판을 바꿔 달았습니다. 바로 '에디슨EV'였습니다. "테슬라를 넘어설 것"이라면서 쌍용차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자 주가는 다시 요동쳤고, 최고가 기준으로 보름 정도 만에 8배 올랐습니다.

밥 먹듯이 상한가를 기록했던 에디슨EV. 쌍용차 인수가 불발되고 현재 주식 거래가 정지됐습니다.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4년간 물건은 팔았지만, 손해만 봤단 의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이득을 봤던 사람은 누구일까요.

다시 지난해 5월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자신이 최대 주주인 한 회사를 통해 에디슨EV(당시 쎄미시스코) 지분 112만 주, 16.67%를 확보했습니다. 6개 투자조합도 300억 원 넘게 들여 지분을 사 모았습니다. 그런데, 두 달 뒤에 살펴보니 이 투자조합들의 지분율이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주가가 7배 넘게 뛰던 시기에 주식 대부분을 처분한 겁니다.

6개 투자조합엔 강 대표의 지인들이 참여했단 소문이 무성한데, 아직까지도 별다른 공식입장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쌍용자동차, 쌍방울그룹

"이번엔 우리가 나선다"…쌍방울도 '상한가'


이번엔 주자가 바뀌었습니다. 에디슨EV보다 우리에게 더 친숙한 쌍방울입니다. 지난달 31일, 쌍방울그룹의 계열사 광림은 "계열사와 힘을 모아 쌍용차 인수에 적극 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계열사 돈을 끌어 모으겠단 의미입니다. 그때부터 다시 상한가 행진이 시작됐습니다.

629원으로 시작한 쌍방울 주가는 지난 5일 1,23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같은 기간 쌍방울그룹주 광림은 2,525원에서 4,250원. 나노스는 3,915원에서 6,600원. 비비안은 2,710원에서 4,615원. 아이오케이는 1,220원에서 2,085원. 2배 가까이 뛴 쌍방울을 제외하고 70% 안팎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업계의 의구심은 여전합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쌍방울그룹의 유동자산은 2,700억 원 수준. 이것저것 합쳐도 4천억 원에 못 미칩니다. 쌍용차 인수와 운영에 최소 5천억 원에서 1조 원까지 필요하단 계산이 나온 만큼 쉽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주가는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쌍방울그룹 계열 미래산업이 급등주를 모두 처분해 120억 원의 현금을 마련했단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융당국도 개입을 시사했습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 원장은 "최근 상장기업 인수를 통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본시장을 악용함으로써 시장의 신뢰성이 저하되고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현 상황을 비판했습니다.

지칠 줄 모르는 도전…인수전 '후광 효과'로 주가 급등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최근 KG그룹은 쌍용차 매각주관사 EY한영회계법인에 인수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재무적 투자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역시나 KG그룹주는 급등했습니다. 그러면서 KG그룹 측에서 동원할 수 있는 현금 역시 부족하단 이야기도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든다고 밝힌 뒤, 주가가 올랐다고 해서 해당 기업을 '부도덕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하지만, 자동차업과 관련이 없거나 터무니없이 모자란 자금을 가지고 '언론 플레이'를 하는 기업들은 향후 비판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 계약금조차 납부하지 않은 시점에서 언제든 상황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의도 필요합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황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쌍용차가 휩쓸고 간 자리엔 개미(투자자)들만 남았다."

쌍용자동차

쌍용차에 남은 시간은 6개월…인수 조건은?


'대마불사' 논리로 지금까지 살아남았던 쌍용차의 앞길은 가시밭길입니다. 전기차 시대의 문이 열리면서, 'SUV 강자' 쌍용차의 입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주요국에서 전기차는 총 666만 대가 팔려 1년 전보다 110.7% 증가했습니다. 국내에선 '아이오닉5'를 내세운 현대차의 질주가 무섭습니다. 쌍용차가 지금 당장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다고 해도 현재 기술 수준을 따라잡기엔 4~5년 정도는 걸릴 거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쌍용차를 인수할 기업이 나타나더라도 이후 쌍용차가 단기간에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기엔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전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머릿속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정부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던 쌍용차 인수전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무작정 국가 재정을 투입할 수도 없는 상황인 데다가 최악의 경우인 '청산절차'가 진행되면 쌍용차 직원들은 물론 협력사 직원들까지 일자리를 잃을 수 있습니다. 그 숫자만 20만 명에 이릅니다. 현재 쌍용차 보유 차주의 경우에도 수리 등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겁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6개월 남짓. 쌍용차 부지만 탐내거나 주가 부양을 위해 공수표만 날리는 기업 대신 진정한 '백기사'가 나타나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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